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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나의 아버지....

  • 은주리
  • |
  • 2010-10-21
17

저희집은 5남매입니다.

위로 오빠 넷에 마지막에 낳은 딸이 저이지요...

그때만 해도 딸 낳으면 병원에서 담배만 뻑뻑 물고 있는 아버지가 많았던 시절

70년대에 그 귀했던 바나나, 파인애플을 딸 낳았다고 병원에 돌린 우리 아버지였습니다.

 

부족한 집은 아니었지만, 형제가 많다 보니 뭐든 내 원하는 대로, 페리스 힐튼 처럼 다 가질 순 없었지요.

바이올린도 하고 싶었고, 미대도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까지 하기엔 여유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고 3때는 철부지 마음에 원망도 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하~ 아들 셋 한꺼번에 대학 등록금 내려면, 우리 아버지 어떻게 하신걸까...

진짜 답이 안나옵디다..

게다가 아들래미들 장가가는 데도 돈 많이 들잖아요..

우리 아빠 정말 돈 많이 버셨지요?

그 돈... 우리 아빠 술마시면서 번 돈이었습니다.

 

영업직이다 보니 접대도 많이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술도 많이 자셨지요.

가끔은 집 앞 방천(?)에 빠져서 오빠들이 구출하러 가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아버지가.. 원치 않던 방식으로 퇴직을 하셨어요.

아버지가 계시던 회사가 대 기업에 합병이 되면서, 말하자면 좌천 후 명퇴가 되신 거지요.

 

그런 이후...

그냥 집에 계셨어요.

왜 아빠는 취미 생활이 없냐? 어린 마음에 아빠한테 제발 나가서 운동도 하고 친구도 만나라고..

그랬었습니다.

밖에 나가면 다 돈이니까...

그 돈 자기 좋자고 쓰기가 아까워서..

자식새끼들 시집, 장가 보낼 돈이라고...

그래서 안쓰셨어요.

 

그러다가... 자꾸 자꾸 우리 아빠가... 정신을 놓으시는 겁니다.

처음엔, 아빠가 왜 자꾸 저렇게 이상한 행동을 하지?

나이가 드시니 괴팍해 지는 건가? 했어요.

그게 병인 줄 몰랐습니다.

그러기엔 너무 젊은 나이니까요.

 

그런데, 그 병은.. 차도가 있는 병이 아니잖아요.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낫는 병이 아니잖아요.

 

저, 결혼 할 때... 아버지께 물어봤어요.

아빠.. 나랑 팔짱끼고 예식장 들어가실 수 있겠어?

아빠가 그까짓 것 못할 까봐... 하시더이다.

그날은 우리 아빠 정말 맑은 정신이셨어요.

주례 선생님 말씀까지 다 기억하셨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들어 많이 악화 되셨습니다.

그리고... 결국 얼마 전 요양원에 들어가셨어요.

엄마가 자기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한다고...

저 사람 살릴라면 내가 들어가야 한다고...

맑은 정신이실 때 그러더래요.

 

하진이랑 같이 만나뵈러 갔었는데..

생각보다 시설이 좋아서 안심은 했다만.. 그래도.. 가슴 한 켠이 싸... 합니다.

 

아버지...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 말이 입안에 맴도는데

내가 그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면 더 안좋아지실까봐..

괜히 예쁜 할머니랑 바람피우면 안된다는 둥.. 여기 밥이 엄마가 해준 밥보다 훨씬 맛있겠다는 둥

흰 소리만 하고 왔습니다.

 

아버지..

나 아버지 덕분에 고생도 안하고 잘 컸어요.

부모한테 받는게 당연한 건줄 알았는데, 내가 부모가 되어 보니...

그게 다 엄마, 아빠가 제 살깎아서 자식 먹이는 거더라구.

엄마, 아빠한테 받은 거... 나도 내 자식 한테 주면서 살 게요.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죄송하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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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연지우맘
  • |
  • 2010-10-23 06:41
답댓글

아버님 건강이 많이 나빠지셨나보네요... 맘이 넘 아파요...

어제 댓글 달려다 애들땜시 이제야 와보네요...

전 아빠를 넘 일찍 보내드려서 항상 맘 한구석이 아련하답니다...

저두 두 남동생만 두고 저 하나 딸이라 큰아이다 보니 아빠의 사랑을 넘 마니 받아서 지금두 그 사랑의 힘으로 버티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큰 아빠의 사랑 ... 너무 어려서 표현도 못해보고...

그래두 은주리님은 아직 기회가 많으신거죠?... 많이 표현하세요... 저두 성격이 맘과는 다른 말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많이 보여주시고 마니 마니 사랑한다 말씀도 해주시고... 그래야 은주리님이 담에 시간이 흐른뒤에라도 맘이 편하시리라 생각해요...

괜시리... 맘의 위로가 조금이라도 되셨으면 해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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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남매맘
  • |
  • 2010-10-22 17:13
답댓글

에구..  눈물이..

저희엄마 돌아가시고, 새엄마한테 구박받는다고, 딸셋을 혼자 키우셨어요.

사람들은 돌아가신 엄마 보고 싶냐고 많이들 물었지만..

사실, 지금은 아빠가 없다면 어떻게 살까..싶어요.

평생을 자식들 위해 보내셨고..지금은 또 예준이예인이 보신다고..

제가 아빠를 들들 볶네요..이젠 예준이가 할아버지를 들들 볶구요.. --;

아... 잘해야하는데..그게 참..

딸이 참 못됐어요..

잘 안되니...

아들은 말이 없이 듬직하지만.. 딸은 다정다감하면서도.. 하고싶은말 다 하고.

커서도 계속 투정만 하는것같아요.

오늘은 아빠한테 살갑게 좀 해봐야겠어요.

은주리님 아버님.. 오래오래 오래오래 사세요.. 건강하세요.

사무실 앉아서 눈물 줄줄 흘리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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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쭈니찌니맘
  • |
  • 2010-10-22 16:37
답댓글

이글을 읽고 10년전 우리 큰아이 100일쯤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가 떠오르네요... 아프신몸에도 우리아이를 엄청 이뻐하셨거든요.... 부모님이 오랫동안 살아게신것인 큰 복입니다.   아이에게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을수 있고 살아계신 자체로 든든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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