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미친듯이 불어 소름이 끼칠만큼 무섭던 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
선자령 꼭대기에서 남편과 저는 잔잔해진 바람을 등지고
텐트 앞 똥꼬의자(겨우 똥꼬만 얹을 수 있어서) 위에 앉아
아름다운 운해(雲海)를 바라보며 이야기합니다.



"멋있지? 산다는게 별거 있는가,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한거지."
남편의 말에 저는 지지않고 대꾸합니다.
"그럼 자기는 꼭 행복해야해.
자기를 위해서 아내와 아들이 어젯밤 벌벌 떨면서 만들어준 시간이니까."
"왜 별로야? 멋있잖아. 자기는 어디가 좋은데?"
"글쎄.....나도 이렇게 자연과 함께 하는게 나쁘진 않지......
하지만 나는 책들이 빼곡히 쌓여있는 도서관 한 귀퉁이에 앉아 멍하니 책들을 바라보는게 좋아.
내가 책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 책들을 보면서 언제쯤 내 아이가 저 책들을 볼 수 있을까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것이 참 좋아. 난 책에 미쳤나봐.
그리고...... 육아에 미쳐있지."
" 불광불급(不狂不及) 들어봤지? 미쳐야 미친다고 하잖아.
자기는 어떤 면에서 정말 미쳐있지. 그래서 내가 대단하다고 하잖아."
요리도 못하고, 집안 살림엔 젬병이면서도 굳이 전업주부를 우기고 있는건
나름 육아에 미쳐있기에 이것도 직업이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제가 목표하는 육아가 책이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도서관에 앉아서 이 책 저 책을 뺐다 넣었다 하면서
머리 속으로 다시 계획을 세우고 책순서를 매깁니다.
올해는 특히 과학분야에 집중해서 책을 읽었는데 생물, 지구과학, 물리, 화학을
대충 훑고서는 다시 생물파트로 되돌아와서 읽고 있는 중입니다.

주로 지금까지 식물과 척추동물에 관해서 해왔기 때문에 무척추 동물을 살짝 했고,
얼마전 미생물 파트에 들어갔는데

미생물을 마지막으로 왠만한 생물파트는 모두 조금씩 접해주었다고 생각하고
올 초부터 진입하고 싶었던 진화론에 살짝 접근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대박!!!! 연신 깔깔대며 재미있다고 진화론 책 한권을 끝냈습니다.
올 초 다른 진화론 책을 시도했다가 퇴짜를 맞고, 배경지식 쌓기를 7-8개월 해오다
나름 쉽게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을 발견하고 어제 주었는데 하루만에 뚝딱 다 읽어버렸습니다.
생물 파트를 진행하면서 결국은 진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7살이 가기전에 진화론에 접근할 수 있어서 나름 만족합니다.
진화론을 맛배기로 했으니
이제는 다시 지구과학 부분으로 돌아가서
암석의 특성도 좀 더 깊이 들어가보고 싶습니다.
길거리의 아무 돌이나 하나를 주워도
그것이 화성암인지, 퇴적암인지 아니면 변성암인지
아니 화성암이라면 그것이 현무암인지, 화강암인지, 아니면 유문암인지, 반려암인지
변성암이라면 그것이 편암인지, 편마암인지, 천매암인지, 규암인지 구별해 보는 것이 꿈입니다.
이것은 영화를 보고 늘 상상해왔던 일이거든요.^^
기후, 날씨, 지층과 지구의 내부 구조와 특징에 관해서도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중간정리 삼아 시리즈를 시작했는데
내용이 좀 어렵고 썩 재미는 없다지만 1권은 어찌어찌 끝냈습니다.


그리고 준비해둔 시리즈가 있어요. 입니다.
![[창비] 과학과 친해지는 책 시리즈 (전7권) [창비] 과학과 친해지는 책 시리즈 (전7권)](http://www.suksuk.co.kr/momboard/files/BGX_020/image/1410317602118537.jpg)
논픽션 과학분야나 역사분야는 3-6학년 도서를 읽지만
아직도 창작동화는 주로 1-2학년용입니다.
즉, 아직 감성은 또래보다 1-2년을 넘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그러기에 엄마가 주는 당근의 유혹에 혹하고 넘어가서
오늘도 뭣 모르고 같이 책더미에 둘러싸여 하루가 갑니다.
얼마 전 수경샘의 칼럼을 읽고 책이 귀해야 더 책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말씀에
생각이 많았지만 그래도 냅두면 하루종일 책 펼 기미가 없는 아들래미를 살짝 꼬셔서
오늘도 이렇게 책을 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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