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는 이제 더 이상 인기 있는 제2외국어가 아니다. 실용성을 앞세운 언어정책으로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나 독일어가 뒷전으로 밀리기 시작한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그래서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나는 학생들에게 그들이 왜 프랑스어를 선택했는지를 묻고 프랑스어를 배우는 것이 왜 좋은 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외국어를 왜 배우는가? 도구로서의 언어 습득을 강조하시던 은사님이 기억난다. 두 차례에 걸쳐 총 7년을 프랑스에 살면서 프랑스어를 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수많은 정보와 그로 인해 누릴 수 있었던 생활의 편의를 생각해보면 언어는 내게 소통과 생활의 도구로 큰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나는 프랑스어에는 자신의 삶을 풍부하게 해 줄 수 있는, 실리를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더 있노라고 덧붙인다. 언어라는 다리를 통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세상이 여전히 나를 키우고 나의 시야를 넓혀 주고 있노라고.
프랑스어는 듣기에 아름다운 언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리듬과 발음이 듣는 사람의 귀에 매력적인 울림을 남기는 모양이다.
언어 선생이다 보니 발음 관련 수업도 하게 된다. 모든 학생들이 원어민 같은 발음을 하게 된다면야 더 바랄 게 없겠지만 다 커서 배우는 언어인 탓에 생소하기도 하고 우리말에는 없는 발음들로 인해 똑같이 따라 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런데 발음이 왜 중요한가, 꼭 원어민 같은 발음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받으면 해주는 대답이 있다. 물론 발음이 좋으면 좋다, 우선 듣기에 좋고 실제보다 더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도 있으니까.
그렇긴 해도 일단 내 말을 상대방이 잘 알아들으면 발음 문제에서는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반기문 총장님의 발음이 더 좋으면 좋겠지만 그 분의 연설을 못 알아듣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내가 실컷 이야기했는데 상대가 자꾸 되묻는다면, 그리고 그게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면, 내 발음은 고쳐야하는 게 맞다.
나는 학생들에게 발음 개선을 위해 매일 10분씩 큰 소리로 책을 읽으라고 당부한다. 큰 소리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자기가 내는 소리를 직접 듣지 않으면 제대로 발음하고 있는지 본인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잘 읽겠는데 막상 소리가 되어 나오면 발음이 이상해지는 문제는 자신이 직접 들어야만 고칠 수 있다. 이는 이어폰을 끼고 노래할 때 본인은 정확히 잘 따라 부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옆에서 듣는 사람은 음치가 노래를 부르나 보다고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이어폰이 귀를 막아 자기 노래를 안 들리게 하므로 음정을 정확히 재생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느 대학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자기가 들을 수 있는 소리만 모방할 수 있다고 한다.
노력에 따라 발음은 확실히 좋아질 수 있다. 우리말이 웬만한 소리를 다 가진 풍부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원어민 발음을 자꾸 듣고 따라하다 보면 언젠가는 언어의 유창함에 더하여 멋진 발음도 가지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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