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녀석이 방학이 끝나 학교로 가면
공항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한 이틀은 제가 무념 상태가 됩니다.
말을 해도 입술만 놀리는 기분, 밥을 먹어도 목에서 사라지는 느낌.
감상적인 되어서 눈물이 나는 정도는 이젠 아니고요,
그냥 뭐랄까, 웃고 있어도 마음 헛헛한 정도로 표현하면 족할라나?
아이가 버려논 일회용 렌즈 껍질도 한동안 치우지 않고 둡니다.
녀석 방에 널부러진 잡동사니도 정스럽게 보이는 매직이 생기니까요.
아이가 떠나는 모습이 점점 달라지네요.전에는 가기 싫다고 징징거리다,
공항 가는 날 아침에는 골이 잔뜩나서 말도 불일 수 없더니만
언제부터인가 갈 때가 됐네, 가서 먹고싶은 것도 있다고 하더니,
어제 아침에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짐을 들고 나서네요.
서양 문학에 여름은 곧 추억으로 상징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긴 휴일, 방학동안 아이들은 산천초목을 뛰놀며 놀고 여행도 가지요.
뜨거운 햇볕은 집단 게으름을 용서해주는 덕을 포함합니다.
너무 더워서 안 해도, 쉬어도 당연한 듯 받아주는 계절이 여름입니다.
그런 시간이 있는 여름을 그래서 서양사람들은 사랑하나 봅니다.
이런 여름에 보충 학습에 선행으로 더 더웠을 인류가 우리 아이들이죠.
그것도 추억입니다. 그 노력 덕에 편안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제 아이도 인턴십이다, 교환학점이다 해서 그닥 못 쉬고 여름을 보냈습니다.
대학 생활을 되짚어 보면 천방지축 놀며 떠들었던 추억도 있지만,
초집중으로 시간을 보냈던 도서관 자리에서 일어날 때 생겼던 현기증,
도서관 문을 나설 때의 상쾌한 성취의 공기도 추억입니다.
각자에게 추억을 선사했을 여름에 감사하며 주저리주저리 수다보 풀었어요.
프랑스 영화 "여름이여, 안녕" 주제곡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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