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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24일]
마곡사 계곡으로 친구들하고 자주 놀러가던 곳이었지만 그 이후로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다.
그곳 입구쪽에 장승고을이 생겼다는 기사를 오래전에 본 적이 있었다.
엄마에게 거기에 같이가자고 했더니 도토리 주으러 버스를 타고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봤는데 "도깨비 소굴처럼 멀뚱하니 장승들만 잔뜩 서있는 곳"이라며 뭐 볼게 있어서 그곳까지 가냐는 것이다.
"현지가 장승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집에서 마곡사까지는 30분정도가 걸렸다.
버스창문을 열어놓고 마음껏 바람을 맞으며 보는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와 맨드라미,그리고 잘 익어가는 들판의 벼들은 연두빛 띄는 노란색으로 가을을 맘껏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현지야, 크게 숨 쉬어봐. 공기가 참 맑지. 저기 노랗게 보이는게 벼야. 저기서 쌀이 나오는거야. 가을이라 색이 너무 아름답지..코스모스 봐.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바람을 맞는것이 좋은지 눈을 지긋이 감고 미소를 띄우고 있는 모습이 자연을 느끼기라도 하는 듯 보였다.
버스를 타고 내리니 새로 만든 듯한 넓은 주차장과 주변에는 새로 상가를 짓는 듯 공사하는 곳이 많았다.
저쪽에 커다란 표지판에 "장승촌"이라는 글씨가 보였고, 삐죽삐죽 솟은 장승들이 보였다.
장승이 2천여개가 넘는다던데..그렇게 많아보이지는 않았지만 가까이 가서 차례로 돌아보니 입구에서 안보였던 곳까지 빼곡하게 장승들이 늘어서 있었다.
기사만으론 거대한 장승들이 빼곡하려니...했는데 특색있게 조각된 장승들도 많았지만 그중의 반은 새까맣게 탄 나무로 만든 작고 키작은 장승들이었다.
작년에 강원도 산불로 고사한 나무들을 모아 전국의 장승 조각가들이 모여 2천여개가 넘는 장승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직도 장승을 조각하러 들르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조각이 진행중인 장승이 누워있기도 했고, 세우다 만 장승도 보였다.
대통령 장승도 있었지만 별로 멋지지는 않았다.
예수님장승, 성모마리아장승, 호랑이의 줄무늬를 표현한 장승, 나무가지를 엮어 만든 대문 위에 걸린 날아가는 용 장승, 도깨비뿔과 이빨을 예쁘게 칠해놓은 장승과 빨갛고 푸른 고추모양 그대로의 장승..
월드컵장승도 있고, 남녀가 사랑하는 장승도 있고..
장승기둥에 새겨져 있는 제목을 보면서 장승을 보고있으면 제목이 기가막히게 잘 붙여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엄마, 저거 천하대장군이지.."
아는게 그것밖에 없는지..맨날 봐오던 장승이 그것뿐이어서인지..장승의 모양새를 한건 모두 천하대장군이랜다.
"엄마, 이건 코끼리 장승인가보다. 코가 손이래~~"
뿌리채 뽑혀 누워있는 장승은 아마 제일 크지 않았나 싶은데 나무의 본래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독특하고 조금은 야시시한 표현까지 해서 멋진 사진 한장을 뽑을 수 있었다.
삐죽삐죽한 가지를 그대로 살리려니 제일 쉽게 떠오르는 발상이었는지 그런 조금은 야시시한 장승들이 눈에 띄기도 했지만 다양하고 재치있는 여러가지 장승을 경험할 수 있어서 독특한 경험이었다.
어디가서 이렇게 다양하고 천의 얼굴을 한 장승을 만날 수 있었을까.
머리를 산발한 장승들도 몇개 있었는데 뿌리 부분을 위로 올려서 조각을 해서 그 부분이 머리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저 일자 나무통에 획일화된 장승을 새기는 것이 아니라 가지도 적당히 원형을 유지하면서 약간씩뒤집어서 표현한 이런 부분들이 색다른 장승조각의 재미를 주고 있었다.
미륵보살상도 세워지는 중인가보다.
바로 옆에 잘 꾸며진 정원이 있어 들어갔더니 잔디가 무척 푸르렀다.
엄마가 방아깨비를 잡아 방아찧을 떄 부르는노래를 부르니 방아깨비가 신기하게도 위, 아래로 방아를 찧는다.
현지는 이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엇던 모양이다.
겁이 나서 만지지도 못하더니 잘도 만지고 할머니가 그걸 잡아가자고 했더니 "방아깨비 늦었어요. 빨리 가야되요" 하면서 놔주라고 해서 놔주었더니 "늦었잖아..빨리가~~빨리가.." 그러면서 손으로 밀어주고 날아가면 쫓아가서 두손으로 담아 올려 날려주기를 계속했다.
장승들도 살펴보고 사진도 엄청 찍고..슬슬 마곡사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엄마랑 나랑 현지랑 같이 걸어가는데 갑자기 "한줄로 서서 가야지.."그러면서 생떼를 부리는 것이다.
알고보니 어린이집에서 앞사람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한줄로 걸어가는 걸 해서 길을 걸어갈 때 그렇게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는 무슨 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뛰면 안돼요..달리면 안돼요..손들고 가야죠.."그러면서 엄마도 같이 손을 들어야 한다고 잔소리하기 일쑤다.
어쨋든 뒷발에 치이든 말든 칙칙폭폭을 하고 5분정도 되는 길을 걸어가면서 밤나무 밑의 밤송이를 발견해서 그 자리에서 발로 알맹이를 빼 이로 갉아서 생밤을 아작아작 먹으면서..도토리도 주우면서..걸어갔다.
해볼건 다 해보네..밤농장 체험행사가 필요없을 정도였다.
마곡사 근처에 가보니 부서진 건물..상가가 빠진 건물..명소같은 느낌이 전혀 안났다.
예전에 상가가 있던 건물을 없애고 절에서 조경을 한다고 아래에 신축하고 있던 상가로 다들 옮긴다는 것이었다.
내년쯤 다시 가보면 깨끗한 마곡사를 들를 수 있겠지..
마곡사 안까지는 들어가지 않았다.
저녁이 다된 시간이어서 제대로 돌아볼 수 없을테니까..
마곡사로 가는 길에 장승촌에 들르면 좋은 구경이 될 것 같다.
내년쯤..봄마곡사..가을갑사..라고들하니 내년 봄에 이곳에 들르면 잠시 장승들에게 들렀다 가야겠다.
새로운 것을 자꾸 알아가는 현지가 내년 쯤 이곳에 들른다면 자신이 아는 것들이 장승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들을 찾으면서 이번과는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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