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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6일]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서 보름전 행사일정이 발표되자마자 예약을 했다.
들판을 지나면서, 텔레비젼의 광고 중 나오는 허수아비를 보면서, 그림책에서 본 허수아비를 보면서 "야~ 허수아비다"하는게 전부여서 이렇게 직접 허수아비를 만들게 되는 기화가 닿아 얼마나 신나했는지 모른다.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몰라서 집에서도 한참을 고민했다.
고민한다는 것이 결국엔 동생 이사할 때 들렀다가 가져온 겨울 털모자와 노란 목도리,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입었던 빨간색 털 스웨터를 갖고 가기로 했다.
얼굴을 만들려면 하얀 옷도 필요하겠지..해서 현지아빠의 아직 입을만한 속옷(흑흑)을 챙기고, 작은 유리병 음료수를 먹고 모아 둔 병뚜껑(토마토 병뚜껑은 빨갛고..알로에 먹은 병뚜껑은 녹생이어서 나중에 윗부분은 녹색 병뚜껑으로..아랫부분은 빨간색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가위도 필요하겠지..테이프도 넣고..매직도 넣고..혹시 모르니 못쓰는 립스틱도 가져가자..쿠킹호일도 반짝이니까 참새들을 쫓는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겠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동서와 희웅이, 그리고 같이 가기로 했던 일행과 모두 만나서 박물관으로 들어가 안내문과 음료교환권 등을 받아 챙기고 허수아비의 주축을 이루는 나무틀과 짚단, 그리고 노끈을 받아서 드디어 작업에 착수.
두집 다 아빠들이 못올 줄 알았으면 한팀만 신청해서 같이 만드는거였는데..현수네와 세훈이네는 아빠랑 같이 뚝딱뚝딱 잘도 만드는데 동서와 나는 아이들의 아주 작은 도움만 받으면서 낑낑대면서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그러면서 컨닝을 하면서 만들었다.
허수아비를 만드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리도 척척 만들어 연결하고 바지까지 입히는데 그제서야 우리는 "왜 윗도리만 생각하고 바지는 생각을 못했을까.."한탄하기 시작했다.
현지의 참여를 구하기 위해 "현지야, 지푸라기 가져와서 허수아비 팔 만들자. 여기 밑에다 놔. 그래, 잘했다. 그리고 현지가 노끈 좀 가위로 잘라줄래..?" 그래도 허수아비 만드는 것이 재미있는지 가지런한 지푸라기를 움켜쥐어 삐죽삐죽 튀어나오게 해서는 허수아비 머리에, 팔에 아무렇게나 올려놓으며 "엄마, 허수아비 만들었어요"하는 걸 보니..아이구~~~
본체도 만들기 전부터 머리부분에 속옷 자른 것을 둥글게 말아주고, 목도리를 둘러주고(머리부분이 너무 길어서 가릴 수 밖에 없었다. 한겨울에 밀짚 허수아비도 아니고..창피하다), 빨간 스웨터도 허수아비 팔이 길어 들어가질 않아 등을 잘라 겨우 입히고나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양쪽 팔을 호일로 감아 테이프로 고정했고 바지가 없는 허수아비를 정리하기 위해 그냥 윗옷을 둘둘 말아 그 위부터 나무 있는 곳까지 호일로 둥글둥글 말고 난후에 본드를 이용해 병뚜껑을 단추처럼 목부터 아래부분까지 일렬로 쭈욱 붙였다.
"현지야, 허수아비는 논같은 곳에 서서 참새들이 곡식들 못먹게 사람처럼 서있는거야. 가짜사람이다 그러니까..그렇지? 현지도 허수아비처럼 서봐. 어떻게 하는거야?"
"이렇게(나비가 날아가는 것 같다)"
필름 쓰고 남은 통 두개로 눈을 만들고, 동서가 눈썹을 만든 끈으로 입을 만들고 빨간 홍조를 띄게 살짝 그려주고..코도 그리고..
동서 허수아비는 장난감에서 떨어져 나온 부속품들을 이용해 이목구비가 또렷한 허수아비가 되었지만 우리 허수아비는 아파서 눈만 툭 튀어나온 허수아비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지나가는 아이들이 팔과 다리(비록 하나였지만)에 칭칭감긴 호일의 반짝거림과 병뚜껑이 윗부분은 녹색으로.아랫부분은 빨간색으로 장식된 것을 보면서 한번씩 만져보고 가는 걸 보니 조금은 실망스런 현지와 나의 허수아비에 위안이 되기도 했다.
다 만들고 난후 우리는 서로의 허수아비에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현수네가 만든 허수아비는 "삐에로의 생일"이라는 제목의 풍선과 방울방울 달린 생일파티의 주인공
허수아비가 되어 아이들이 자꾸 그쪽으로 달려가 관심을 보였다. 준비가 철처한 엄마군..
세훈이의 허수아비도 세훈이 미래의 여자친구라며 머리카락과 하늘거리는 치마까지 구색을 갖추었는데..
우리 허수아비는 하체가 없는..엽기 허수아비가 되었네..
준비의 미비함을 뼈저리게 후외해도 소용이 없었다.
다 만든 후에 "반짝이는 하루"라는 제목으로 접수를 마쳤고 희웅이는 "기다림"으로 접수를 한 후에 자리를 잡아 꽃았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후에 풍물패 흥시렁의 "삼도풍물시나위"를 흥겹게 즐겼다.
그 와중에 희웅이는 잠이 들고..현수네는 가고..세훈이네를 잃어버리고..했지만 현지와 나는 제일 앞에 앉아서 장단을 맞추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풍물패거리를 위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잠시후 태권도 시범도 있었지만 땡볕에서 아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태권도와 심사시간을 기다려 "북청사자놀음"을 볼때까지 기다리기가 힘들어 집에 돌아오기로 했다.
현지에게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될 뻔했는데...
박물관을 나오는 길에 특이하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준비가 철저한 많은 허수아비들이 내년을 확실히 기약하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노끈대신 새끼를 꼬아서 노끈을 대신해서 통일성도 주었고...지푸라기를 이용해 댕기머리도 만든 허수아비도 있고..
내년에는 기필코 미리미리 구상까지 다 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와야지..
우리가 만든 허수아비를 찾아서(현지가 잘도 찾는다) 또다시 기념촬영을 했다.
와~~~ 정말 즐겁고 재미있고.. 하하하.
내년에는 기필코...
수상 발표를 못보고 왔지만 그렇게 허술한 허수아비를 만들어 놓고도 '혹시 우리것이 작은 상이라도 타지 않았을가..'하는 허망한 꿈까지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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