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믿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딸아이가 한두 살 무렵 무서워하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망태 할아버지였다. 고집을 부리거나 말을 듣지 않을 때 “어휴 저기 망태 할아버지 오시네, 여기 말 안 듣는 애 잡아가세요!”하며 윽박질렀고 잘 먹혔기 때문에 종종 써먹었다. 그 보다 좀 자라서 더 이상 망태 할아버지가 효력이 없어지자 나는 긴 나무막대기에 줄을 달아 ‘매’라고 쓴 후 거실에 걸어 놓았다. 같은 잘못을 세 번 이상 반복했을 때 약속한 만큼의 매를 손바닥에 맞기로 정했고 아마도 그 매를 서너 번 사용했던 것 같다.
요즘 젊은 엄마들은 꾸중할 때 어떤 방법을 쓰는 지 궁금하다. 별로 어른 눈치 보지 않고 야단맞는 일 없이 자란 요즘 세대는 우리와 달라 보인다. 자기 의사표현에 보다 명확하고 좋고 싫음이 분명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렇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벌을 줘야 하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고 그때마다 어떻게 해야 가장 효과적인 지 고민하게 된다.
내게는 늘 지키는 원칙이 있었는데 그건 한 번 안 된다고 한 일을 떼쓴다고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었다. 좀 내키지 않아도 아이가 진정 원하고, 또 허락해도 대세에 큰 지장이 없는 경우 난 바로 허락을 했다. 징징거리는 것도 싫었지만 징징 울며 떼를 쓰면 엄마가 들어주더라는 생각을 아이가 하게 되는 것이 더 싫었기 때문이다.
또 약속이란 서로 간의 신뢰에 해당되는 문제이므로 엄마는 지키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약속의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놀이터에 가주기로 했으면 피곤하고 귀찮더라도 같이 가서 놀아줘야하고 악을 쓰며 울더라도 사주지 않겠다고 한 장난감은 끝까지 사주지 말아야한다. 몇 번만 이 원칙이 지켜지면 아이들은 똑똑해서 될 것과 안 될 것의 차이를 금방 알게 되고 떼써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배운다.
아이가 더 커서 청소년기에 이르면 자기 욕구와 의견이 분명해지고 하고 싶은 것에 있어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들은 그저 염려스러워서, 혹시 다칠까봐, 심지어 그런 게 왜 하고 싶냐며 반대한다. 그렇지만 싫어하고 말리는 것을 아이가 굳이 하고자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럴 때 나는 나의 청춘을 돌아다본다. 엄한 통제를 하셨던 아버지 눈을 피하며 몰래 하고 다녔던 것들, 내가 아버지 반대를 무릅쓰고 했던 여러 일들과 그 결과를. 요즘 들어 하나, 둘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을 느끼지만 그래도 내 뜻대로 했던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늘 있는 법, 그 시절이 다시 온다 해도 선택은 내가 하는 삶을 살고 싶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 그러나 어쩌면 부모 자식 간의 관계는 이기고 지는 관계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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