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이는 세대에 따라 아주 다른 품평을 듣습니다.
할머니들은 애한테 뭘 좀 잘 먹이라고 훈계를 하십니다.
애 사촌 누나들은 이쁘다고 합니다.
이유는 애가 팔 다리가 길고, 얼굴이 희고 작습니다.
-여기까지는 성공담-
하지만 눈, 코, 입은 완전 생기다만 조선의 아들입니다.
오죽하면 미국 친구들이 '너 병원 가서 눈 없어졌다해라.'
어려서 애를 데리고 나가면 '그 녀석 잘 났네.'하는 소리 단 한번도 못 들었슴다.
친한 사람들이 무안해합니다.
뭐라고 한 마디 해줘야는데 본심을 속이고 이쁘다고는 못 하죠.
그래서 그들이 창안해낸 칭찬이 '아유, 너 참 뽀얗다.'
이 녀석 하얀 피부 안 갖고 태어났으면 여러 사람이 미안할 뻔 했습니다.
자라면서 안경을 썼습니다.
그랬더니 누가봐도 공부를 잘 하게 생긴 얼굴로 변했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인물로 할 말이 없으니 이 번에 '너 공부 잘 하게 생겼구나.'
이번에 내가 미안합니다. 진실이 그게 아닌데.
6학년 때 담임의 말입니다.
"저는 우리 반에 전교 1등이 와서 앉아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부터 갸우뚱해지더라구요."
무엔가 똑똑한 애들한테서 보이는 행동이 제 아들한테서 안 보였던 모양입니다.
급기야 첫 시험 성적이 나오고 실체를 파악한 선생 왈,
"재원이는 생긴 게 괜찮으니 일단 출발이 유리합니다.
공부는 자기 스스로 죽기살기로 하면 잘 할 수 있는 거지만
저런 팔, 다리와 얼굴 크기는 죽기살기로 노력한들 되지가 않거든요."
선생 맞어?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이 조선의 아들이 서구식 체형을 가져서 젊은 세대들은 이쁘다고 합니다.
여전히 할머니들은 애가 생기다 말았다고 하십니다.
기다란 몸에 조막만한 얼굴이 붙어서 불균형으로 보이는 거지요.
'사내 녀석이 얼굴이 너비죽하니 인심 좋게 생겨야지, 원....'
세월 따라 미의 기준도 바뀌고, 잘 났다고 여겨지는 기준도 바뀌네요.
제가 외대를 나와서 세월 따라 각광 받는 전공이 바뀌는 걸 많이 봤습니다.
미.소 냉전 때는 러시아어과가 비인기, 월남전 이후 베트남어과 비인기,
지금은 모두 최고 인기 언어들입니다.
그런데 그 우아하고 고급스럽던 불어와 독어가 비인기 시대입니다.
이러다 복고풍이 불어 얼굴 크고 다부진 체형이 각광을 받으면 울 애는 큰 일입니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세월이 바뀌어도 인정 받는 건 역시 성실하고 예의 바른 거 아닐까요?
그러니 유행에 휩쓸리지 않을 영원히 인정 받는 인간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할랍니다.
바르거라 참되거라~ 부르짖습니다.
그래도 많은 다른 청소년에 비해 예의 바르다는 평가를 들으니
프로젝트 초반 평가는 성적은 괜찮은 편이네요.
'아들아, 넌 예의라도 발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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