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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라는 말의 부질없음 - 어느개 이야기

  • 은주리
  • |
  • 2012-06-20
10

어제..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 새벽이네요..

새벽 1시에 갑자기 잠에서 깨어,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고질적인 불면증이지요...
(근데 살은 왜쪄.. 왜? 왜?)

 

괜히 여기 저기 웹서핑을 하다가.... 쇼핑몰도 기웃기웃.... 게임도 조금....

그러다... 아이패드를 들고.. 웹툰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고양이를 기르는 작가의 생활웹툰이었는데...

그 작가가 참 개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을 좋아하는 작가더라구요.

작품에 그의 동물사랑이 담뿍 담겨져 있던 그런 웹툰을 읽다 보니...

 

문득... 저의 강아지가 생각났습니다.

 

사실 저는 결혼 전 말도 못할 애견인이었어요.

강아지가 아프다고 밤새 간호를 하면서 날밤을 새고, 차라리 내가 아픈게 낫다면서 울고 불고...

운동이라곤 숨쉬기 밖에 안하던 녀석이 강아지들 건강 때문에 퇴근 후 지친몸을 이끌고 산책을 나가고....

퇴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녀석들 손, 발, 똥꼬 닦아주고... 양치 시키고...

강아지용 유모차까지 사들일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요.

그런데, 먼저 시집간 회사 동료가 그러더군요.

"야.. 너도 애기 낳아봐라... 강아지는 아에 뒷전이고 애 옆에 못오게 하려고 할 거다.."

 

전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요?

 

우리 강아지는 친정 엄마네 집에 가 있고...

하진이 데리고 친정이라도 갈라치면, 질투에 눈이 뒤집힌 강아지에게 하진이가 해꼬지라도 당 할까싶어..

혹시 아이가 강아지 털이라도 먹으면 어쩔까...

예전에는 사랑으로 그득하던 제 눈에 경계심만 가득 남아 있더이다.

웹툰을 읽으면서... 우리 강아지가 나 한테 느낀 배신감이 얼마나 클까...

그러면서도 제가 가끔 들르면 자존심도 없이 쪼로로 달려 와서
나는 당신이 너무 좋아요... 라고 온 몸으로 말하며  내 얼굴이며 손을 마구 핥는 아이...

강아지와 아이 중 누가 더 중요하냐... 이런 말도 안되는 유치한 문제로 생각에 빠진 것이 아니라...

나란 인간이... 이렇게 간사하게 변해버렸다는 그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졌습니다.

 

살면서.. 절대... 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썼던가..

 

난 절대, 요크셔테리어를 키우지 않을 꺼야. - 유기견 업둥이로 어쩌다 기르게 되었습니다.

난 절대, 내 사 생활을 온라인에 까발리며 살지 않을 꺼야. - 매일 까발리며 삽니다.

난 절대, 남편을 아침 굶기고 출근시키지 않을 꺼야. - 아침 먹은 날이 오른손 한 손으로도 못 꼽습니다.

난 절대, 구겨진 와이셔츠를 입고 다니게 하지 않을 꺼야. - 제가 안다려주니 세탁소에 맡기더군요.

난 절대, 내 아이를 버릇없는 아이로 키우지 않을 꺼야. - 이 문제는 아직 결론이 안났으니 패쓰...
난 절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엄마가 되지 않을 꺼야. - 많이 어겼습니다.
난 절대, 아이에게 짜증내고 소리지르는 엄마가 되지 않을 꺼야. - 미안하다.. 아들아...

 

내가 지금까지 써 왔던 절대.. 라는 말이 얼마나 부질없는가...

그리고 내가 얼마나 편협한 인간이었던가... 다시 한 번 돌이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을하면서도 "넌 대체 왜그러냐? 난 안 그런다..."
이런 편협한 마음으로 팀원들을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아내로써도.. "당신은 도대체 왜 그러지? 난 이해가 안돼"

라는 자기 입장만 고수하지는 않았는지....

 

엄마로써도..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러는 거야!" 하면서 아이가 하는 행동의 옳고 그름 보다는

지금 당장 내가 힘들고 짜증이 났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행동하지 않았는지..

 

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스쳐 지나갑니다.

 

저는... 이제... 절대! 절대라는 단어를 쓰지 않겠다.... TㅅT

라는 다짐을 또 해 봅니다.

 

나랑 다른 사람을 보면...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길...바래 봅니다.

 


---------------------------------- 번 외 편 -----------------------------------------

고양이와 강아지에 대한 웹툰을 보다가 떠오른 책 한 권...

어느 졸리운 오후... 잠을 깨기 위해 회사 창고로 숨어 들어갔다가 우연히 만난 책입니다.










영문판으로는 a day, a dog 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예전에 <떠돌이 개>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책입니다.

글자라고는 제목 외엔 한 자도 등장하지 않고... 거친 스케치만으로 격한 감정을 전달하는 이야기이지요.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가족들로 부터 버림을 당한 개... 달리는 차의 창 문 밖으로 무참히 버려집니다.

왜? 왜? 왜 나를 버리는 거야?

제발 나를 두고 떠나가지 말아줘!!!

 

개는 필사적으로 달리지만... 무심히 뒤를 한 번 휙! 쳐다보고 지나가는 주인은 차를 멈추질 않습니다.

 

결국 혼자 남게 된 개가 저지르는 우연한 실수는 대형 사고를 불어일으키고...

버림받은 개는... 내가 잘못해서 버림을 받은 거란 알 수 없는 죄책감... 외로움.. 비참함으로 인하여...

고개를 떨구고 점... 점 더 작게 작게...그려집니다.

페이지를 넘길 수록 개는 더욱 더 사람을 향해 등을 지고.. 크기는 더욱 작아집니다.

그러다.. 

멀리서 개를 향해 한 소년이 달려옵니다. (소년이 옛 주인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를 향해 다시 한번 인간을 바라보게 되는 개의 기대어린 시선으로
작가는 희망을 이야기 하려 합니다.



<비오는 날의 소풍>, <곰인형의 행복>을 쓴 가브리엘 벵상은 벨기에 태생입니다.
저는 이름만 보고.. 그녀가 남자인 줄 알았어요.

드로윙도 너무 박력이 있어... 당연히 남자겠거니.. 했지만.. 그녀는 "여사"입니다.

 

단어를 한 마디도 쓰지 않고도 섬세하고도 격렬한 감정의 묘사가 가능한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그녀는 사람의 심리를 저 밑 바닥까지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것이 분명할 듯 합니다.

아이와 함께 방학 동안 읽고...

우리 주변의 확산되는 애견 문화나... 유기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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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꽁이
  • |
  • 2012-06-20 11:06
답댓글

은주리님~

마지막에 올려주신 그림..아침부터 또 짠해졌어요..ㅠㅠ

개인적으로는.....

잠시 키우다 그냥 버릴거면, 아예 키우지도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저 말을 못할 뿐이지, 사람처럼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데..

가족으로 여기고 따르던 사람들에게 버림받았을 때,

얼마나 참담한 심정일지...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거든요..ㅠㅠ

 

우리 곰돌이도 이제 많이 늙어서,

뽀대나게 이쁘지는 않아도, 가득이나 식탐 때문에 살이 쪘는데 나이살까지 더해서..뒷다리 인대가

다 파열되어, 잘 걷지는 못해도, 좀 더 우리 곁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소의가 아주 어릴 적, 낯선 사람이 소의를 만지기라도 할라고 하면,

그 순하고 겁 많던 곰돌이가 갑자기 무섭게 짖어대는 모습을..

저는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아요..^^

 

은주리님 때문에 갑자기 센치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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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주리
  • |
  • 2012-06-20 18:42
저도 초등학교 때 부터 기르던 첫 강아지... 우리 쪼롱이.... 19년 살고 보냈었어요.
정말 강아지도 늙는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지요.
나중엔 눈도 안 보이고, 털의 윤기도 하나도 없이 푸석하고...
그래도 깔끔 떨면서 새초롬했던 우리 쪼롱이... 내가 어려서 너무 잘 못해 준 것 같아 항상 마음에 미안함이 남는 아이입니다.
쪼롱이 딸은 쪼롱이보다 빨리 갔었어요. 자궁에 종양이 생겨서 수술을 했는데, 잘못되는 바람에 갑작스럽게 떠났지요. 13살 되던 해였어요. 그때도 제대로 인사를 못했던 것이 참 마음에 걸립니다.
그리고 잠시 충무로에서 입양했었던 애플이라고 이름 지어주었던 아이는 열흘도 못채우고 장염으로 그 어린 것이 곁을 떠났고...
그 다음에 들인 것이 우리 빠마와 유기견 빠다였어요.
빠다는 우리 빠마의 유모견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었지요. 배변 훈련도 갈쳐 주고... 메너도 많이 알려주고.. (물론 나쁜 짓도 갈쳐 주었지만... ㅎㅎ)
이번 주말에는 친정에가서 그동안 잘 못해준 나쁜 주인이었음을 자수하고 용서를 빌고 와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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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kcarrot
  • |
  • 2012-06-20 10:27
답댓글
예전에...
개 키우기전에는 개를 안고다니고 뽀뽀하고 옷입혀다니는 사람들 욕했드랬죠...
애한테 밥먹을때 돌아다니게
놔두고 밥 먹여주는 엄마들 욕했드랬죠....
그런데 제가 욕하던 사람들의 짖을 하고 있지
뭡니까....
사람은 무릇 어떤 상황에 처해지지 않으면 절대로 그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못하는거 같아요.
유기견... 누군가에게 버림받는다는것으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을까요.. 그림만으로도 그런감정이 전달된다는 것에 놀랍습니다~
너무나 멋진 책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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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주리
  • |
  • 2012-06-20 18:44
지금도 엄청스레 편협한데...
옛날에는 더 그랬었다지요.. 세상에 지 만큼 똑똑한 사람 없는 줄 알고.. 무서운 것 없이 까불었지요.
지금은 3년 전의 제 모습만 뒤돌아 봐도 얼굴이 발게질 정도로 많이 부끄럽습니다.
내가 미쳤었나봐... 하는 생각도 들구요.
인간이 인간다운 사람만이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될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다는 걸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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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kcarrot
  • |
  • 2012-06-23 00:37
공감백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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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영사랑
  • |
  • 2012-06-20 10:16
답댓글

저도 예전에는 강아지를 무척 좋아했습니다만....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고 돌보기 위해서 얼마나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한가..를

고민하게 되면서 이제는 섣불리 강아지를 기르지 못하겠더라구요.

물론 제가 귀차니즘에 빠진 이유가 더 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원영이는 요즘 강아지 키우고 싶다는 말을 자주해요.

하지만 책임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한 마리 키워볼까...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주인이 외출했을 때 집에 혼자 남겨진 강아지가 느낄 쓸쓸함...

또 한마리만 키우면 강아지도 외롭다는 말을 듣기도해서 이것도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정말 '절대'라는 말....이 세상에 정말 절대적인 것은 없는 듯 합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우리네 인생이니 말이어요. ^^

은주리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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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주리
  • |
  • 2012-06-20 18:46
하진이도 저를 닮아서 동물을 무척 좋아해요.
하진이가 뱃 속에 있을 때 이 아이는 장래 커서 아픈 동물을 도와주는 수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다녀서 그런가... ㅎㅎ
하진이도 강아지니 고양이 무척 좋아하는데... 아이를 위해서도 그렇고... 동물을 위해서라도 너무 어린 나이에는 안들일 생각이에요.
적어도 책임감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과 지켜야 할 규칙을 지킬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그때... 반려동물을 들일 생각입니다.
동물이 귀엽다는 생각 이전에 얼마나 돈이 많이 들고... 얼마나 손이 많이 가며... 얼마나 내가 귀찮아 질 수 있는지... 충분히 생각한 다음.. 다들 동물을 기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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