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몸도 마음도 곤해서.. 만사 다 제치고
고양이 웅크려 자는 모양새로 침대에 누워서 잠만 자려고 작정했었어요..
이네.."엄마~ 레고 놀이.. 레고.. 레고..." 하는 아이의 소리가 아련하게 들리는 듯하더니
한 숨 자고 일어나 보니..벌써 밤이 되어 있었어요..
엄마 일어 났어? 엄마 깨어날 때까지 나 기다렸어.. 이제 같이 놀아 줄거지..?
하면서 그림을 쑥 내민... 아이..

I don't hate mum. I love mum so much~!!
zzz~~ 자고 있는 사람은 나..?
엄마 자는 동안 책 읽고, 그림 그리면서 나를 기다렸다는 아이..
그림으로 보니 아마 공룡책을 읽고 있었나봐요...
순간 어찌나 기특하고.. 아이가 예쁘던지..
이면지 A4에다가 그린 그림이긴 하지만.. 아이가 고사리 손으로 이렇게
그려주는 그림은 그 어떤 명화 보다 값지고
그간의 힘들었던 시간들을 한순간에 녹아 내리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I love you~~~ 라니...
제가 요즘 제일 행복한 것 중에 하나가
아이에게 이렇게 불쑥 러브레터를 받는 일이랍니다..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요..?
아주 어린 아가들도 연필과 종이를 주면.. 찌익찌익 비를 그리는 것이..
뭔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집 작은 녀석이 집에 굴러 다니는 연필을 잡은 것은 12개월 때 쯤이였어요..
한번씩 삐뚤빼뚤 휘갈기는 것이..
"아이고~ 아무 의미 없다, 치워야 할 재활용" 쯤으로 생각 되었었지요..
그리고 둘째 아이는 첫째때 쏟아 붓던 열정들에 비해 급격히 시들해지듯이..
보통의 순리대로..부지불식간?! 방목하는 스타일로 가게 되잖아요..
언니 때는 그래도.. 한번씩 물감을 꺼내어서 미술 활동도 같이 했지만..
둘째는 미술활동에 관해서는 별 국물도 없었지요..
하지만...
아이가 그림에 늘 관심을 보였고.. 이면지에 그림 그리기를 시도하고..
책에서 본 고양이에 빠졌던 54개월의 시기에는 늘~ 고양이 그림이
온 방안을 굴러 다녔습니다..
미술학원에 다니지 않으니.. 크레파스, 색연필, 물감등 돈 들 일은 없었고..
Only 이면지와, 연필만으로 그림을 그리니..
집을 좀 ( 엄청 많이~) 어지르는 것만 (꾹꾹~꾸욱) 참으면 되는 시련을 저에게 주었지만..
인정해 줬습니다... (꾹 참고..^^;;)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종이로 집이 엉망진창이네요..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자신만의 작은 공간, 프라이버시를 중요시 하는거 아시나요..?
한번씩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있듯이..
아이들도 마음이 머무를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인정받고 싶어 하더라구요..
제가 지금 생각해보면 잘했다 싶은게..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서 그림 그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랍니다.
마침, 집의 짜투리 공간이 있어서 거기다가 테이블과, 파스, 연필, 이면지 만땅을
놓아 두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만의 쉼터가 되었어요..
이제... 매일 아이는 뭔가를 끄적거리는 통에 엄마의 휴식 시간은 조금씩 늘어갑니다..
그리고 엄마는 매일 종이와 연필을 체크 하고,
아이가 그렸던 그림들을 보면서 주섬주섬 수거하는게 일이 되었어요..
그림을 하루에도 아주 많이 그립니다.
채색은 별도로 하지 않구요..
연필도 12개월때 잡은 것과 비슷하게 오른손으로 주먹을 꽉 지어서 그립니다.
.어르신들은 볼때마다 뭐라 하시긴 하는데...
연필 잡는 법에 대해선 아이에게 한번 얘기해 주고, 유치원 선생님께 부탁도 드렸는데
주먹 쥐고 그리는게 딴에는 익숙하고 엄청 편한가봐요..
디테일한 부분까지 주먹 쥐고도 잘 그리니, 그냥 냅두려구요..
초등학교 들어가면 고쳐 지겠지요..?
그림은 만화 형식이 주로 많아요..A4 한장에 그림 그리고.. 글로 표현하고..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 아이는 글의 90프로는 영어로 표현합니다.
한글을 못쓰고, 못하는 건 아닌데요..
다양한 영어만화책에 몰입했었던 순간을 너무 즐긴 탓인지..그렇게 홀로 습관이 들었어요..
띄어쓰기를 안하고 알파벳도 대문자로만 써서. 제가 글을 한번에 못알아 보는 경우도 많은데
자세히 보면 정말 순수하고 아이다운 표현들이 많이 녹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일일이 그림을 설명할 수 없지만..
아이와 저만 알 수 있는 스토리가 있고.한컷씩 마다 의미가 있어요..
자신이 느끼는 일상의 감정들을 그림을 통해서 많이 토해내고 있는 것 같아요..
문법적 오류, 철자 오류도 많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좀 가르치려 했다가.. 흥미 떨어 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아직까지는 띄어쓰기도, 수정도 해 주지 않습니다...
잘 그렸다 칭찬해주고.. 자칫 쓰레기가 될 수 있는 아이의 귀한 작품들을
제본기로 제본해서 그림책처럼 보관한답니다..
집안에 종이 날리시는 분들.. 가정용 제본기 강추드립니다..^^
처음에는 아무 의미 없었던 어린 아이의 끼적거림들 이였다고 생각 했었지만...
긴 시간 지나 와서 보니 이렇게 아이의 역사가 되고,
그림 속에서 아이의 관심사와 심리도 조금은 엿볼 수 있어서 좋네요..
기록으로 남기니, 기억하게 됩니다...^^
아무도 안적어 주는 편지를 아이가 적어 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서..
저도 엽서 세트랑 색볼펜을 샀습니다..
이미 몇장 적어서 줬구요..
(참, 책 출판사별로 예를 들어 레이디벌드, 펭귄, 퍼핀 출판사에서 엽서 100장 단위로 파는게
있더라구요.. 전 요걸 구입했답니다..)
영작할 능력이 못되어서..
제일 첨에는 로버트먼치의 Love you forever~!! 책에 나오면 유명한 노래 문구를 적어 주었습니다..
아이가 무척 좋아했어요..^^
Dear. My Cherry.
I'll love you forever.
I'll like you for always, as long as I'm living
my baby you'll be.
From. Mom
올해 두어달 정도 남았는데, 딸에게 열심히 엽서 적어 보려구요..
좋은 영어 문구 공부도 할 겸... 꾸준히 적어 지게 되면, 나중에 내용도 공유해드릴께요..
아이와 맨날 지지고 볶고 살아서 그런지, 사랑한다는 말 글로 적어 줄려니.. 오글거리긴 하지만..
영어라서 왠지 덜 오글거립니다..^^;;
쑥맘님들도 더 늦기 전에 자녀에게 사랑한다는 말 전해 주시고,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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