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월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6개월 일정으로 호주에 올때는 꽤 긴 기간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내놓고 보니 그래도 빠르게 잘 흘러갔네요. 그런데 사실 반년이나 남편과 떨어져 있다보니 저는 기러기 생활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답니다. 물론 장기간 기러기 생활을 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지만 호주에서 몇년씩 떨어져서 기러기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는데 사실 저는 반년도 조금은 힘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아이가 아빠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많이 힘들어 했답니다.
지금 한국에 돌아가면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 영어 잘하겠네?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될 것 같아요. 사실 그 질문이 무서워서 더 열심히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그 질문을 받으면 무어라 답해야 할지...(사실은 모르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잠깐 동안의 해외 경험을 색안경을 쓰고 보시는 분들도 있고, 너무 많이 동경하는 분도 계신 것 같아요. 저의 짧은 경험에서 얻은 결론은 영어는 해외로 배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배운 영어를 활용해보는 정도의 장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배우기까지 하면 좋겠지만 그러러면 적어도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더라구요. 그래서 반년간 아이의 영어실력이 는 것은 아이의 나이가 먹어감에 따른 결과일수도 있고, 그동안 꾸준하게 영어를 해 온 결과일수도 있고, 한국에서 지냈으면 얼마정도 했을지 모르기 때문에 확실하게 해외경험의 효과인지 모르겠어요.
마지막 달을 보내려니 반년간의 여행 성과를 측정해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하루하루 제 능력 안에서는 열심히 살았다고 감히 주장할수는 있는데 그래서 무엇을 얻었냐고 물으신다면 딱히 할 말이 없네요. 그래도 정리를 해본다면...
reading
처음 호주에 올 때 아이의 읽기 능력은 k단계의 책들은 만만하게 읽고 g1단계의 책들은 재미있게 있고 g2단계의 책들은 재미있게 읽는 책도 있고 버거워하는 책들도 있고 했었습니다. 매일 꾸준하게 책을 읽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저 역시 매일 책을 읽어주는 엄마가 아니다 보니 보고 싶을때는 책을 보고 안보고 싶을때는 책을 안 읽었어요. 지금은 g1 단계의 책은 만만하게 읽고 g2단계의 책들은 즐겁게 읽는 그리고 그 이상의 책들은 버거워하면서 읽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사실 읽기 능력이 좋아질 줄은 몰랐는데 도서관을 많이 다니고 도서관에서 놀면서 책을 접해서 그런지 꽤 많이 늘었더라구요. 이곳에서 650권 정도의 책을 읽어서 스티커를 붙여 놓았습니다. 특히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책읽는 습관이 들어서 무척 큰 성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writing
참 신기한 것은 은이가 반년동안 가장 많이 실력이 좋아진 부분이 쓰기라는 겁니다. 저는 말하기가 가장 많이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학교를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말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서 아이는 말하기보다는 쓰면서 보낸 것 같아요. 캡틴 언더팬츠라는 책의 영향으로 작가가 되겠다면서 어찌나 창작 의욕을 불태우던지...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쓰기만 했는데 점점 동사의 과거형이 나오고 관계사절이 나오고...정말 신기하게 점점 잘 써지네요. 한국에서 올 때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쓸 줄 알고 쓰는 것을 즐기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영화를 보면 영화내용을 쓰고, 자신의 생각을 쓰고, 하루 일과를 쓰고, 새로운 스토리들을 만들고...쓰고 싶은 것은 자신이 아는 단어를 이용해서 정말 술술 씁니다. 영어의 네가지 영역중에서 가장 잘하는 부분이 된 쓰기... 쓰기는 학원에서 배우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요즘은 슬며시 들어가고 그냥 이쁜 수첩이나 다이어리를 계속 사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초등 고학년이 될때까지 그냥 맘 껏 쓰게 하려구요.
listening
호주에 오기 전에 은이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책이 있으면 먼저 소리를 들려주었던 것 같아요. 흘려듣기를 하다보면 은이가 흥미를 가지고 책을 찾고 그때 책을 짜잔하고 보여주면 효과가 가장 좋았어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은이의 듣기 능력도 나쁘지는 않은것 같지만 집중듣기를 해보거나 리스닝 문제를 풀어본적은 없으니 그저 추측만 할 뿐이지요. 엄마가 수사반장 아니라는 홍박사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지금도 은이가 어느 정도 알아듣는지는 그저 추측만 무성할 뿐입니다(사실 조금은 물어보고 싶을때가 많아요. 너 저거 알아들었니?하구요. ㅎㅎ). 호주에서는 제 집이 아니라서 마음껏 흘려듣기는 할 수 없었지만 외부활동을 많이 하면서 영어환경에서 지내려고 노력했고 상영되는 영화 중 은이가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보았으며 학원이나 캠프장에서 선생님의 언어적 지시를 듣고 행동할 수 있을 정도의 듣기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캠프는 봄방학과 여름방학때 보냈는데 은이말로는 봄방학때는 잘 못 알아 듣는 것은 옆에 친구들보면서 따라 했다고 하더라구요. 여름방학때는 선생님이 쉽게 말해줘서 잘 알아들었다고 해서 속으로 많이 웃었습니다. 원어민 아이들과 다니다보니 선생님 말씀이 무척 빨랐거든요. 학원에서는 워낙 공부를 가르키니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는데(사실 한국어로도 이해 못하는 내용이었으니까요) 그 부분은 아이가 저에게 보여주면서 잘 모르겠다고 해서 제가 설명해주었답니다.
speaking
호주에 올 때 은이는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은이가 호주에 오면 영어로 말을 적극적으로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외국이 말하기 연습 학원이 아니다보니 은이보다는 제가 말할 기회가 많았고 아이의 말을 천천히 듣고 대화를 나눠줄 상대를 찾기는 힘이 들더군요. 나름대로 학원도 보내고 캠프도 보냈지만 아이의 말하기 실력은 원어민 아이에 비해 부족합니다. 그래도 원어민 아이들과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할 수 있는 스피킹 실력이 있고 예전보다 훨씬 말을 잘하게 되긴 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저에게 말하고, 스토리도 지어서 들려주고, 영화보고 영화 내용도 말하고, 대사도 흉내내고 하니까요.
말하기도 쓰기처럼 그냥 많이 말을 해보다보면 늘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많이 말하게 하고 책을 소리내어 읽게 하려고 한답니다.
처음 호주에 올 때 은이는 듣기와 말하기에 비해 쓰기와 읽기를 더 잘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반년간의 호주 경험을 통해 듣기와 말하기 수준이 올라가서 읽기와 쓰기와의 간격이 없어지거나 좁혀지길 기대했지요. 그런데 지금도 역시 그런 불균형은 여전하네요. 이 불균형이 영원한 숙제일지 은이의 영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저절로 해결될 문제일지는 좀 더 두고봐야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호주에서 얻은 한 가지는 수영이에요. 은이가 5개월동안 수영을 열심히 배워서 수영의 네가지 영법을 다 배웠습니다. 물론 아직 정확한 자세를 위해서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큰 숙제를 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은이가 수영을 무척 사랑해서 앞으로도 계속 수영을 배우도록 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관광을 빼놓을 순 없지요. 한달동안은 마음껏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면서 놀았답니다. 아이는 포트스테판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사막은 아니지만 사막처럼 생긴 거대한 모래사구에서 썰매도 타고 낙타도 보고 했어요. 저는 캔버라의 대사관 마을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어요. 이제 한국에 가면 내 나라를 꼼꼼하게 돌아보자라구요. 사실 여행을 싫어해서 별로 안 다녔거든요. 이제는 배낭 하나 짊어지고 아이 손 잡고 이곳 저곳 다닐 용기가 생긴것 같아요. 운전을 싫어하니 기차나 버스로 한 번 다녀볼까 생각합니다. 아니면 이 참에 운전을 좋아해보려고 노력하면 어떨까요? 그래도 길치에 방향치라 쉽지는 않을거에요. 더구나 제 내비게이션이 구형이라 더이상 버전 업이 안된다고 하더군요. 남편이 주말에 안 쉬니 한국에서도 딸과 둘이 다녀야 하는 점이 아쉬워요.
이제 돌아갑니다.
그리고 이제 유아게시판에 작별을 고하고 초등게시판으로 간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거든요.
채 1년이 안되었지만 제 멘토이고 사랑이었던 쑥숙의 유아게시판에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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