서울서 내려와 집에 안착하면 저는 완전 게으름 모드로 들어갑니다.
주말부터 3-4일을 집에서 뒹구는데 이 때 실내복 3종셋트로 버팁니다.
우선 잠옷 겸 평상복으로 마트에서 산 원피스.
아래 위 자루같이 생겨 그냥 몸만 가린 것으로 패션과 무관합니다. 이게 1단계.
그 다음 조금 어스름해져 기온이 떨어지면 엄마한테 얻어온 몸빼 스탈 츄리닝을 아래 입습니다.
저녁 지을 때나 잠들기 전까지 원피스 아래 츄리닝을 입고 돌아댕기죠. 이게 2단계.
아침에 일어나면 온 몸이 쑤시고 아픕니다. 어깨가 시리면 더 아프기 때문에 낡은 잠바를 입습니다.
이리하여 원피스, 츄리닝, 잠바의 삼순이가 됩니다. 이게 3단계.
부스스한 머리에 실내복 3종을 입고 커피 한잔 마시고 있자니 남편이 그러대요.
"사진 한 장 찍어놓자."
저도 젊어서 아주 잠깐 패션에 신경을 쓴 적 있습니다.
시집 보내기 작전에 돌입한 모친의 강압에 못 이겨 치마도 입고 힐도 신었지요.
당시 여자 키로는 구척장신(?)인데 게다가 힐까지 신으니 왠만한 남자 머리 가마 위치는 다 파악됩디다.
'저눔은 삐뚤구나, 저 것은 가마가 둘 일쎄.'
까부는 녀석들은 위에서 내리 꽂는 나의 시선에 압도되어 슬슬 꽁지를 뺐지요.
그러니 어떤 남자가 날 좋다하겠습니까? 그냥 여학교 기숙사 사감할 운명인가 했네요.
그러다가 얼빠진 (?) 선배랑 눈맞아 기회다, 싶어 후다닥 결혼하고 다시 무감각 패션녀도 돌아갔습니다.
지금도 쇼핑이 귀찮습니다. 어떨 때는 옷 사러 갔다가 만두만 사갖고 옵니다.
옷 파는 층을 돌아다니는 나를 보면 머리 속에 딴 생각 하느라 옷을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 취미를 붙인 것이 홈쇼핑인데요.
제가 뒹굴 거린 날 이틀 후면 여지없이 택배가 옵니다.
최근에 가방을 샀다 반품했습니다. 화면에선 가죽인데 받아보니 비닐이나 진배없던데요.
5개에 5만원 짜리 옷을 샀는데 내복으로 입기에도 얇더구먼요.
아마 모델들은 두껍고 좋은 거 입히고 나한테만 이 따위 보낸게야, 하고 씩씩댔습니다.
화장품 샀다가 얼굴에 뭐가 나서 진단서 끊어다 반품했습니다.
더 심한 사람이 우리 엄마입니다. 이 양반네 테레비젼은 벽장만해서 멸치도 조기로 보입니다.
집에 갈 때 마다 새 물건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리고 물건 설명하는 여자들한테 홀렸다고 남 탓을 합니다. 냉장고, 소파, 온갖 주방기구....
얼마 전 제 방 침대보를 시뻘건 꽃무늬로 바꿔놓으셨대요.
자꾸 들어가 자라는데 그날 무선 꿈만 꾸다 깼습니다. 침대보가 어찌나 몸에 착착 감겨 답답하던지.
두서 없는 수다 떨었습니다. 제가 꼭 영어공부 얘기만 해야하남요?
이렇게 아무 수다나 떠는 곳이 쑥쑥입니다.
여러분은 집에서 무슨 옷 입고 계시는지요?
테레비젼 여자들처럼 이쁜 홈드레스나 우아한 한복 입으셔?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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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ces in the Park]품앗이 데뷔했어요^^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