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도둑이 자꾸 들어요.
대도는 못 되는지 사소한 물건을 집어갑니다.
내가 보는 책이나 손톱깍기, 더러는 행주도 집어가고요.
좀 값나가는 거로는 휴대폰과 지갑도 가져가요.
아주 자주 자동차 열쇠도 집어가죠.
집 열쇠도 자꾸 집어가길래 년 전에 번호키로 바꿨어요.
가장 잘 가져가는 게 제 안경이어요.
이 도둑은 개구쟁이입니다.
없어졌다고 제가 난리를 치고 나면 조금 있다 감쪽 같이 갖다놓습니다.
원래 침대 맡에 있던 걸 화장대 사진 뒤에 놓지요.
화장실에다 옮겨놀 때도 있어요.
심보가 사나울 때는 몇 달 뒤에 도로 주기도 합니다.
어떤 거 이사갈 때 침대 밑에 도로 갖다놓대요.
양심이 있어서 돈도 도로 줄 때가 있어요.
지난 번에는 옛날 입던 옷에서 10만원 수표가 나왔어요.
도둑이 고마워 보긴 처음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냉장고에서 햄을 집어갔어요.
샌드위치 싸달라는 남편한테 대신 참치로 싸줬어요.
그런데 냉장고 아래 칸에 얌전히 뒤집어서 갖다놓은 거 있죠?
그러면 내가 햄인 줄 모를줄 아나, 흥.
덕분에 유통기한 거의 다되가는 참치를 치운 것은 소득이어요.
그런데 희한하게 집어가도 될 물건은 안 가져가요.
며칠 씩 집을 비우고 서울로 지방으로 돌아다니다 와도
그 것만은 그대로 있어요.
늙어서 말은 없고 밥만 달라는 남편이요.
도둑도 아는 모양이어요.
도통 쓸모가 없는 인류라는 걸.
참, 그 도둑 아직 잡히지는 않았는데 신분은 일부 노출된 모양이어요.
성이 '건'이랍니다.
건씨는 주로 중년 여성을 찾아다니며 해코지를 하는데
최근 우리 동네 B여사는 전화기를 냉장고에서 찾았대요.
더 심각한 케이스는 옆 동네 C여사의 지갑이 재활용품통에서 나왔대요.
건씨는 문도 안 열고 벽도 안 타고 살짝 들어옵니다.
혹시 건씨가 댁내 다녀간 적 있수?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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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맘 2. Willy the Dream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