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리...랄 것도 없지만 아무튼 cooking 얘기를 자주 합니다.
떡국 국물 삼아 만든 육수가 좀 싱거워서 (고기를 덜 넣었거나 덜 고았거나)
그 육수로 버섯, 두부 전골을 해야겠다 생각해 장에 다녀왔습니다.
한동안 안했던 쿠키도 굽자고 크렌베리도 한 봉지 집어 왔어요.
재료를 주르륵 늘어놓고 그냥 잠이 들어 아침에 나오니 부억이 산더미네요.
많은 식재료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인스턴트 과자 잔뜩, 3분 어쩌구 하는 즉석 요리 몇 묶음 씩 사다먹는 방법도 있다.
저는 나름 제 손으로 음식해 먹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손이 붓도록 재료를 깨끗이 씻어 일회용씩 잘라 담아 보관했습니다.
아이 돌보며 공부하려니 최대한 시간을 절약해야 해서요.
틈틈이 아이 데리고 책 읽어주고, 레고 맞춰주고 재운 다음 책과 씨름.
제 젊음은 그렇게 학대를 당해서 마흔 중반에 어깨와 목이 고장났어요.
저 보다 한 서너살 아래인 아이 학부형이 이웃입니다.
이 양반은 이루말할 수 없이 성격이 낙천적이어요.
집안 살림은 되는대로 하고 그냥 쏘다니면 즐겁게 살았대요.
아이 음악학원, 운동 프로그램 데리고 다니며 교육에도 나름 힘썼답니다.
가는 이유는 아이 거기 두고 아줌마들과 떠는 수다가 너무 좋아서. ㅋㅋ
저처럼 먹는 거 까탈 안 피우고 아이한테 아무거나 먹였답니다.
세상에 병원이 저렇게 많은데 문제 생기면 고치지 뭐 어때 했다네요.
책은 아이가 혼자 읽는 거지 엄마가 왜 목청을 쓰냐고요....
친하게는 지내지만 그 양반 생각이 내 생각 보다 우수하다고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엄마의 활기차고 낙천적인 성격이 아이에게 참 좋은 영향을 주었어요.
아이는 이 엄마에게서 좋은 음식이나 학습 도우미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그냥 친구로 족해서 많은 이야기를 엄마에게 해주고 이제는 가르쳐 줍니다.
대학 입시에 무지한 엄마에게 "엄마는 진짜 참 모르네...." 하더랍니다.
하지만 이번에 좋은 대학 몇 군데에 가서 척 붙었습니다.
그 엄마는 그게 얼마나 좋은 대학인지를 몰라서 자꾸 저한테 묻더라고요.
인생관 바꿀랍니다. 집밥이 꼭 좋고, 엄마표가 반드시 정답인 거 아녀요.
엄마가 명랑하고 활기차고 긍정적이며 낙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해요.
앞 마당에서 채소를 다 길러서 먹이면서 애만 보면 한숨 지며 짜증내면 뭐 하리,
날마다 라면과 3분 00를 먹어도 호호하하 웃으며 보듬는 게 더 좋지.
안 그래유? 엄마표 한다고 애 잡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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