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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개월+18]무창포해수욕장 "모세의 기적"

  • 김상민
  • |
  • 2001-10-09

1!@#$
[2001년 10월 6일]

바다갈라짐..
조수 간만의 차가 엄청나게 커지는 며칠 간, 무창포해수욕장과 석대도를 잇는 1.5km에 이르는 바닷길이 열린다고 한다.
공주에서 대천행을 오전 8시 40분에 탔는데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그곳에서 무창포까지 가는 시내버스는 거의 1시간 간격으로 있어서 택시를 타고 들어갔다.

이미 길이 열려서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장화와 호미를 빌려서 들어갔는데 처음엔 어느 곳을 파봐야 하는지..어디에 조개가 있다는건지 몰라서 서투른 호미질로 여기저기 조금씩만 펄을 파보기만 했는데 안으로 들어갈 수록 사람들이 하는 모양을 보고 따라하니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겼다.
파도파도 조개껍데기만 나왔는데 그걸 다 모으더니 ?_blank"사라져라..조개껍데기야. 수리수리 뿅~"하면서 다 던져버린다.
그리고는 다시 호미로 열심히 펄을 파더니 "엄마, 조개다" 하며 첫조개를 발견했다.
맨날 조개껍데기만 주워모으다 드디어 진짜 조개를 발견한 것이다.
(이건 입을 꽉 다물고 있어서 아주 조그만 조개 4개를 집에 가져왔는데 욕실에 놨더니 입을 벌리고 안에서 움직이는 조개를 볼 수 있었다. 손을 살짝 갖다대니 쏙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깔깔대며 좋댄다.)

무창포해안은 그냥 갯벌이 아니라 모래, 펄, 자갈, 암반 등으로 들어갈수록 서로 다른 지질을 갖고 있어서 생물상을 두루 갖췄다고 하더니 정말로 처음에 내려간 곳은 모래속에 잘게 부서진 조개껍데기와 돌멩이가 많더니 조금 더 들어가니 발이 푹푹 빠지는 펄이 나왔고 그다음부터는 겄기도 힘들정도로 자갈이 깔린 곳이 나왔다.
바위에서 뭔가를 열심히 하는 아주머니를 따라갔더니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굴을 까고 있는 것이다.
옆에서 굴을 어떻게 까는지 살펴보다 따라 해봤더니 진짜 굴이 나온다.
바다가 양옆으로 갈라긴 길을 따라 들어가니 벌써 저쪽 석대도까지 사람들이 들어가서 허리를 굽히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소라껍데기를 뒤집어 쓰고 다니는 게도 여럿 잡았는데 껍데기를 이고 다니다 우리가 잡으면 구멍 안으로 쏘옥 들어간다. "현지는 아파트에 살지..이 게는 빈 껍데기가 집이래. 그래서 현지가 잡으려고 하니까 집으로 쏘옥 들어가 버리지?"
다른 사람들은 커다란 게도 잘도 잡더만..난 무서워서 못잡는다. 하지만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게들은 돌만 들추면..그렇지 않더라도 뭔가 움직이고 있는게 보이면 대부분 아주 작은 게들이어서 쉽게 잡아 볼 수 있었다. "엄마, 게가 이렇게 이렇게 걸어.."그러면서 어디선가 봤던 집게집게 춤을 추며 옆으로 걸으면서 게 흉내를 낸다.

바위에 붙어있는 미역도 만져보고..불가사리도 발견. 갯벌속을 파다가 그 안에 숨어있던 작은 불가사리도 만났다. "엄마 불가사리가 별같다. 히히히"
현지가 쉬가 마렵다고 해서 잠깐 앉았는데 바로 앞에서 물이 쓔욱 하고 솟아나는 것이다. 아마 그속에 조개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낙지 한마리가 나왔다.
호미 두개로 낙지 길을 만들어주었다. 잡아오려고 비닐에 담았더니 "엄마,, 낙지 불쌍하잖아 놔줘.."하길래 그냥 놔줬다.
"현지야, 낙지 다리 세봐. 하나, 둘, 셋,...여덟개다 그치?"
"엄마 현지는 다리가 두개지.."

바닷물 짠걸 알려주려고 한번 먹어보라고 했더니 "맛있다.."그러면서 아예 조개껍데기로 퍼서 먹기까지 해서 말리느라고 애를 먹기도 했다(소금광인게 여기서도 드러난다).
바위 표면에 굴껍질이 많이 붙어 있고, 여러 종류의 생물들도 같이 서식하고 있었다.
고둥도 바위틈에 잔뜩 붙어있어서 여러개를 따다가 가져가서 뭐하나..싶어 그냥 바다에 다 던져주었다. "너네 집으로 돌아가.."하면서.

바위 속에서 몰랑몰랑하게 생긴(가운데 구멍이 있고 주황색 선같은게 있는) 뭔가가 숨어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게 담황줄말미잘이었다.
해수면 위로 올라오면 쏙 숨었다가 바닷물이 들어오면 다시 입을 벌리는 거랜다.

돌멩이 위에 고깔모자처럼..아니, 화산처럼 구멍이 뚫려 잔뜩 붙어있는 껍데기들을 봤다. 현지가 뭐냐고 물어왔지만 잘 몰라서 나중에 알려준다고 하고 집에와서 찾아보니 "따개비"였다. 그림책에서도 나오는..

반쯤 들어갔는데 우리가 지나온 길에 물이 점점 고이고 있었다. 현지와 함께 물이 들어와서 길을 삼켜버리는 모습을 보려고 미리 나와서 보고 있는데 정말 빨리도 물이 들어왔다. 석대도 근처까지 갔던 사람들이 걸어나올 때쯤엔 무릎까지 물이 차오를 정도였으니..
높은바위에서는 아직도 아주머니들이 굴을 까고 있었다.
"여기서 보면 우리가 갔다온 길이 잘 보일거야. 길이 어디로 사라지나 보자.."면서 바위에 앉아 굴을 까면서 물이 들어오는 걸 봤다.
굴을 까서 입에 넣어줬더니 맛이 있었는지 계속 "굴 또 까줘"그런다.
"현지야, 이 굴이 바다의 우유 같은거야. 튼튼해지고 키도 쑥쑥 커진대"했더니 "엄마, 굴이 짜다..근데 맛있어"하며 배를 채울 정도로 많이 먹었다.
"굴이 뭐라고..?" "우유같은거지.."
"굴껍데기 봐, 바위에 다닥다닥 울퉁불퉁하게 잔뜩 붙어있지. 잘봐. 이렇게 호미로 톡톡 까니까 안에서 굴이 나오네?"
바위에 있는 굴껍데기도 만져보고 직접 까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굴이 쏙 나오는 걸 보더니 "조개같아"그런다.
우리는 이곳까지는 물이 안들어오는 줄 알아서 꾸물거리고 있었는데 벌써 윗쪽의 가장자리에서도 점점 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모래사장으로 올라갔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상태였고 우리는 한가로워진 바닷가에 모래성을 쌓고 그 위에 조개껍데기와 작은 돌로 예쁘게 꾸며주었다.
물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할 때부터 우리가 모래장의 윗부분에 쌓은 모래성까지 물이 다가와 모래성을 무너뜨릴 때까지 3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 높던 바위에 앉아있던 갈매기도 물이 점점 차오르며 바위를 먹어버리자 바다 위를 날아다녔고 바닷가에서는 아저씨들이 네모난 그물로 바다를 훑고 다녔다.
뭘 잡는건가..통을 들여다봤더니 아주 작고 투명하고 파닥파닥 거리는게 조금만 떨어져서 봐도 반짝이는 것 같은 "자", 이건 새우처럼 생겼는데 자젓을 만들어 먹는거랜다.

여러가지 갯벌 생물도 보고 바닷길이 없어져 우리의 모래성이 허물어질 때까지 시간을 보냈다. 멀리 보이는 빨간 등대를 보면서 "배가 바다에서 길을 잃지 말라고 등대가 불을 밝혀주는거야.."하면서 등대 노래도 부르고..
"현지야, 길이 다 어디갔지?"
"바다속에 숨었잖아. 근데 엄마,굴따던 할머니는 어디갔어?"
아마 바닷물이 들어올 때까지 그곳에 있던 아주머니들도 바닷속에 들어간 건 아닌지 걱정하는 눈치다.
"아까 바닷물 차기전에 나왔지..할머니들 없어져서 걱정했어?"
"응"

바닷물이 들어오는 동안 현지는 호미로 모래를 막 파면서 "바다 물리치자..엄마도 바다 물리쳐" 그런다. 파도가 밀려와 구멍이 난 모래를 덮으면 "바다 물리쳤다"하면서 바닷가를 걸으며 열심히 바다를 물리쳤다.
우리는 바다 끝에서 물에 씻겨서 깨끗해진 조개껍데기와 돌멩이들을 주워담았다.
경포대에 갔을 때 주워온 조개껍데기들은 죄다 조개모양만 있었는데 이곳에서 주운 껍데기들은 다양하다. 굴 껍데기부터 고깔모자처럼 움푹 빼인 껍데기..빙글빙글 둥그렇게 나선형 모양을 한 큰구슬우렁이껍데기, 색이 이쁘게 든 부채모양 조개껍데기..동물 뼈처럼 생긴 껍데기..게다가 투명하고 반짝이는 이쁘고 동글동글한 돌도 많아서 여러 종류의 돌을 주워왔다.
집에와서 "갯벌이 좋아요" 책을 읽었는데 바위에 붙어있는 따개비로 봤던거고 큰구슬우렁이껍데기를 갖다 놓고 그림과 비교하면서 알려주니 "봤던거다" 하면서 무척 좋아한다.

"엄마 아빠랑 같이 오면 너무너무 좋지. 아빠랑 또 오자"
어딜가나 아빠타령이다.
피서객들을 피해 멀리 갔다가 가을이면 쫓겨났던 생물들이 돌아와서 자연괄찰하기에는 가을이 제격이란다.
너무너무 재미있는 갯벌체험을 했다.
사이언스 스토리북에 나와있는 바다에 관련된 선명한 사진들을 보여주니 더 자세한 그림을 볼 수 있었다.
뭔가를 보고나면 그와 비슷한 책을 잘도 찾아서 자꾸 읽고 보려고 하고 스케치북에 이젠 대충이나마 형태가 잡힌 그림을 그리며 "물고기야. 조개야. 불가사리야~"하니 스스로 좋아하고 뭔가를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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