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세대 얘기를 하려면 모두 파파 노인인 걸로 봐서
제 나이가 꽤 든 게 사실입니다.
오늘 아버지가 외삼촌을 만나 점심을 하고 오셨어요.
삼촌은 올해 여든 여섯, 내 아버지는 여든둘.
외삼촌이 밥 먹으러 나오라고 전화를 하셔서 다녀오셨다네요.
그 두 양반 젊어서 말예요....
외삼촌은 부자십니다.
처남이 부자고 우리 집은 못 사니 아버지가 자격지심이셨겠지요,
외삼촌네랑 모임이라도 있을라치면 우리 아버지가 콜라를 짝으로 돌리고,
택시를 팍팍 불러 타고 그래서 모임 후 엄마랑 늘 싸웁디다.
아버지, 당시 아빠, 의 허영심을 이해 못하는 알뜰한 엄마와,
당신의 가오(?)를 세워주지 않는 구두쇠 마누라가 미운 아빠는
맹렬히 싸웠습니다.
외삼촌은 년 전에 동맥경화에 심장질환 등으로 돌아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막내딸이 의사라 재빨리 발견해 수술 위기는 넘겼어요.
그 뒤로 맹렬한 식이요법을 요구하는 딸 때문에 제대로 못 잡수셨어요.
음식하기를 절대 즐기지 않는 귀족 외숙모한테 그렇잖아도 못 얻어 잡숫는데
식이요법 마저 해야 하니 노인 안됐노라고 시누이인 우리엄마가 흉봤습니다.
그러면서 초기 치매가 와서 아, 이제 큰일이구나....
외숙모는 일주일에 몇 번씩 엄마한테 전화해 힘들다는 하소연을 하시고,
전화 끊은 엄마는 불쌍한 오빠 어서 돌아셔야 한다고 한숨 쉬고...
그런데 아, 그런데 말입니다. 그냥 잡숫고 싶은 거 막 드시게 했답니다.
식이요법으로 가족들도 싸우기도 지치고 그냥 맘대로 하시라고.
그 뒤로 에너지가 충분히 들어와 그런 건지, 기적이 일어나서인지
외삼촌이 건강해지셨어요. 아버지 말로 "아주 쌩쌩" 하시답니다.
불만, 우울 등으로 일종의 땡깡을 부리셨던게 아닌가 할 만큼 치매도 아니고요.
보청기를 낀 점, 그래도 잘 안 들려 남 얘기 안 듣고 자기 말만 하는 점 빼고는 쌩쌩하시대요.
우리 아버지도 귀가 덜 들리십니다. 유독 내 말만 더 못들으십니다.
오늘 좀 덜 들리는 사람과 안 들리는 사람 둘이 세 시간 왕수다를 떨고 오셨다는 말이여요.
아버지의 보고를 들은 엄마 왈,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은 잘 먹어야 돼. 잘 먹어 기운이 있어야 병이 낫지."
새 모이만큼 먹는 저 들으라고 하는 말이어요. 엄마 기준에 새 모이.
그럼요, 잘 먹어야죠. 좋은 음식으로 잘 갖줘 먹어야죠.
그나저나 나름 그 시대에는 세련됐던 두 남자가 파파 노인이 되셨네요.
음식점 옆 테이블 사람들이 덤앤더머가 왔다고 했겠지요.
서로 말 안들리는 노인들이 자기 얘기 만 해댔을테니까요.
아, 쓸쓸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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