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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개월+10]UNREAL TIME VLDEO

  • 김상민
  • |
  • 2001-09-29

1!@#$
[2001년 9월 28일]

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새로운 전시회가 열렸다.
한·유럽의 비디오 작가전인 ?_blank"UNREAL TIME VLDEO"

난 그저 백남준 전처럼 어떤 오브제를 사용해서 그 안의 영상물에서 메세지를 전달하는 작품전일 것이라 생각하고는 오랜만에 마로니에 공원에 가서 현지가 좋아하는 "비둘가~~"도 불러보게 할 겸 데리고 나갔다.
마로니에 공원 내에 있는 미술회관엔 저번에도 층계를 올라갈 때마다 해골을 밟게 되서 괴성을 지르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라 그곳에 가는데 이번에는 다른 전시를 할거라고 얘기해주었다.

1층 전시장은 입구부터 어둡고 흐느적거리는 소음이 들려와서 현지가 내 손을 꼭 잡고 따라 들어왔다.
내 기대와는 달리..현지에게 비디오아트의 색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으리란 기대와는 달리 그냥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영화같기도 한..아니면 그저 작가들의 단순한(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수 없는)표현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는 것 뿐이었다.
적어도 내 생각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너무 어렵고..뭘 얘기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그냥 갈 수는 없었다. 어렵지만..이런 작품전시도 있다는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터널을 지나가는 소들과 버스..빛의 방향에 따라 변하는 눈부심과 반짝임..소에 메여진 방울의 딸랑임과 소음들..5분 정도 앉아서 그 영상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윙윙거리는 느낌이었다.
"엄마..재미없어 기자"
'그래, 나도 재미없는데..흑흑'

안쪽으로 들어가서는 카메라의 위치에 따라 변하는 대지..풀..하늘을 볼록렌즈처럼 보여주었는데 이건 그래도 재미있는 편이었다.
작가가 카메라는 직접 장비에 매달아 계속 걸으면서 위에서 내려다보고 찍기도 하고..밑에서 위를 보게 하기도 하고..
"현지야, 저건 위에서 내려다 본 땅이야. 지구처럼 둥글게 생겼네. 둥근 공 위를걸어다니는 것 같다." 이건 그래도 방향에 따라 똑같은 풀밭이 다르게 보이는 걸 느껴서인지 얌전히 보는것 같았다.

그저 그렇게 1층을 돌고 나서 2층으로 올라가니 유럽 작가들이 많아서인지 와인에 쿠키에 먹을 것이 많았다.
현지가 과자에 눈길을 주기 전에 얼른 데리고 들어가서는 전시를 얌전하게 잘 보면 나중에 끝나고 과자를 선물로 주는 것이라고 얘기했더니 "엄마, 난 작품 잘보지.." 그런다.

거꾸로 흐는는 듯한 파도(이 앞에서는 슈슈슉~~소리를 내면서 거꾸로 올라가는 듯한 손짓을 해가면서 보니 재미있어했다) 조용한 수평선을 천천히 돌면서 찍다가 갑자기 "펑"하면서 터지는 폭탄.
눈과 입을 닫았다..입을 벌린다..입을 다물고 눈을 뜬다..눈과 입을 동시에 연다..두손으로 얼굴을 가린다..이 순서가 여러사람을 통해 반복되는 작품 앞에서는 미리 다음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지켜보면서 따라하기도 했다.
"현지도 그대로 따라하는거야..어떤 순서인지 생각하고 따라해봐.."
깍꿍도 해가며 스크린을 향해 "입벌려야지.." 미리 열려라 참깨처럼 지시도 해보고..
하얀 벽면에 갑자기 사진이 나타나는 것도 신기한 모양이다.
특히 이 작품은 슬라이드 넘어가는 소리가 매력적이었다.

다 돌기도 전에 "엄마 나 작품 잘 봤으니까 빨리 과자 먹으러 가자.."그런다.
와인 한잔 먹으면 얼마나 좋았겠으련만..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과자만 서너개 집어 현지에게 들려주었다.

나에겐 전혀 재미있지 않았던 전시회였는데 현지는 어둠 속에서 보여지는 영상들이 펑펑 터지는 소음이나 다음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반복되는 슬라이드..단체사진에서 서서히 클로즈업되는 개인 인물의 음침함 같은 것에서 충격을 받은것은 아닐까..이게 재미있댄다.

대학로에 나갈 일이 있다면 지나는 길에 들러서 낯설기도 하고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조차 느끼기 어려운 이 전시회에 잠깐 들러서 엉뚱한 영상을 접해본다면 뜻밖의 경험이 될 것 같다.

마로니에 공원은 이미 어둑해졌고 어찌나 사람들이 많던지..사람들 속을 헤치고 다니느라 힘이 들었다.
우연히 farce festival이라는 팜플렛을 발견했는데 "어린왕자"를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어렵겠지만..텔레비젼 인형극에서도 했었고..해서.
미리 정보를 알았더라면 어린왕자 보러오는 길에 잠깐 들러서 이 전시회를 보면 두번 발걸음도 안하고 좋았을텐데..괜히 발만 고생시켰다.

재미있는 전시회가 있으면 어려운 전시회도 있는 법.
좋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현지는 여전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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