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벌써 10분 동안이나 잠이 안 온다고 투덜거립니다.
잠도 안 오는데 자라고 한다고 칭얼대며 매트리스위에서 뒹굴뒹굴댑니다.
엄마가 재워줄테니 팔베게를 하고 누우라고 옆에 끌어와서 뉘입니다.
"엄마가 얘기하나 해줄께. 아마 금방 잠이 올거야."
아이는 잔뜩 기대를 하고 옆에 눕지만 엄마의 속셈은 따로 있습니다.
"옛날에 아인슈타인이라는 분이 살았었어. 그 분은 대단한 과학자였지.
그 분은 첨에 특수상대성이론이라는 것을 세상에 발표했지.
10년 뒤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기 전에 말이야.
엄청난 이론에 세상이 떠들썩할 줄 알았지만 세상은 냉담했고,
특허국에서 특허를 심사하는 일을 계속하며 기다렸지만 세상은 그를 알아주지 않았어.
그러던 어느 날 권위있는 유명한 학자가 편지를 보내서 관심을 보였고,
그로부터 아인슈타인은 세상에 알려진거야.
특수상대성이론이 대체 뭐길래 그런걸까?
먼저 특수하다는 것에 대해 말해줄께.
왜 특수하다고 말했냐면 그의 상대성이론이 특수한 상황에서만 보여지는 원리를 다뤄서그래.
특수한 상황이란 즉 등속운동을 할때를 말해.
등속운동이란 뭘까?
'속도가 일정한 운동, 즉 속도의 크기와 방향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운동'이지.
크기와 방향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 상태인 등속도의 관성계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특수상대성이론이야.
자 그러면 특수상대성이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
정말 딱 여기까지만 말했는데 아이는 벌써 깊은 잠에 빠져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저도 딱 여기까지만 할 생각이었습니다.
어려운 상대성이론을 아이에게 쉽게 풀어서 설명할 재간도 없었고,
설명하려는 의도도 없었습니다.
이 어려운 얘기를 더도 덜도 말고 딱 5분만 하다보면 아이는 골치가 아프니
잠들거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얘기입니다.^^;
그리고 궁금해하고 관심있다면 녀석이 파고들어야 할 문제니까요.
물론 그곳에서 저는 함께 할 것입니다.
전날 밤은 '태양계'의 특징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이미 여러번 했던 주제지만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설명할 것이 아주 많습니다.
처음에는 태양계의 구성에 관해서만 간단하게 설명했고,
별과, 행성과 위성의 차이와 각 행성의 뚜렷한 특징에 대해서만 간간히 설명했습니다.
점점 깊이 들어가서 각 행성과 몇몇 위성의 특징을 아이가 말로 할 수 있도록 알려주었고,
각 행성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를 암기하고, 자전축의 각도까지 조심스레 들어갔습니다.
금성이 새벽에는 샛별이라고 불리지만 저녁에는 개밥바라기별이라고 불리는 것도 했고,
명왕성이 왜 퇴출되었는지도 같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는 눈이 초롱초롱해서 질문을 하고 모르는 것은 같이 책을 찾아보며 깊이 알아나갔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아이는 점점 더 궁금해 하고 정신은 맑아집니다.
전날 밤 같이 얘기를 나누면서 더 이상 이 이야기로 아이를 재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주제를 바꾸어야 했던거지요.
쑥에 맨 처음 올린 글이 아마 '밤에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라는 거였어요.
밤새도록 책을 읽어달라는 아이와 빨이 재우라는 남편 사이에서
저는 불을 끄고 책 대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놀이터에서 지치도록 놀고 온 날은 밤에 일찍 잠이 들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가끔씩 이렇게 이야기를 해줍니다.
예전에는 그리스로마신화나 전래동화같은 옛날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주로 과학이야기를 해줍니다.
어려운 과학이야기는 아이를 빠르게 잠으로 빠져들게 해줄것이고
익숙해진 과학이야기는 도서관에서 책으로 깊이가 더해집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보니 저도 조금씩 지식이 쌓아져갔고,
작은 지식은 궁금증을 유발하여 엄마도 과학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얼마전에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를 끝냈습니다.

당췌 진도가 나지 않아 근 한달 이상은 붙잡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어렵다고 투덜거리는 저에게 남편은 말합니다.
"세계적 석학이 평생을 연구해 온 분야를 단 한권의 책으로 이해하려고 하지마.
모르면 모르는대로 책장을 넘기고 시간이 되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봐.
그러면 그 때 이해가 되지 않던 부분도 조금은 이해가 될꺼야."
남편의 권유대로 진도를 나갔고, 결국은 끝을 보았습니다.
어려운 부분은 어려운대로 넘기고 흥미로운 부분은 재미있게 읽다보니
그 책을 읽기전에 어려웠던 다른 책들의 내용도 조금씩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곤 '우주의 구조'를 읽기 전에 읽었던 다른 과학책을 보았는데
그때는 그것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책이 술술 읽혀집니다.

완전 문과적 인간이라고 평생을 살아왔는데
이제는 소설이나 시보다도 과학책이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전문가들이 보시기엔 참 웃기실테지만
비전문가로서 과학에 대한 흥미는 남부럽지 않습니다.
아이를 시댁에 잠깐 맡기고 남편과 둘이 카페를 찾았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둘이 거실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얘기하곤 하는데
이 날은 야경이 아름다운 카페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당신은 같이 물리학을 공부하는 아내를 만난것을 어떻게 생각해?
만약 당신이 물리학에 관심이 없었다면,
밥벌이에도 상관이 없는 물리책을 들고 있는 아내를
이해해 줄 수 있었을까?"
"아마도 별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참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공동의 관심사를 갖고 있는 아내가 있다는 건 참 좋은일 같아."
공동의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은 분명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당췌 비슷한 구석이 없는 남편인데 어느 날 보면 비슷한 책을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도 함께 말입니다.
요즘 아이와 함께 읽는 책들입니다.



원자와 태양계에 대해 공부하다가
아이가 갑자기 전기가 궁금하다고 해서
두 권의 책을 마치고 저 세번째 책을 읽고 있습니다.
세 권다 모두 다른 시리즈에 속해 있는 책들입니다.
자연스럽게 이 책의 같은 시리즈에 있는 책으로 넓혀 갈 생각입니다.
책의 난이도는 초등 3-4학년용이라는데 내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아이도 같은 분야의 책을 많이 읽다보면
쉬워지는 날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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