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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 들어요

  • 홍박샘
  • |
  • 2011-04-12
67

최근 몇 년 간 도둑이 자꾸 들어요.

대도는 못 되는지 사소한 물건을 집어갑니다.

내가 보는 책이나 손톱깍기, 더러는 행주도 집어가고요.

좀 값나가는 거로는 휴대폰과 지갑도 가져가요.

아주 자주 자동차 열쇠도 집어가죠.

집 열쇠도 자꾸 집어가길래 년 전에 번호키로 바꿨어요.

가장 잘 가져가는 게 제 안경이어요.

 

이 도둑은 개구쟁이입니다.

없어졌다고 제가 난리를 치고 나면 조금 있다 감쪽 같이 갖다놓습니다.

원래 침대 맡에 있던 걸 화장대 사진 뒤에 놓지요.

화장실에다 옮겨놀 때도 있어요.

심보가 사나울 때는 몇 달 뒤에 도로 주기도 합니다.

어떤 거 이사갈 때 침대 밑에 도로 갖다놓대요.

양심이 있어서 돈도 도로 줄 때가 있어요.

지난 번에는 옛날 입던 옷에서 10만원 수표가 나왔어요.

도둑이 고마워 보긴 처음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냉장고에서 햄을 집어갔어요.

샌드위치 싸달라는 남편한테 대신 참치로 싸줬어요.

그런데 냉장고 아래 칸에 얌전히 뒤집어서 갖다놓은 거 있죠?

그러면 내가 햄인 줄 모를줄 아나, 흥.

덕분에 유통기한 거의 다되가는 참치를 치운 것은 소득이어요.

 

그런데 희한하게 집어가도 될 물건은 안 가져가요.

며칠 씩 집을 비우고 서울로 지방으로 돌아다니다 와도

그 것만은 그대로 있어요.

늙어서 말은 없고 밥만 달라는 남편이요.

도둑도 아는 모양이어요.

도통 쓸모가 없는 인류라는 걸.

 

참, 그 도둑 아직 잡히지는 않았는데 신분은 일부 노출된 모양이어요.

성이 '건'이랍니다.

건씨는 주로 중년 여성을 찾아다니며 해코지를 하는데

최근 우리 동네 B여사는 전화기를 냉장고에서 찾았대요.

더 심각한 케이스는 옆 동네 C여사의 지갑이 재활용품통에서 나왔대요.

 

건씨는 문도 안 열고 벽도 안 타고 살짝 들어옵니다.

혹시 건씨가 댁내 다녀간 적 있수?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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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살나라
  • |
  • 2011-04-19 10:00
답댓글

우왕 저에게 건씨가 왔나 봐요

댓글 보고 알았습니다

건씨가 누구인지요^^*

유쾌한 하루 감사히 잘 받을께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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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마태희
  • |
  • 2011-04-18 00:22
답댓글

푸하하하~~~~~~~

진짜 정말 대박입니다

남편이랑 한바탕하고선 자는 모습도 왜이리 얄미운지

아까 싸울때까지만해도 애교육이나 꼬라지가 어떻게 되든지 나도 상관안하겠노라

다짐했었는데

역시 쑥쑥을 들어오니 나도 모르게 웃고 댓글달고 하고있더랬습니다..

그러던중 박사님글에 완전 빵~ 터졌네요^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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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재노맘
  • |
  • 2011-04-17 16:29
답댓글

하하하!!

애 셋이랑 정신 없다봄 저희집도 건씨가 자주오는데

저녁에풀죽은 목소리로

신랑테 건씨에 대해 말함

"애들만 안 잊어버리고 잘 끼고다님돼"라 위로의말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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