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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관심, 그리고 잔소리

  • 진아샘
  • |
  • 2015-04-27
6

“일찍 들어와라” 라는 말을 듣지 않고 큰 사람이 있을까? 대학 다닐 때 내 통금 시간은 7시 반이었다. 그보다 늦게 귀가하려면 사전 허락을 받아야 했는데 피 끓던(!) 청춘, 나의 20대는 미리 약속된 일보다는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는 모임이 많았던 때였으므로, 그리고 설혹 사전 허락이 있었다 할지라도 9시 반까지는 무조건 집에 들어와 있어야 했던 엄명 때문에 나와 아버지와의 갈등은 끊일 날이 없었다. 물론 벼락같이 무서운 아버지와의 투쟁은 항상 외출금지라는 일방적인 벌로 마무리되기 일쑤였다. 난 밤길이 위험해 안전이 걱정되기 때문이라는 아버지의 이유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내 친구들은 그 위험하다는 밤길을 날마다 어찌 멀쩡히 다니는가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내가 유학을 떠난다고 했을 때 평소 나와 아버지를 알던 주위 친구들은 모두 놀라워하며 아버지가 쉽게 허락을 해주시더냐고 물었다. 그 후 혼자 공부하던 여러 해 동안 외로움도 물론 있었지만 그보다는 아버지로부터 해방되어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쓰는 자유를 실컷 누린다며 좋아했었다. 그 당시 집을 떠나 산다는 서운함이 거의 없었던 것을 아버지가 아셨다면 섭섭해 하셨을까? 그런데 이제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아버지는 나에 대한 걱정과 관심을 귀가시간을 통제하는 것으로 그러나 나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유학을 허락하시는 것으로 보여주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역시 멀리 공부하러 가있는 딸아이에게 매일 조심하라, 늦게 다니지 마라 잔소리하는 것을 보며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하라, 하지마라 할 때 부모가 대는 흔한 이유는 ‘위험하다’, ‘해서 뭐하려고’, ‘다 너 잘되라고’ 일 것이다. 그러나 관심과 간섭이 다른 것임에도 우리는 가끔 혼동하고 또 걱정이라는 이름의 관심이 종종 간섭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놓친다. 그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때문에 부모에겐 분명히 관심인데 아이는 그것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긴 좀 내버려두면 무관심하다하고 또 관심을 두면 잔소리한다, 간섭한다고 불평하는 것이 아이들 아닌가.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또 화장에 눈을 뜬 아이에게 눈에 나쁘다, 건강에 안 좋다, 넌 화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쁘다고 아무리 진심으로 얘기해도 아이들은 그 아래 숨겨진, 그런 ‘쓸데없는 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공부에나 더 신경 쓰라고 말하는 것 같은 부모의 속마음만을 읽는다. 그리고 설령 엄마 생각이 옳다고 해도 그것을 설득시키기 위한 반복되는 노력이 아이에게는 관심으로보다는 또 하나의 간섭이요, 잔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아이에 대한 걱정이 진정한 우려와 관심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아이들의 행동에까지 부모의 간섭의 힘이 닿지 않기 때문이다. 내 후배 하나는 학교 다닐 때 매니큐어를 질색하시는 아버지 눈을 피하기 위해 집 대문 한 귀퉁이에 매니큐어와 아세톤을 감춰놓고 아침에 나갈 때 발랐다가 귀가하면서 지우기를 매일 반복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 역시 아이가 다 큰 지금에 와서야 별 것도 아닌 일로 감정싸움을 했던 것을, 대세에 큰 지장이 없었는데 아이가 원하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를 반성하며 그 시간을 되돌아본다. 아이 키우면서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또는 후회하는 일 하나 없는 부모는 없을 것이고 나 또한 엄마라는 자존심으로 아이와 부딪혔던 후회스러운 시간들이 있다. 그때 나는 아이의 ‘싫다’라는 말과 행동을 부모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 오해하며 몹시 엄하게 다스렸던 것이다.

 

하긴 그런 반성이 있기에 나는 지금 관심과 간섭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지 않으려 노력한다. 앞으로도 계속 딸과의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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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윤사랑
  • |
  • 2015-04-28 16:44
답댓글

선생님. 글 잘읽었습니다.

관심과 간섭.

또 그 관심을 간섭으로 느껴지지않게 표현하기.

많은 엄마들의 숙제일것 같아요.

 

게임에 빠져 학원빼먹고 pc방 다니던 녀석이 우여곡절 끝에 6학년 2학기가되면서 pc방에 안간다더군요...

제가 아이일정을 아니 말짱 거짓말은 아닌듯.

 

그런데 주말에는 가족과 보내는 녀석을 보자니 지금 친구들과 어울려다니는거 좋아할때인데 내가 애 사지를 묶어놓는게 아닌가 싶을때도 있습니다.

구기종목 즐기지않고, pc방 안가고 2g폰 가지고 있으니...딱 범생이로만 키우는건 아닌가싶어서요.

 

오늘 직업체험 프로그램갔다 하교길에

친구랑 pc방 가도되냐는 아이에게 갔다오라했습니다... >허락하면서도 그 무섭다는 롤의 바다에 빠뜨리는거 아냐? 갈등 천만번.

말끝에 같이가는 친구가 자기엄마에게는 말하지 말아달라하네요.> 가기전에 이야기라도 해주니 감사한건가?

 

그런데, 전화끊기전 '엄마는 너 믿는다 '...>밑도 끝도 없이 뭘믿어? 참, 저 말만 안했어도 좋았는데...

 

많이 커졌다 생각했는데, 아직 아이에 대한 믿음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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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아샘
  • |
  • 2015-04-28 19:48
부모가 엄하면, 부모가 금지하는게 많으면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게 되더이다. 헌데 때로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주는게 필요하기도 한것 같아요. 엄마가 참 어렵고도 어려운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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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사랑
  • |
  • 2015-04-28 16:28
답댓글

다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것을...

관심과 간섭의 갭을 줄이는게 숙제인 듯 합니다.

최근 동상이몽이라는 TV프로를 조금 봤는데 부모입장도 이해가고 아이입장도 이해가고...

그나저나 아버님의 통금 7시반은 좀 심하셨네요...^^;

진아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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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아샘
  • |
  • 2015-04-28 19:49
울 아버지 아직도 당신이 심했다고 생각 안하시는듯. ㅎㅎㅎ
학원 가 있을 시간에 놀기도 많이 놀았습니다.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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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InBIn
  • |
  • 2015-04-27 21:40
답댓글
진아샘~~~
저희 딸아이가 요즘 느끼는 감정들이 글에 고스란히 나와있는거같아요~~~
저는 분명 걱정으로 하는말인데
아이에겐 간섭이고 잔소리로만 느껴지는듯해서..
말을 조금 줄여야하나 생각을 하지요..
근데 그게 또 쉽지가 않아요 ㅎㅎㅎㅎ
아이의 '싫다'는 의사표현에 익숙해져야하는데
그것 또한 쉽지 않구요..
그래도 꾸준히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진아샘의 딸과의 좋은 관계 만들기 함께 할께요~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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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아샘
  • |
  • 2015-04-28 19:53
제 딸 고등학생 때 제가 하는 말은 다 잔소리고 자기선배가 하는 말은 금과옥조였습니다. 내용이 똑같은데도...
그 당시 엄마가 하는 말은 그냥 듣기싫었던거지요. 상황이 바뀌고 아이가 커가면서 제 이야기를 충고로 받아들이기시작했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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