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가족의 일년은 크리스마스 1일 +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364일입니다.
12월 1일에 트리를 세우면 그 밑에 가족 선물과 산타 선물이 내려 앉습니다.
우리집 트리는 날이 지나도 아이의 아쉬움을 달래느라 꼬박 1월 말까지 서있습니다.
트리 세우기
날을 정해 광에서 트리를 끌어내옵니다.
엄마는 기분에 취해 음악을 틀어놓거나 가끔은 못 마시는 와인도 홀짝입니다.
사실 앞치마 두르고 먼지를 털어가면서 하는 일인데 말입니다.
그동안 모아 꽁꽁 싸매놓은 장식품을 하나하나 꺼내는데
어떤 건 반짝이 떨어져나가고 어떤 건 고리가 빠졌어요.
먼지를 털고 수선도 하지만 그 물건에 묻어있는 추억은 털지 않습니다.
요건 oo에서 세일할 때 산 거, 요건 XX에서 사려고 실랑이 하던 거.
공연히 비싼 거 왜 사냐고 투덜거리는 남편에게 제가 골이 났던 일화요.
또 어떤 건 아는 할머니가 브로치로 선물 주신 건데 고리가 고장나서 장식으로 쓰는 거.
그 할머니는 건강하실까? 어쩌면 돌아가셨을 지도... 등등.
트리를 뺑뺑 돌아 반짝이 꼬마 전구를 감고,
맨 마지막 트리 위의 별, 다윗의 별은 아빠가 올립니다.
그게 전통입니다. 그리고 점등식.
선물 잔치
그 트리는 요술 쇼을 벌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2 셋트,
고모, 삼촌, 큰엄마들이 보내오는 선물을 차곡차곡 품거든요.
원래는 성탄절 아침에 풀어봐야 하는데 궁금해 못 견디는
아들의 만행에 의해 선물은, 심지어 엄마, 아빠 것도 다 뜯겨진 채입니다.
포장지를 도로 얼기설기 해놓기 때문에 앞은 멀쩡해도 선물 뒤는 만신창이.
이미 아는 선물을 풀며 저희는 연기를 하죠.
"어머, 내가 좋아하는 거네, 이건 아빠가 바라던 거야," 등등...
오, 산타!
산타의 선물을 기다리는 아들의 기대 때문에 덩달아 부모도 흥분합니다.
이때부터 산타가 협력하여 자식의 훈육에 가담합니다.
트리를 세우면서부터 밤 마다 그 앞에서 아이가 wish를 하기 때문에
말을 안 듣거나 행동이 불순하면 "그래서 산타가 오겠어?"
이 한마디면 곧바로 행동 교정에 들어가 그날 밤 wish는 반성으로 시작됩니다.
"제가 오늘 잘못을 저질렀으나 다시는 안 할테니 스타워즈 광선검을 꼭 주시옵소서."
이 선물은 점점 과해져서 부모의 부담이 늘어갑니다.
값이 비싸지고 산타를 의심함으로 선물 목록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대놓고 "___를 산타가 주셨으면," 하더니 점점 "안가르쳐 줄거야."
아빠인지 산타인지 밝혀내고 말겠다는 성장통을 겪지요.
그러면서 부모는 양자 협조를 하여 선물을 캐냅니다.
"엄마가 봐서 그 선물의 값어치를 보면 산타가 올지 판단할 수 있잖니.
아빠도 같이 빌어줄게. 그럼 두배 힘을 발휘하잖아."
결국 이런 비열 유치한 수년 간의 자작극은 막을 내렸습니다.
그 마지막 산타 영수증은 영원히 제 지갑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아들은 청년으로 자라고.
산타여 안녕!
산타 없을 첫 트리
작년에 산타 사기극이 들통이 나서 저는 눈물을 한바가지 쏟았습니다.
그 생생한 '작전명 산타'가 추억의 산타로 퇴장을 했지요.
올해 산타가 선물을 놓지 않을 최초의 트리를 세웠습니다.
방울과 리본 칠갑을 둘러쓴 트리에 비해 제 트리는 초라합니다.
올해 트리를 더 큰 것으로 바꿨고 장식품은 고집스럽게 한 해 두 해 모은 것만 쓰니까요.
제 나이가 들수록 장식품은 늘어날 것이고 손주들이 산타를 기다릴 즈음에는
금은보화가 매달릴지도 모릅니다.
행복해서 눈물이 쏟아지는 크리스마스의 아이콘 제 트리,
게다가 폰으로 밤에 찍어 더 초라한 제 트리예요.
(저 세마리는 인형은 아이와 동화를 같이 읽던 식구입니다.)
공연히 감상에 젖어 끄적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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