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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인 듯 칭찬 아닌 칭찬 같은 백치미!

  • 지나샘
  • |
  • 2014-10-06
6

10년 전 쯤, 스위스 국제고등학교에서 IB (International Baccalaureat) 한국어를 담당한 경험이 있다. 제 2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한 아이들에게 우리 문학을 가르치는 교과과정이었고 학생들은 주로 조기유학 온 한국 학생들이었다. 한번은 홍길동전에 대한 과제를 읽다가 학생 중 한명이 길동이 서자로 태어나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하는 표현을 ‘호명호제하지’ 못하니 로 쓴 것을 본 적이 있다. 한자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으니 ‘호형호제(呼兄呼弟)’를 잘못 알고 쓴 것이었다.

 

사실 이런 일은 요즘 학생들에게서 흔히 발견된다. ‘그 여자 탤런트에게는 백치미가 있어’ 했더니 백치미는 이가 하얘서 예쁘다는 뜻이냐 물었던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맥아더 동상에 쓰여 있는 ‘한미수교 100주년...’ 문구를 읽고 한미수교는 어떤 종교냐 하는 아이도 있었다.

 

하긴 그 어렵다는 언론사 입사시험을 통과한 일간지 기자들이 쓴 신문기사에서조차도 전철(前轍)을 밟지 않아야 한다고 써야 맞는 것을 ‘전철을 밟아야 한다’로 잘 못 쓰고,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환골탈퇴’라 하는 등, 심심찮게 오류가 발견되는 실정이니 학생들이 이런 실수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가 영어에 쏠림 공부를 하였으므로 우리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자어 익히기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글 전용교육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들으면 펄쩍 뛰실 일이겠고 또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공부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니 좀 안쓰러운 일이 되겠지만 나는 우리말을 제대로, 바르게 쓰기위해서는 한자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이다. 주장하는 측의 의견이 각기 다르긴 해도 우리말 속의 한자로 이루어진 낱말은 적게 보면 35%에서 많게는 70% 가량이라고 한다. 때문에 아무리 우리 역사 속에서 한문으로 쓰인 그 많은 문헌들에 대한 연구는 학자의 몫이라 치더라도 우리가 한글로만 글을 쓰고 말하는 것에는 확실히 부족함이 있다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자공부가 부담이 될 것이라지만 덤으로 얻는 소득도 있어 보인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하게 된 딸아이 말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걸쳐 억지로라도 외웠던 한자 덕에 비교적 쉽게 중국어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자 부수를 알므로 발음은 정확히 몰라도 처음 보는 중국어 단어의 뜻을 유추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또 우리말 단어를 떠올리니 중국어 표현을 배우지 않았어도 적당히 응용하여 쓸 수 있었다고 했다. 짐작컨대 라틴어를 알고 프랑스어를 하면 이탈리아어나 스페인어 배우는 게 쉬워지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다. 또 역으로 중국어를 배우니 우리말 표현과 이해력이 늘더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나 자신도 한자공부에 보다 외국어 익히기에 쏟은 시간이 훨씬 많으므로 큰소리할 형편이 못되지만 영어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홈쇼핑 진행자들이 옷이나 화장품을 팔 때 흔히 하듯, ‘이번 씨즌 디자이너 에디션 롱자켓의 슬림한 핏감이 어쩌고’, ‘론칭 빅히트 리얼 아이템 앰플 모노더마가 저쩌고’ 하는 식의, 외국어 남용은 모른 체하면서 우리말 속의 한자표현을 틀리게 사용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더 이상 이대로 내버려두어서는 안 될 것 같다. 결론은, 요새 유행하는 말로 한자공부 ‘강추’이다. ‘백치미 있다’ 소리를 바로 알아듣고 칭찬으로 들어야 할지 말지를 제대로 고민하려면.Ⓙ



지나샘의 딸내미 메고 세상 한 바퀴 칼럼글 모두보기

원본 게시물: http://www.suksuk.co.kr/momboard/read.php?table=BEC_001&number=6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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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이혀니맘
  • |
  • 2014-10-07 01:12
답댓글
그래도 요즘은 마법천자문을 필두로
한자를 재미있겡공부할 수 있는 교재,교구가 늘어서 참 다행이죠^^
오늘도 우리 꼬맹이는 마법천자문 책 꺼내 또! 읽더니
이젠 거기 나오는 한자를 써보려하더군요.
그게 즐거운 놀이였다는 거!

덕분에 저도 다시 공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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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0-07 16:45
마법천자문이라는 책이있군요. 제가 사서 공부해야겠는걸요.
아이들이 놀이처럼 재미있어하는 책이니 아주 잘만들어졌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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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준맘
  • |
  • 2014-10-06 14:03
답댓글

홍길동 얘기 나오니까 예전 코메디 생각납니다.


이제 호부호형을 허하노라~ 라고 하자 홍길동이 울면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데

호부호형이 무슨 소용입니까...~!' 하면서 꺼이꺼이 우는데

마침 그걸 배우던 때라 얼마나 웃기던지요 ㅋㅋ


홍길동 하면 호부호형인가봐요.


저도 제 이름 석자 겨우 그리지만 한문 교육 찬성~!

뜻만 알아도 용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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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0-06 15:33
최근 비정상회담이라는 한국어를 능숙하게하는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천고마비를 넣어 글짓기를 하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그런데 남일 같지않았어요. 머지않아 우리도 그렇게 되지않을까 ...
그렇게 한국어를 잘해도 한자어가 나오니 바로 문제가 드러난거지요.
저 스스로도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열심히 해야지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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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박샘
  • |
  • 2014-10-06 11:15
답댓글

한자 교육 절대 지지합니다. 영어에서 라틴어를 뺄 수 없고, 일어에서 한자를 뺄 수 없 듯,  

국어교육에서 한자 절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 아이의 언어능력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고요.

어려서부터 식탁에 사자성어 놓고 게임하면서 지도했는데 뜻은 꽤 아나, 쓰지는 못하네요.

군대에 가 있는 동안 한자 교육 열심히 강요할까 결심중입니다.

쑥쑥은 영어교육 사이트이지만 가끔 한자공부 같이 하는 팀을 만드는 깨어있는 엄마모임입니다.

이번 겨울방학에 맘 먹고 한자공부방 열어야겠네요.

 

여담 1

우리 교육계에서 AP는 많이 알려져 있어도 IB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풍문이지만 미국 대학에서 IB를 크게 평가해주는 추세라는 말이 도는 요즘입니다.

스위스에서 한국어IB 담당하셨다니 아우, 역시나 어디에서나 실력파이십니다.

 

여담 2

선생님 요즘 언론 파워가 인터넷과 방송으로 기울면서 종이 신문기자의 위상이 전만 못합니다.

어쩌면 전처럼 수재 혹은 의식있는 젊은 지식인들이 활약하던 기자 시대가 아니라고 봅니다.

한자에 대한 상식 뿐 아니라 한글문장도 오류 투성이지요.

(맞아죽을 각오하고 씁니다 ㅋㅋ 언론인 학부형이 꽤 계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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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world
  • |
  • 2014-10-06 15:46
역시 홍박샘은 아들한테 사자성어 교육까지 시키셨군요. 대단 대단!!!!
영국 대학을 가려하는 유럽 소재 국제학교 학생들은 필수로 IB 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AP 프로그램이 없는 학교들이 많아 미국대학에선 AP 대신 인정해 주지요. IB High level 경우 2년 꼬박 이수해야하므로 AP보다 과정이 길고 점수 주는 시스템이 많이 다릅니다.
언론고시라던데... 삼성고시처럼 하늘에 별따기라 들었어요. 요즘은 정말 뭐든지 어려운 세상. 좀 일찍 태어난게 천만 다행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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