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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y, 사탕, 아탕 : 어휘

  • 지나world
  • |
  • 2014-09-01
6

제네바에 살 때 일 년 남짓 우리말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부인이 한국인인 이태리 남자 분, 스위스 입양인 자매, 또 다른 입양인 처녀, 이렇게 넷이 학생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정도씩 수업을 했으니 진도가 빠를 리 없었고 그나마 많은 시간을 문법 설명 보다는 문화 설명에 할애하다보니 별로 느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말이 과학적이어서 읽고 쓰는 것이 비교적 쉬울 거라던 예상이 빗나가 읽는 것을 익히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우리 말 문법이 생각보다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서울에 돌아 와 나는 '한국어 강사' 자격증을 얻기 위해 고려대학교 여름학기에 등록하였다. 하루 다섯 시간씩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수법을 여름 내내 들으러 다니면서 다양한 교수법과 이론들을 배웠지만 실전에 적용하기 힘든 방법론이란 별 의미가 없는, 그저 이론에 그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가졌던 한 가지 의문점에 대해서는 담당 교수의 확실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어를 가르칠 때 학생의 수준에 상관없이 한국어로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인지 아니면 영어 또는 학생들이 아는 언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게 더 나은 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교수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해 본 결과 설사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못 알아듣는 그룹일 지라도 처음부터 한국어로 배운 그룹이 영어나 그들의 언어로 배운 그룹보다 6개월 뒤 훨씬 나은 결과를 보였다고 했다. 언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 어휘나 표현의 습득과 활용이 더 빨랐다는 것이다. 설명을 듣고 나니 제네바 시절 만약 내가 프랑스어가 아닌 한국어로 처음부터 수업을 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어른들은 아직 완전하지 않은 발음이나 표현이 귀여워 아이의 말을 그대로 따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사탕을 아탕이라고 한다든지 ‘하부지(할아버지), 요기(여기) 아야해쩌요(다쳤어요)’ 같은 경우이다. 이는 언어를 모방하며 배우는 단계의 아이들에게 틀린 말을 자꾸 반복하여 학습시키는 것과 같으므로 되도록 피해야 한다. 소리가 그렇게 나왔을 뿐 아이들이 하려던 말이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언어학자들은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도 ‘우리 아들, 고기(생선) 먹을까?’가 아닌 고등어, 꽁치, 갈치 등의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문장을 들려줄 것을 권한다. 듣고 접하는 단어들을 통해 아이의 이해력과 어휘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이유에서이다.

 

모든 학생에 적용되어 늘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교수법은 없다지만 수많은 이론들이 공통적으로 중시하는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모국어가 되었든 외국어든 간에 학습언어의 환경에 가능한 한 많이 노출되어 정확한 발음, 표현과 어휘를 익혀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결국엔 어휘 실력이 언어 수준을 좌우하므로 꾸준히 어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사족으로 제네바에서 만난 입양인 자매는 낳아준 어머니와 가족을 찾았다. 그리고 매년 한국을 찾아와 모자라는 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 바디 랭귀지를 섞어 써가며 가족들과 좋은 만남을 하고 있다.ⓙ



지나샘의 딸내미 메고 세상 한 바퀴 칼럼글 모두보기

원본 게시물: http://www.suksuk.co.kr/momboard/read.php?table=BEC_001&number=6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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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로라공쥬
  • |
  • 2014-09-0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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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샘님 오늘도 유아엄마들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를 주셨네요.^^

 

어휘 실력이 언어 수준을 좌우하므로

꾸준히 어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 아이 말을 배울때부터 늘 해왔던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맘마, 빠빠, 까까, 할배, 할매 대신

밥, 과자, 할아버지, 할머니, 나이 뿐만 아니라,

식사, 진지, 동네 어르신, 연세, 춘추 등 어려운 단어라고 빼지 않고 모두 말해주었어요.

늘 아이의 한글 어휘수준을 높이려고 노력하면서

책을 많이 읽어주려고 애쓰자 아이의 문장력이 상당히 좋아지더라구요.

어휘를 많이 아니까 조금 어려운 책도 읽을 수 있고,

조금 어려운 책을 읽기 시작하니 지식이 그만큼 쌓이더라구요.

 

한글을 해왔던 방식 그대로 영어도 진행하고 있어요.

이런 방법이 처음에는 오히려 더 더디게 느껴진다는 경험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오고 있답니다.

또래들이 맘마, 빠빠로 곧잘 옹알대던 것에 비해 과묵하기 이를데 없던 아들이

말을 시작하자마자 거의 문장으로 말했던 것처럼

오늘도 영어를 쏟아내는 그 날을 위해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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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09-01 21:01
와우, 아주 바람직한 어휘교육을 하고 계시는군요.
저는 아이가 너댓살 무렵, 유치원에서 30분쯤 떨어진 곳에 살았는데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차안에서 늘 동화 카세트를 들려주었더니 이야기 속에 나오는 단어와 표현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 경험이 있습니다.
언어의 발전은 계단식이어서 안느는것 같아도 어느날 보면 한 계단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오로라공쥬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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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릴리여우맘
  • |
  • 2014-09-01 16:27
답댓글

언어에 꾸준한 노출~~~ 그쵸?? 그래서 제 발음을 듣기 보다는 오디오를 듣기를 바라는데...

아이는 엄마가 책을 읽어주길 바랄때가 더 많아요~~ 그걸까요?? 아이도 엄마 발음이 재미있을까요??? ㅋㅋㅋ

책을 함께 읽더라도... 꼭 같이 오디오로도 들려줘야겠어요~~~~ ^^

아~~가길이 너무 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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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09-01 19:15
엄마가 읽어 주는 책이 최고의 책입니다. 동화를 정신분석 이론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은 엄마가 읽어줘야만 그 동화의 역할 수행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정서적으로 제대로 자란 아이들이 적응도 잘하고 어려움도 잘 헤쳐나가는데 엄마와 책읽으며 보낸 시간들이 교육적 효과 뿐이 아닌 정서적으로도 큰 역할을 하지요. 발음이 염려되신다면 말씀처럼 짬짬이 오디오교재를 활용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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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달이
  • |
  • 2014-09-01 11:23
답댓글

한국어에도 역시 적용되는군요. 외국어는 많이 노출되어야 한다는 것들요...

아이들에게 올바른 발음과 어휘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저는 못가봤지만 스위스 제네바가 프랑스어를 쓰나봐요? 다양한 경험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칼럼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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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09-01 19:22
스위스는 공식적으로 네가지 언어를 쓰는 나라입니다. 독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로망슈어. 약을 하나 사면 네가지 언어로 쓰인 설명서가 한보따리 들어있어요. 물론 국민들이 네가지 언어를 다 하는 것은 아니구요, 심지어 학교에서 가장 많이 선택되는 제2 언어는 영어입니다.
언어는 지역에 따라 다른데 심지어는 사람들의 심성도 언어권에 따라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흥미로운 나라임에 틀림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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