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리님 글에 댓글로 달았다가 바톤이어 글쓰기 놀이할라고 따로 뺍니다.
80년대가 막 동이 틀 때 저는 고등학교를 다녔어요.
나의 80년 대는 박정희씨가 꿈 그려준 잘 사는 나라에 대한 환상의 년대입니다.
초등, 그 때는 국민학교, 다닐 때 벽마다 붙은 화보에 80년대엔 우리는 부자가 된다였어요.
그래서 80년대는 내게 부자 테레비 칼라 테레비 등장으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80년대 이전에도 외제 칼라 테레비종 있던 애들은 AFKN 미군 방송이나
더러 한국방송의 외화를 칼라로 봤다네요.
초원의 빛의 나탈리 우드 옷이 무슨 색이라고 하던 애들 말이 신기합디다.
남들이 다 칼라 가질 때도 우리집은 흑백을 펜치로 다이알 돌리며 봤어요.
EBS 개국한 때가 제가 고1이었는데 한 번은 영어회화 프로에 출연했어요.
그 마저 우리 집에서는 안테나 붙잡고 펜치로 다이알 돌리며 봤슈.
울 아빠 회사에서 큰 소리로 "아, 현주 테레비 잘 나왔나?" (직원 들으라고...)
못 나왔다는 사실. 고물 흑백에 스크린 밖으로 얼굴이 삐져 나옵디다.

영화를 좋아해서 청계천 외국 잡지 파는 곳에 영화 잡지 사러 다녔어요.
영화 배우들의 미모에 빠져 넋을 읽고, 뜻도 잘 모를 영화 소개를 열심히 읽었습니다.
또 왜 그랬는지 집안, 마당 이런 이국적인 화려한 집안을 볼 수 있는 잡지도 좋아했어요.
그들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외국 풍물이 동경의 대상이었죠.
"꼭 외국에 나가서 이거뜨를 다 보고 말꼬얌! "하며 자랐을 거여요.


어쩌다 드물게 들어오던 외제 물건. 기껏해야 비누나 커피였지만요.
그게 주는 미국 냄새는 다른 세상에 대한 나의 동경을 더 가동시켰어요.
TV나 잡지는 그냥 2D 사진이지만 물건을 3D로 욕망을 부채질 하더군요.
사실 외국에 대한 동경은 80년 대 훨씬 이전, 누구도 꿈꾸지 않을 때부터 있었어요.
우리집에 굴러 다니는 세계문학 전집에 나오는 과자이름, 동네 이름,
위인의 이름을 기억하면서 거기에 묻은 서구문화를 엿보고 상상했지요.


미제 물건 많이 쓰던 멋진 친구 엄마들에 비해 우리 엄마는 어찌나 촌스러운지,
우리가 쓰는 미제물건은 기껏해야 바둑판처럼 잘라진 빠다였어요.
뜨건 밥에 그거 한 덩이 넣고 간장 넣고 비벼 먹는 거죠.
당시에 미군 부대에서 물건 빼다 방문판매하는 미제 아줌마가 동네를 돌았거든요.
다른 아줌마들은 구리무, 뽀마드, 분가루도 사는데 우리는 어쩌다 빠단 두 판이었어요.
아, 가루쥬스. 물에 타면 노랗게 쥬스로 변하는 TANG 기억하세요? 울 엄만 안 사줬어요. ㅠㅠ

그 미제 물건 말예요. 막상 내가 미국에서 오래 살면서 보니
그 비누와 그 커피, 그 빠다는 너무 싸구려라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이었어요.
영화와 TV에서 무척 미화되고 왜곡된 것이 미국인들의 삶이며,
생각 보다 보수적이고 엄격한 사람들의 생활상에 알고있던 많은 것이 허구임을 알았네요.
어려서 동경했던 미국 생활 진저리 나게 하고 돌아와 다시 가기 싫어졌어요.
방방 마다 TV, 여기저기 아이패드 다섯 대의 랩탑이 손 뻗는 곳 마다 있어요.
가난의 터널을 뚥고 나온 내 나라나, 나나 그렇다고 호되게 더 행복한가 묻고 싶네요.
다음 판 추억 낚아오기는 원영사랑, 응답하라.
다음 타자 콱 찍으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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