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을 키우는 내공이 턱없이 부족한 엄마입니다.
유치원 차량이 내리는 곳에서 우리아이와 동갑내기 남자아이
이렇게 두명만 하차를 하네요.
그 아이는 형제가 셋인데, 위로 누나가 있고 아래로 여동생이 있네요.
가끔은 아빠가 데리러도 오고 가끔은 엄마가 데리러도 오고 가끔은 빠지기도 해요.
그러다 오늘 불현듯 문자가 왔네요. 조금 늦을 것 같으니 아이를 좀 받아달라고...
저...심하게 고민했습니다.
왜냐구요?
그건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작년 그 아이의 누나와 종일반을 함께 다닌
우리딸은 그 언니를 무척 잘 따랐답니다. 그래서 셋째를 안고 마중나오시는 엄마가
너무 힘들어보여 종종 함께 하원을 시켜줬지요. 그리고 주민센터에서 하는 영어수업도
함께 신청해서 다녔구요. 그런데, 점점 영어수업에 보낸 첫째와 둘째의 마중을
딸래미를 데리러 간 제가 대신하게 되면서 전-.-; 때아닌 삼남매의 보호자가 되었던 겁니다.
아들을 키워본 적이 없어서 차도로 뛰어다니는 녀석이 너무 불안했고
'데리러 나가고 있으니...함께 데려오고 있어달라'는 작은 부탁이 매번 반복되다보니
결국 -.-; 저는 우리 아이의 영어수업을 끊어버렸습니다.
그래요~ 벼룩 잡는다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게~ 이런 거겠죠.
남의 집 애들까지 데려오는 게 스트레스가 되면서 우리아이의 교육기회를 버렸으니까요.
전 매몰차게 그리고 솔직하게 문자에 답했습니다.
잠깐동안이라도 제가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 곤란하다고요.
그렇게 불편한 문자후에 유치원하원시에 엄마를 만났습니다.
일이 있으셨는데(가게를 오픈하셨다네요) 최대한 빨리 왔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둘째는 학원차량으로 하원하는 걸 알아봐야겠다는 얘기도 하시더라구요.
아..정말 제가 죄송해서 할 말이 없더라구요.
만날 때마다 둘째의 하원시간을 맞추기 힘들다면서... 제 의향을 물었던 걸 알았지만
저는 선뜻 도와드리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더라구요.
하루의 선의가 일년의 약속이 될 수 있다는 학습효과때문이겠지요.
전 좋은 이웃이 정말 아닌가봅니다.
왜이리 폐쇄적인지...뭐든지 안주고 안받자는 식이라 ㅠ.ㅠ
늦은 시간 ㅠ.ㅠ 마음이 복잡합니다.
제가 제 입장으로만 기억하고 있어서 그렇지... 그 엄마는 나쁜 사람은 아니랍니다.
항상 밝고 쾌활하고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제가 옆에서 보기에는 정말 힘들어보입니다.
하지만, 집도 같은 방향인데 어차피 마중나가는 거~ 함께 데려오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계신 것에 제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겠지요. 제가 워낙 오픈마인드가 아니라...
어쩌면 서로 왕래하며 잘 지내고 싶은 호의를 제가 저버려서 상처받으셨을지도 몰라요. 진짜..ㅠ.ㅠ
남들은 시간내서 자기돈 들여가며 봉사도 다니는데...
코앞에서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다가 결국은 마음이 가는대로 저질러버리고 말았던 겁니다.
왜 이 동네에는 마음이 통하는 이웃이 없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알았습니다.
내가 좋은 이웃이 되고 싶지 않은데, 좋은 이웃을 바라는 게 아이러니라는 걸요.
죽고 사는 것에 비하면 다 부질없는 고민들이겠지만,
아직도 어른으로 살아가는 게 턱없이 어렵기만 한 저로서는 맘이 편치 않네요.
아무래도 스스로 합리화를 하려고 해도 스스로 나빴다는 걸 알고있기 때문이겠죠.
이러고도 내 딸에게 '이웃'이라는 걸 가르칠 수 있을까요? -.-;;
웃어른을 공경하라고 가르치면서 모르는 어른이 말시키면 의심하라고 가르치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라고 가르치면서 무조건 잘해주는 것도 좋지않다고 가르치는
-.-; 이런 왔다리 갔다리 교육이...지금 우리집에서 벌어지고 있네요.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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