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엄마 흉 좀 보려고요. 이 노인네는 뭘 자꾸 흘립니다.
밥을 드시고 난 식탁 아래를 보면 떨어뜨린 부스레기가 두 살짜리 애기가 한 짓 같습니다.
깔끔한 저는 아주 질색을 하지요. 막 잔소리를 하면서 줍거가 닦습니다.
"난 어려서부터 여적 그래. 원래 뭘 잘 흘려." 엄마는 까딱도 않습니다.
"누구나 흘려. 흘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줍지 않는 게 문제지." 제가 응수합니다.
그렇다고 엄마가 위생관념이 없냐, 그건 아닌 증거가 빨래를 기가 막히게 하십니다.
색깔 별로 구분하고 면 옷은 반드시 삶고, 손 빨래 할 거 골라 주무르고.
수건은 흰색 아니면 안 쓰시는데 모두 백옥처럼 흽니다.
세탁실에 수도꼭지 위치를 조절하고 앉는 의자를 묘한 걸 맞춰다 놓고
언제라도 기계 빨래 손빨래를 쉬이 할 수 있게 만반의 시설을 갖춰논 할머니입니다.
게다가 다림질 실력은 세탁소 부럽지 않아요. 거기까지는 참 좋은데...청소는 쩝.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데 안 치울 수는 없어 가끔 제가 집안을 치워드립니다.
저는 가스렌지 더러운 걸 못 참아요. 요리 후 늘 닦아서 새 것처럼 반짝입니다.
근래에는 전기를 주로 쓰는데 분해해 닦을 필요 없어 너무 너무 좋아요.
엄마네 가스렌지는 겉 판만 쓰윽 문질러 닦아 분명 새 것임에도 형편없습디다.
그 눔의 걸 분해해서 닦는데 죽을 뻔 했시유. 오물이 낀 거나 탄 흔적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틈틈히 갈라진 곳마다 깨가 나오대요. 음식 참깨 말입니다.
과도로 밀어내다, 이쑤시개로 끄집어 내다가 궁금하더라고요.
"엄마 도대체 부억에서 뭔 일이 있었던 게여? 깨 공장을 차렸남?"
어렵사리 구한 참깨를 씻어서 집에서 볶았는데 여러 차례 연이어 볶았다네요.
한꺼번에 볶아서 세 자식 나눠주시려고 치른 거사였는데
그러다가 깨 중에 틘 놈도 있고 또 살짝 엎으기도 했고 그런 사연이겠지요.
시작한 김에 대청소로 일이 번져 집을 치우는데 부억과 먼~ 지역에서도 깨가 나옵디다.
마루 바닥 틈에서도, 소파 밑에서도 하다못해 화분에서도 몇 알캥이 씩 나와요.
아마 앞치마에 깨를 묻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집안 구석구석 뿌려논 모양입니다.
저는 발바닥에 뭐가 밟히거나 먼지가 스윽 묻는 걸 병적으로 싫어해요.
혈액순환 문제로 발이 시려운 엄마는 늘 양말을 신고 계셔서 그런 데 둔합니다.
잔소리를 더 쎄게 할라다가 참았습니다.
얼마 전 구순 시어머니가 밥 한 술 뜨시고 허리 굽혀 밥풀 줍던 모습이 떠올라서요.
움직임이 둔해져서 뭘 자꾸 흘리시니 어머님 딸, 시누님이 자꾸 잔소리 하신 모양이어요.
아무리 내 잔소리에도 까딱 않는 우리 엄마와 달리 심약한 어머니는 자꾸 밥풀을 줍습니다.
누구 집에 얹혀사는 것도 아니고 당신 집 당당하게 누리며 살면서도 말이죠.
밥 한 술 뜨고 허리 굽히고, 또 한술 뜨고 걸레질 하던 어머님 모습이 안쓰러웠어요.
제 잔소리가 계속 되면 혹시 우리 엄마도 그리 될까봐 참았습니다.
반짝반짝 청소해놓은 마루에, 앗 울엄마 참외씨 세 알 떨어뜨려놓았네요.
아유, 정말...."에이 용서해 준다" 라고 했더니 "내 집인데 뭐 어때?" 까딱도 않습니다.
그렇게 당당하게 늙으시라요, 오마니..
이상 이런 사연으로 제목이 "깨가 쏟아지는 집"이었습니다.

난 이제 깨 안먹을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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