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바라봅니다.
좀 있으면 무려 한달 반동안 기나긴 방학이 시작될텐데
저 장난꾸러기와 뭘 하면서 보내야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오히려 겨울은 두렵지 않습니다. 보일러 빵빵하게 틀어놓고 책 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아.....그러나 여름은 더 두렵습니다.
나가서 놀자고 난리일텐데 더위에 약한 저는 여름이 더 무섭습니다.^^;
어찌되었던 한달 반동안의 시간동안 나름 프로젝트 겸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말고
무언가 영어에 도움이 될만한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영어책을 따라 써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워밍업으로 아예 지금 애기때 읽던 보드북 30권짜리를 써보라고 시킬까?
"아들, 모해?"
"레고갖고 놀고 있지."
"레고가 그렇게 좋으냐?"
"응. 난 레고가 좋아."
"음...... 저 말이야.......
우리 딜을 하나 하자. 저기 엄청 쉬운 너가 애기때 보던 보드북 보이지?
그거 엄청 쉬워서 금방 읽잖아.
한장에 한 문장밖에 없어서 쓰기도 엄청 쉬워.
그거 30권 다 쓰면 레고 하나 사줄께."
"좋아!"
그래서 6월 중순에 시작한 영어책 30권쓰기가 오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쉬운 문장이라도 아직 영어쓰기가 서툰 아이는 한 권 쓰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기싫으면 하지 말라고도 하고, 힘들면 포기하라고 했지만
아이는 그래도 레고를 갖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했답니다.^^
이거 언제까지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일까요?
이런 방법 안 통할때가 오기 전에 미리 실력을 업해 놓아야 될텐데 말이죠.

이삼일 정도 외출하는 날을 빼고는 거의 빠짐없이 매일 30일 동안 썼습니다.
원어민을 만나서 능통하게 영어를 주고받지 않아도,
영어웤싯을 눈깜짝할 사이에 다 풀고 흔들지 않아도
한 달 동안 열심히 꾸준히 해 온 이 녀석이 참 기특했습니다.
물론 당근이 없었다면 하지 않았겠지만~~~.^^;
그래서 결국 원하던 레고를 받고 옆에서 조립하고 있습니다.
영어책을 다 쓰자마자 바로 할 수 있도록 레고는 미리 사두었거든요.^^

이제 정말 곧 방학이 옵니다.
원래 계획을 약간 수정해서 다지는 의미로 47권짜리 쉬운 책을 하나 더 해보려고 합니다.
다음 책은 <플레이타임 인 잉글리쉬>로 결정했습니다.
47권이라 방학때 하기 딱 좋은 권수인것 같고
난이도를 높이기 보단 이렇게 쉬운 책으로 반복하는 것이 다 나을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한글 독립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책을 읽을 줄 알아도 혼자 책을 읽지 않는 아이를 보면서
다 큰 아이들 책도 읽어준다는데 조금 더 읽어주자고 결심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지 두어달 만에 아이는 혼자 3-4시간씩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4-5시간을 나중에는 5-6시간을 혼자 책을 읽더니
집앞 도서관 그림책을 모두 읽었습니다.
지금 시작한 영어책 쓰기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모르겠지만
쉬운 책을 한 권 한 권 쓰면서 영어책 읽기에도 새로운 전환점이 되면 좋겠습니다.
요즘 둘이서 도서관이 아니라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어요.
남자친구와 온 연인, 다정한 부부 하나도 안 부럽습니다.
제 옆에서 책을 읽다가 투정도 부리다가 뽀뽀도 해주기도 하고,
꼭 안아주기도 하다가 쇼파에 누워 다시 책을 읽습니다.
카페에서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원없이 책보는거 결혼하고 처음 누리는 호사입니다.
더운 여름 아이와 카페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으며 보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방학이 끝나면 이렇게 또 전집이 하나 끝나있을거예요.
아이가 빼곡히 쓴 공책과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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