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여느 때처럼 아이와 함께 킴앤쟌슨에 갔다가, 위씽 시리즈인 킹 콜즈 파티를 구입했어요. (히플러님께서 마더구즈의 노래들이 들어있다고 소개해주셨던 거지요. ) 이 비디오는 Cole 왕의 생일파티가 열리는 걸 알자 주인공 아이들이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선물로 드리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이 과정에서 겪는 여러 친구들과의 만남과 우정, 궁정에서의 파티, 소중한 선물들의 가치를 알아주는 왕의 모습 이런 것들을 잔잔하게, 감동어리게 그려 본 작품입니다. 우리 아이들(만5살, 21개월)과 이 비디오를 보면서 아이들이 즐거워했던 부분 중의 하나는 붉은 옷을 입은 광대가 몇번이고 연습하는 말들에서였어요. "Peter Piper picked a peck of pickled peppers A peck of pickled peppers Peter Piper picked If Peter Piper picked a peck of pickled peppers where's the peck of picked peppers Peter Piper picked?" 이런 말놀이는 잘 알려져 있듯이"tongue twister(혀 꼬이는 말 놀이)"이죠. 우리나라에도 "간장공장공장장은 강공장장이고 된장공장공장장은 장공장장이다" 외에 많이 있는 것처럼, 한창 말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흥미를 자아내는 이런 말놀이는 나라마다 있나 봅니다. 이런 tongue twister는 궁정의 하녀들이 수다떠는 말 중에서도 또 나옵니다.(butter, bitter, better를 사용하고 있지요). 이부분에서 폭소를 터뜨리는 큰아이에게 제가 우리말로 위의 "간장공장..."을 말해주니까 또 얼마나 재미있어하든지.. 따라하다 틀리기도 하고, "공장장"이 뭔지 물어보기도 하더군요. (이걸 가르쳐 주면서, 자연스레 어휘력 확장!) 이 말을 하는 역할인 "광대"를 저는 눈여겨 볼 수 있었어요. 왜냐하면, 이 그럭저럭 조연 역할을 하는 광대로 인해 이 스토리의 시대가 언제인지, 이 비디오에서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쉽게 광대라고 부를 수 있을 이 신분의 사람을 당시에는 Juggler라고 불렀답니다.(이것은 이 비디오가 끝나고 나오는 자막에서 출연진의 배역 부분에 씌여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요.) Juggler 또는 종글레르Jongleur라 불렸던 사람들은 중세의 유럽 궁정 같은 데서 노래를 하고 춤도 추고 악기도 연주했던 사람이었다는 걸 역사 시간에 배웠던 게 생각이 났죠. 이 사람들은 이 비디오에서도 나오는 '곤봉을 던지고 재주를 넘는' 또 다른 부류 Acrobat와는 달라서 대중들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담당했던 신분이었지요. 중세 시대라는 걸 우리는 사람들의 의상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만, 이런 신분의 사람을 넣은 데다가, 궁정에 있는 세 명의 악기 연주자들이 피들fiddle(중세에 있었던 바이얼린 족의 악기)을 연주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Polly,,,,,,,,,,Kettle......" 노래에서 나오는 Harpsichord 악기(14세기 이후에 나온 건반악기, 피아노의 전신이 되죠)의 음색을 들으면서 알 수 있게 해 놓았답니다. 이러한 것들을 보면서 저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상 속에다 이처럼 자연스레 자기네 서구유럽의 음악적 전통의 중요한 면모들을 집어넣어 경험할 수 있게 해 놓았구나 하는 걸 느꼈지요. 우리나라의 유아대상 프로그램 중에 우리 음악문화의 전통에 대해 재미나는 이야기 속에다 자연스럽게 삽입시켜 나중에 중학교에 가서 '외우지' 않아도 가슴으로 느끼며 알 수 있도록 기획한 작품(이를 테면, 비디오)이 있는지 의문이 들더군요. 전통이란 말이 나와서 드는 생각이 있네요. 서양사람들이 자기네 문화적 뿌리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 보존욕구가 얼마나 강한지 잘 알 수 있는 한 예로, 서구에서 음악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대부분이 음악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들이고 또 그 대부분이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을 전공하는 학자들이라는군요. 그 옛날부터 전해오는 음악문헌을 쌓아둔 기록보관소에서 돋보기를 끼고 하루종일 옛날 조상들이 남긴(이들은 기록도 참 철저히 보관하지 않습니까!) 문화적 전통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는 말이죠. 그러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문화의 전통적인 면모를 심어주고 있다는 건 당연한 '교육'이라 할 수 있지요. '위씽' 시리즈를 기획한 사람들이 이 킹 콜즈 파티라는 비디오를 중세를 배경으로 설정했다는 것 자체에서 이것이 단지 스토리만 '옛날'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축 중의 하나인 음악 분야에서, 자기들의 전통이 어떠한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나 짐작해 봅니다. 이 비디오에 이르기까지 우리 아이들과 위씽 시리즈를 7편 보게 되었는데요, 저도 없는 영어 능력을 좀 키워보려고 보기 시작했다가 그 매력에 빠져 열심히 보다보니, 그 어느 곳에서도 배울 수 없었던 "살아 움직이는" 영어 표현들을 많이 익힐 수 있었지요. 우리 아이들과 즐겁게 써 먹고 있는 건 물론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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