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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컨텐츠

뜻대로 되지 않아 다행이다.

  • 오로라공쥬
  • |
  • 2014-08-01
15

아이를 키우며 이것저것 소망한 것이 많습니다.

아이가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고, 똑똑했으면 좋겠고, 말도 잘 들으면 좋겠습니다.

결혼을 하며 남편에 대해 이것저것 소망한 것도 많습니다.

자상했으면 좋겠고, 친정에 잘 했으면 좋겠고, 돈도 잘 벌면 좋겠습니다.

저에대한 이것저것 소망한 것이 가장 많았을 겁니다.

요리도 잘 했으면 좋겠고, 좋은 직장을 구했으면 좋겠고,

각종 자격증도 따면 좋겠고, 적어도 일년에 한번씩은 꼭 해외여행도 갔으면 좋겠습니다.

 

결혼 9년차......

그렇게 소망한 것 중에 이룬것이 거의 없습니다.^^;

무뚝뚝하기로는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남편이 입을 열때는 꼭 잔소리입니다.

뭐가 맘에 안드니까 말수없는 사람이 입을 여는겁니다.

그래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남편의 입이 열리지 않은 날은 참 평화로운 날입니다.

남편의 과묵함을 감사하며 살다보니

처갓집에 1년에 2-3번 전화해주는 것에 고마워할 지경입니다.^^;

아무리 외식이 잦다지만 결혼 9년차 요리는 늘지도 않고,

백수로 아이와 뒹굴뒹굴 거리는 완전 펑퍼짐한 아줌마가 다 되었고

해외여행 못 가본 햇수는 결혼햇수와 거의 일치합니다.^^;

제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었더라면 아이는 지금쯤 아이비리그에서

장학금 받으면서 대학생이 되어 있을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은것이 얼마나 다행한가 안도가 느껴집니다.

아이와 도서관 아래 카페에서 같이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시간이 참으로 행복합니다.

계속 책을 읽겠다는 아이의 청을 들어 밤새워 책을 읽어 주던 저에게 독설을 하며 불을 껐던

자상치 않은 남편 덕에 아이는 제 생각만큼 똑똑하게 자라지 못했습니다.

늘 까다롭고, 예민한 남편 비위맞추느라

아이에게 제대로 신경을 써 줄 수가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아이에게 미친듯이 해준게 책읽어 주기였는데

그마저도 남편의 뜻에 따라 아이를 울리며 불을 꺼버렸습니다.

하지만 만일 아이가 제가 원래 소망했던대로 지금쯤 아이비리그에 가 있다면

저는 지금 이런 호사를 누리지 못 할 겁니다.

제가 요리를 못해서 짜잔하고 멋진 식사를 내놓지도 못하는데

아이는 엄마가 해 주는 요리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해서

엄마를 폭풍감동하게 해 주는 일도 없었을테지요.

요리를 못하는 것도 감사할 일이더라구요.

생각치 못한 백수 생활로 좌절모드였는데 그 백수생활 덕분에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늘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또 감사합니다.

 

 

 

 

 

아이가 도서관 프로그램 중 부채만들기를 해서 제게 선물해 주었어요.

겸재 정선의 그림보다도 제겐 더 멋지게 보이는 산수화였어요.

제가 직장을 다녔다면 학원 뺑뺑이였을텐데 아이는 도서관 프로그램을 통해

그림그리기, 케잌, 팔찌, 곤충도감, 인체해부도, 태양계 등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고

저는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꼭 소망한대로 이루어져야만 행복한건 아닌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이제는 되는대로 최선을 다해서 사는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무엇을 바라기 보다는 매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다가 얻은 결과를 만족하며 사는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그 최선은 무조건 죽을 힘을 다해서 하는 최선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속에서 후회하지 않을만큼 하는 최선이 좋을듯 해요.

너무 죽을 힘을 다해서 살면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렇게 아이를 키우다보니 시간이 흘렀고,

남편은 제가 아들에게 천만원짜리 교육을 해주고 있다고 칭찬을 해주더군요.

뜻대로 된게 아무것도 없는데

나는 천만원짜리 고액교육전문가가 되었어요.

수중에는 단 한푼도 안 들어 오지만......^^;

 

 

마지막으로 아이가 아프지 말았으면 하는 것도 크게 바라지 않게 되었어요.

저는 아이가 놀 수만 있다면 정말 사방팔방 쫓아다니며 놀게 하는데

하두 놀아서 아이가 아플때가 있어요.

아이가 안 아팠더라면 그 다음날도 무슨 꼭지를 찾아 또 놀러갔을텐데

아이는 자기 컨디션이 다했다고 저에게 신호를 보내는거더라구요.^^;

옆에서 남편이 너무 최선을 다해서 논다고 가끔 걱정을 하는데

이 철없는 엄마를 스톱시키기 위해 아이는 가끔 저렇게 드러눕더라구요.

지금도 연속 3일동안 여름성경학교에 도서관 프로그램에 놀이터에 수영장까지 강행군을 했더니

오늘 그만 드러누워버렸어요.^^;

항상 오늘 못 놀면 내일은 없는 사람처럼 노는데

아이 건강을 생각해서 노는 것도 좀 쉬엄쉬엄 다녀야겠어요.

 

모두 휴가를 떠나고 게시판도 썰렁한 요즘 오공쥬는 열심히 글을 씁니다.

왜일까? 방학이라 시간이 남아돌아서 일 수도 있고,

아이와 같이 하루종일 있다보니 생각거리, 쓸거리가 많아서 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비투스님과 비슷한것 같습니다.

나의 성장......엄마의 성장......

그 기록을 남기고, 먼 훗날 누군가도 같이 공감해 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쑥의 칼럼은 제게 타임머신과 같습니다.

예전에 다른 분들이 적어두셨던 칼럼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오늘의 내게 왔고,

지금은 냉담하지만 몇 년 후 어떤 분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적는 글이

타임머신을 타고 이미 미래로 간 것 같은 마음입니다.

 

 

 



오로라공쥬와 함께 찾는 엄마표 칼럼글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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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정귀요미
  • |
  • 2014-08-05 02:19
답댓글

산수화부채가 7살짜리 작품이라니!!! 저게 도대체 말이 되나요!!!

하긴... 나혁이의 모든 작품은 평범한 7살짜리 작품이 아닌걸요!!!

나혁이는 사교육을 거의 안하고 단지 엄마표로 거의 진행하고 있을텐데 단지 천만원짜리 교육일까요?

천만원 이상의 가치있는 엄마표교육이죠!! 나중에 나혁이가 대학갔을때 쯤에는 3억벌었다고 할겁니다^^

 

오공쥬님 궁금한게 있어요. 가끔씩 글 올리실때 나혁이가 읽은 장르를 써 주시잖아요.

3살 생활동화, 4살 전래동화, 5살 명작동화, 6살 과학, 수학동화... 등등 이렇게 본거같은데 그 나이때에

전혀 다른 장르는 안읽혀 주셨어요?

민정이는 3살때부터 창작을 좋아하긴 하지만 아주 쉬운 단계의 자연관찰이나 수학, 과학동화 아주 쉬운 거부터 노출을 해왔긴 했거든요. 가끔씩 이런 고민이 들어요. 어릴때부터 조금씩 노출시키는 게 좋은 건지 아니면 나중에 노출시키는게 빠른건지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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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로라공쥬
  • |
  • 2014-08-05 12:54
칭찬 감사드려요.^^ 근데 곧 학원 보낼예정이라.....^^;
아무래도 예체능은 힘들겠어요. 태권도는 올해부터, 피아노는 내년부터......
그래도 영어, 수학 학원**** 아껴도 그게 어디예요, 그죠?^^

음, 제가 나혁이가 읽은 책 장르는 그 시기에 주로 읽었다는 뜻이지 그것만 읽은것은 아녜요.
1-2살 - 사물인지책
3살 - 사물인지책 + 생활동화(자연관찰도 가끔씩)
4살 - 생활동화 + 전래동화(세계명작, 자연관찰도 가끔씩)
5살 - 전래동화 + 세계명작(위인전도 가끔씩)
6살 - 세계명작 + 수학, 과학동화
7살 - 수학, 과학동화 + 과학 논픽션류

이렇게 주로 읽은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항상 그림책은 한글과 영어 모두 고루 접해주려고 했어요.
아무래도 그 중심에는 항상 그림책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나혁이는 스스로 5세경부터는 만화책을 꾸준히 그리고 엄청나게 읽었구요.^^;
저런 순서가 주가 되었지만
처음부터 <독서 7개년계획>하고 짰던건 아니예요.
1-2년 정도만 준비했던것 같아요.

근데 이젠 유아용 도서보다는 초등용 책을 주로 읽다보니
학년별로 읽게 됩니다.
초등 1-2학년용은 나혁이가 쉴때 슬슬 읽도록 해주고,
3-4학년은 같이 그냥 쭉 읽어나가고,
5-6학년용은 천천히 설명해 나가면서 읽어나가요.
이젠 장르보단 그 학년에 맞는 어휘나 학습적인 내용을 짚어가면서 말예요.
그래서 지금은 주로 3-4학년 책을 편하게 읽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과학책을 많이 읽다보니, 무슨 무슨 법칙이 많아요.
보일의 법칙, 질량보존의 법칙, 옴의 법칙 등......
그래서 그런 내용은 실험하기는 힘들고 말로 좀 찬찬히 설명해 주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요.
내년에는 실험을 하는 과학수업을 들어볼까해요.
엄마와 말로 했던 내용을 직접 실험해 보면또 다른 재미가 있을 듯 해요.^^

수학은 항상 제일 걱정되는 부분인데 연산도 헤매는지라 수학동화 레벨이 가장 낮은것 같아요.
지금은 수학에 가장 신경쓰고 있는데 연산을 하면서 수학개념을 쌓는 일을 하고 있어요.
초등용 수학동화를 접해주면서 조금씩 하고 있는데
언어(국어와 영어) 수학 세가지 레벨을 맞추는게 쉽지 않네요.
요즘 숙제는 수학입니다. 과학은 흥미를 붙였는지 재미있어해서 크게 걱정 안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올 하반기와 내년은 영어와 수학이 될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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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nnyKim
  • |
  • 2014-08-04 11:07
답댓글

글이 참 편안하게 느껴지네요...

지금 제기 편안한 맘이라 그렇게 느껴질수도 있구요...

휴가라 둘째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같이 놀다가 재워놓고

지금 커피한잔 하면서 쑥에 들어와 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아이한테 미안한 생각도 좀 들었어요...

자기 발전이다, 아이도 중요하지만 내 자신도 중요해~! 하면서

아이 둘다 5개월때터 어린이집 맞기며 직장생활한지가....참...

첫째가 7살이 되고 둘째가 2살인 지금...요즘에야 이렇게 사는게 맞는건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제사 급 우울 모드로 들어갔네요...ㅋㅋ

어쨋든 아이키우는 모습 참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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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로라공쥬
  • |
  • 2014-08-04 11:21
모든 부모가 늘 아이한테 미안해 하는거 같아요.
써니킴님처럼 직장생활한다고 아이한테 못하는것도 아닌것 같아요.
저도 직장생활했을때 오히려 아이에게 더 잘해줬어요.
같이 있는 시간이 적으니까 그 적은 시간을 더 알차게 이용했고,
책도 더 많이 읽어줬고, 화도 안 냈어요.
지금은....... 흐흐흐 버럭엄마, 버럭아내로 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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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야수동
  • |
  • 2014-08-04 10:05
답댓글

산수화 부채...

넘 멋져요.

아마 오공쥬님의 보물상자에 오래동안 보관될 것 같아요.

 

저는 오공쥬님의 육아가 넘 부러워요.

늘 끊임없이 채워주고, 채워가고..

아이에게 늘 촛점이 채워진...멋진 엄마신 것 같아요.

 

밥도 뭐 어때요?

밥 사먹는 바람에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적어도 하루로 치면 2~3시간은 더 생기리라 생각되요.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는 엄마는 없는 것 같아요.

늘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는 엄마는 가능해도~!!

 

오공쥬님은 늘 최선을 다하고 계신 거예요.

만약 지금처럼 받아들임이 없었다면, 나혁이와 엄마 관계가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오공쥬님은 현명하신 분이세요.

 

글고..사실... 저 정도도 놀랠 노자 입니다. ㅋㅋㅋ

오공쥬님의 눈이 높으신겁니다. ㅋㅋㅋ

 

오늘도 아이와 함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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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로라공쥬
  • |
  • 2014-08-04 11:22
흐흐흐 저 산수화부채는 쫙 펼쳐서 계속 전시중이어요.
아마도 너덜너덜해지고 먼지가 뽀얄때까지 계속 전시할것 같아요.
도치맘이라 저 부채에 푹 빠져서요.....^^

호야수동님도 늘 최선을 다하시는게 느껴져요.
그래서 정말 감탄이랍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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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야수동
  • |
  • 2014-08-04 11:38
오공쥬님 유리집에 가서 유리상자 맞추세요.

그게 좀 더 오래 보관 될 것 같아요 아니면 아크릴 상자...

저거 정말 넘 멋져요~!!ㅋㅋ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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