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이것저것 소망한 것이 많습니다.
아이가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고, 똑똑했으면 좋겠고, 말도 잘 들으면 좋겠습니다.
결혼을 하며 남편에 대해 이것저것 소망한 것도 많습니다.
자상했으면 좋겠고, 친정에 잘 했으면 좋겠고, 돈도 잘 벌면 좋겠습니다.
저에대한 이것저것 소망한 것이 가장 많았을 겁니다.
요리도 잘 했으면 좋겠고, 좋은 직장을 구했으면 좋겠고,
각종 자격증도 따면 좋겠고, 적어도 일년에 한번씩은 꼭 해외여행도 갔으면 좋겠습니다.
결혼 9년차......
그렇게 소망한 것 중에 이룬것이 거의 없습니다.^^;
무뚝뚝하기로는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남편이 입을 열때는 꼭 잔소리입니다.
뭐가 맘에 안드니까 말수없는 사람이 입을 여는겁니다.
그래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남편의 입이 열리지 않은 날은 참 평화로운 날입니다.
남편의 과묵함을 감사하며 살다보니
처갓집에 1년에 2-3번 전화해주는 것에 고마워할 지경입니다.^^;
아무리 외식이 잦다지만 결혼 9년차 요리는 늘지도 않고,
백수로 아이와 뒹굴뒹굴 거리는 완전 펑퍼짐한 아줌마가 다 되었고
해외여행 못 가본 햇수는 결혼햇수와 거의 일치합니다.^^;
제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었더라면 아이는 지금쯤 아이비리그에서
장학금 받으면서 대학생이 되어 있을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은것이 얼마나 다행한가 안도가 느껴집니다.
아이와 도서관 아래 카페에서 같이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시간이 참으로 행복합니다.
계속 책을 읽겠다는 아이의 청을 들어 밤새워 책을 읽어 주던 저에게 독설을 하며 불을 껐던
자상치 않은 남편 덕에 아이는 제 생각만큼 똑똑하게 자라지 못했습니다.
늘 까다롭고, 예민한 남편 비위맞추느라
아이에게 제대로 신경을 써 줄 수가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아이에게 미친듯이 해준게 책읽어 주기였는데
그마저도 남편의 뜻에 따라 아이를 울리며 불을 꺼버렸습니다.
하지만 만일 아이가 제가 원래 소망했던대로 지금쯤 아이비리그에 가 있다면
저는 지금 이런 호사를 누리지 못 할 겁니다.
제가 요리를 못해서 짜잔하고 멋진 식사를 내놓지도 못하는데
아이는 엄마가 해 주는 요리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해서
엄마를 폭풍감동하게 해 주는 일도 없었을테지요.
요리를 못하는 것도 감사할 일이더라구요.
생각치 못한 백수 생활로 좌절모드였는데 그 백수생활 덕분에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늘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또 감사합니다.

아이가 도서관 프로그램 중 부채만들기를 해서 제게 선물해 주었어요.
겸재 정선의 그림보다도 제겐 더 멋지게 보이는 산수화였어요.
제가 직장을 다녔다면 학원 뺑뺑이였을텐데 아이는 도서관 프로그램을 통해
그림그리기, 케잌, 팔찌, 곤충도감, 인체해부도, 태양계 등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고
저는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꼭 소망한대로 이루어져야만 행복한건 아닌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이제는 되는대로 최선을 다해서 사는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무엇을 바라기 보다는 매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다가 얻은 결과를 만족하며 사는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그 최선은 무조건 죽을 힘을 다해서 하는 최선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속에서 후회하지 않을만큼 하는 최선이 좋을듯 해요.
너무 죽을 힘을 다해서 살면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렇게 아이를 키우다보니 시간이 흘렀고,
남편은 제가 아들에게 천만원짜리 교육을 해주고 있다고 칭찬을 해주더군요.
뜻대로 된게 아무것도 없는데
나는 천만원짜리 고액교육전문가가 되었어요.
수중에는 단 한푼도 안 들어 오지만......^^;
마지막으로 아이가 아프지 말았으면 하는 것도 크게 바라지 않게 되었어요.
저는 아이가 놀 수만 있다면 정말 사방팔방 쫓아다니며 놀게 하는데
하두 놀아서 아이가 아플때가 있어요.
아이가 안 아팠더라면 그 다음날도 무슨 꼭지를 찾아 또 놀러갔을텐데
아이는 자기 컨디션이 다했다고 저에게 신호를 보내는거더라구요.^^;
옆에서 남편이 너무 최선을 다해서 논다고 가끔 걱정을 하는데
이 철없는 엄마를 스톱시키기 위해 아이는 가끔 저렇게 드러눕더라구요.
지금도 연속 3일동안 여름성경학교에 도서관 프로그램에 놀이터에 수영장까지 강행군을 했더니
오늘 그만 드러누워버렸어요.^^;
항상 오늘 못 놀면 내일은 없는 사람처럼 노는데
아이 건강을 생각해서 노는 것도 좀 쉬엄쉬엄 다녀야겠어요.
모두 휴가를 떠나고 게시판도 썰렁한 요즘 오공쥬는 열심히 글을 씁니다.
왜일까? 방학이라 시간이 남아돌아서 일 수도 있고,
아이와 같이 하루종일 있다보니 생각거리, 쓸거리가 많아서 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비투스님과 비슷한것 같습니다.
나의 성장......엄마의 성장......
그 기록을 남기고, 먼 훗날 누군가도 같이 공감해 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쑥의 칼럼은 제게 타임머신과 같습니다.
예전에 다른 분들이 적어두셨던 칼럼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오늘의 내게 왔고,
지금은 냉담하지만 몇 년 후 어떤 분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적는 글이
타임머신을 타고 이미 미래로 간 것 같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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