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자리에 앉아있는데 앞에 선 여인의 가방에 길게 꽂힌 졸업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졸업한 중학교 교명. 고개를 슬쩍 들어 얼굴을 보니 나 보다 아래로 보인다.
그 인쇄된 교명이 휘리릭 나의 생각을 잡아당겨 과거로 돌린다.
매직트리 하우스 타고 잭과 애니가 과거로 가는 건 이런 일일 거다.
중3 첫 날. 우리 반에 나를 비롯해 중2 때 반장을 한 아이가 셋이었다.
한 지역구에 현역 의원이 셋이고 이들이 모두 공천 후보자와 같은 상황? ㅋㅋ
담임은 2학년 때 가정선생님. 내가 교지 기자로 댁을 찾았던 분이라 나와 각별했었다.
왜 그랬는지 그 때 그 학교는 한 번 반장했던 애가 주로 반장을 했다.
담임이 공천하시던 날 다른 두 아이는 각각 반장, 부반장이 됐고 나는 꽝이었다.
이유는 셋 중에 내가 공부를 제일 못했기 때문. 공정하신 담임이 아닐 수 없다.
부반장으로 지명된 애가 일어서더니 자기는 곧 전학을 갈 거라 못한다는 것이었다.
자연스레 부반장이 나한테 왔는데 나는 호기롭게 일어나 임원을 하지 않겠노라 했다.
자존심 상했으니까. 한끝 차이 성적으로 얼굴이 화끈해졌다.
그 날 담임선생님은 나를 불러 조곤조곤 말씀하셨다.
"내가 어찌하여 네가 제일 이쁘지 아니 하겠냐? 그런데 성적이 네가 제일 낮다.
현재로선 내가 아이들을 판단할 기준이 그것 밖에 없느니라."
겨우 임시 반장, 부반장을 놓고 뭔 웃기는 기준이냐만 임시라고 해도
곧 그 자리가 진짜가 되는 풍토였기에 경력자를 쓰는 게 손 쉬웠을 것이다.
이 긴 얘기를 서론으로 늘어논 이유는 그 반장 아이와 국어선생님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그 반장은 참 착했다. 비자루를 들고 늘 청소를 솔선해서 했고 상냥하고 공부를 잘했다.
내가 비협조적으로 구는 못된 부반장이었는데 항상 "아잉 같이 하아~자" 하면서
부드러운 리더십, 거절할 수 없는 매력을 뿜어 나를 사로 잡았다.
이 아이가 우리 국어선생님을 무척 좋아했었다. - 담임 아니고 국어교사: 새로운 캐릭터 -
국어선생님은 신비로운 여성이었다.
2편은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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