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주머니를 가진 덕에 신혼여행도 남편에게 맡겼던 여자가...
결혼생활 10여년이 지난 2015년 4월말에 왠일로 인터넷을 뒤짐.
이상하게도 인터넷 화면 몇개 띄우기 시작하면 정신이 산란해서 결정을 못내림.
꼬리에꼬리를무는 검색 다들 아실테지만,
말그대로 소뒷걸음질 치다가 황금똥을 덕지덕지 밟아버림.
불국사 템플스테이! 온가족 1박2일에 비용이 단돈 4만원.
템플스테이 한번 꼭 해보고 싶었는데, 그것도 세계유네스코에 등재된 불국사에서!!
메쏘~드!(팔을 활짝...이것은 년기입니당!ㅋㅋ)
7시에 출발해서 7시간을 운전해서 경주도착!
덕분에 휴게소에서 사먹은 떡볶이가 당일 저녁 6시까지 식사의 전부!
석굴암의 여정 전에, 당겨서 저녁식사부터 이야기하자면, 책에서 읽었던 것과는 다르게
세미스타일로 식당에서 자율배식하여 먹음. 절밥을 두번이나 퍼먹음. 한번은 접시에, 한번은 대접에!!
석굴암은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따라다녔는데,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우리를 부러워하는 시선이 아주 좋았음..하하.
30명중 외국인이 한명 동행.
경쟁붙음.
20대로 추정되는 싱글여자.
11세 여자.
나.
이 세명은 보이는 경쟁자. 사실, 나는 나만 아는 경쟁자.
나머지 27명은 주변에서 배회(나만 그렇게 생각한건가?)
20대녀 : 아주 대놓고 말하는데 솔직히 못함(정확히 나의 몇년 전과 아주 똑같음).
11세녀 : 엄마가 밀어가며 외국인과 말하라고 부추김. 아주 잘함. 그 엄마 그렇게 아이를 키워서 영어학원만 다녔는데도 포리너 수준임. 워케 아냐면, 아는 사람이 온 것임. 우연히 만난 것임. 안친함.
유창함. 그러나 어린이임. 소통이 단편적임. 대화를 유기적으로 끌고 나가는 힘이 없음.
나 : 나도 뭐라 정의해야겠군(40대녀라 하겠음)
대충40대녀 : 마음은 굴뚝인데, 20과 11때문에 틈이 없음. 11세녀맘이 다가와 20대녀가 자꾸 딸과 외국인과의 대화를 방해한다고 나에게 한탄함. 나중에 대충40대녀인 나는 욕 바가지로 먹었을 것임.
나에게 기회는 안오는가 보다, 다음에 언젠가 기회는 오겠지라며 반나절이 흘러감. 생각해보니, 너무 간절했던 탓이지 기회는 바로 오후 4시반에 왔으니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음. 석굴암에 가는 내내 연습함. 웨얼아유프롬? 아냐, 이런건 너무 진부해. 외국인은 자신의 신변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아주 조심스러워한다는 ㅋㅋㅋㅋ갖가지 배경지식들을 꿀걱꿀걱 삼켜가며 토함산 도착!
역시 20대녀와 11세녀가 바짝 붙음. 그뒤로 자연스럽게, 그러나 마음만은 바쁘게 쫓아가는 나. 기회는 좀처럼 오지않음.
스님 도포자락 휘날리며 설명. 대성이란 사람이 있었고, 곰사냥...꿈...불국사 건축....이런 설명을 해주시는데, 그녀가 바로 곁에서 열심히 들음. 그러나 벗뜨! 아무도 다가가서 그녀에게 설명해주지 않음. 사진찍는 척하며 자연스럽게 접근. 소근소근소근....그녀에게 석굴암의 유래에 대해 설명1!
뭐라고 했냐구요? 대성 다이드. 앤댄 히스 얼라이브....ㅋㅋㅋ왠 히 슬립, 히 드림스 어 베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신기하게도 몇 년 전과 다르게 비슷한 단어를 사용했을 뿐인데, 주저리주저리 문법과 관계는 적어도 머리속에 생각나는 대로 말을 이어 갈 수 있었음. 말해놓고도 진짜 신기했음.
그렇게 주욱 설명해주고나니, 우선 내가 놀랐고, 다음으로는 그녀가 놀라서 발음이 참 좋다며...ㅋㅋ
어디서 배웠냐고 물었음. dvd와 책을 읽었다고, 10년동안의 영어 선생님들은 워데다 보내고 그렇게 말했음. 그렇게 엉터리로 말했는데, 나중에 안거지만 주변에 시선이 달라졌음. 영어 참 잘한다고....잘해서 좋겠다고...하물며...스님도 부러워함. 책많이 읽으면 된다고 했는데, 스님 귓등으로 들으심...ㅋ
그런식으로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접근했고, 이후의 일정 중에도 나는 드문드문 그녀와 대화를 할 수 있었음. 여기서 돌발퀴즈! 우리 아이들은 뭘했을까요? 대화에 참여하도록 했으나 줄행랑을 쳤음.
그리고 밤이 되어 제일 먼저 이야기한 식사를 마치고, 연등을 만들어서 불을 밝히고, 다보탑돌이를 했음. 너무너무 아름다운 기억이라 펼쳐서 이야기해보이겠음.
하늘은 은회색. 별은 총총. 달은 둥실. 인적이 드문 달밤에 불국사 마당에 서서 무영탑이라고도 불리우는 다보탑밑을 스님을 따라 연등들고 한바퀴 두바퀴 도는데, 신라시대 귀족이 되었던 것처럼 황홀하고, 고맙고, 정겹고, 버거운 감정이 훨훨 날아 다녔다. 서울에 살아 그런가? 여행을 왔더니 사람이 없었고, 사람이 없었던 여행이라 너무 좋았다. 들어올 때만해도 관광객으로 정적, 고요같은 것들은 티끌만큼도 없었는데, 그저 고요한 불국사앞마당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좋았다.
이 감정을 끌고가서 다음날 아침에 맞붙이자면, 기상은 4시. 예불이 있었고, 108배로 이어졌지만, 종교가 다른 탓에 조용히 물러나 마당을 돌았다. 숙소는 불국사에서 스님숙소를 지나서 걸어서 15분 정도. 밤에 돌아가서 잘 때도 내가 아는 개구리 소리. 졸졸 물 흐르는 소리. 그리고는 수백개의 모르는 소리들이 밤을 가득 메워줘서 무엇이 어두운 건지, 무엇이 두려운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밤의 불국사도 좋았지만, 개장시간 7시 전의 불국사도 좋았다. 대략 6시부터 불국사 투어가 시작되었다. 스님의 말씀은 찬찬하고, 단단하고, 아름다웠다. 햇님도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같았다. 임진왜란 후 다시 건축되었다는 말에는 알 수 없는 찬란함이 그리웠다.
여기서 끝날 것 같지만, 또 있다.
다시, 전날 밤 10시로 돌아가겠다.
그녀와 나는 다른 방에서 잠들게 생겼다.
아쉬웠지만, 그녀의 옆자리는 20대에게 줘야지.
그런데 인원이 한쪽에 몰려서 나와 딸, 11세녀 모녀가 이동하게 되었다.
그녀 옆에 눕고 싶었으나 머뭇거리는 사이 11세 모녀가 자리차지! 밖에 자리 깔았으나
11세녀와 동갑내가 딸이 같이 자겠다며 버텨줌.
애들은 이불장이 있는 방에가서 둥굴고 나는...ㅋㅋ그녀 곁에서...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2시간 동안의 대화가 오갔다.
본론을 먼저 들어가고 신변은 자연스럽게 나중에!
2시간을 이끌어 갔건만, 간단한 몇가지 빼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나 스스로에게도 놀랐다.
3년전의 나는 아이의 외국인 선생님과 대화를 할 수 없었다.
아이가 당신을 좋아해요가 전부였고, 그녀앞에서 버버거리다가 대화가 끝났었다.
지금, 유창하지는 않아도 대화가 되고, 대화를 끌고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정답은, 책이다.
우리의 만남은 이어지고 있다.
일주일에 2,3번은 꺄~똑으로 안부를 전한다.
다다음주에 서울에 놀러온다. 그녀는 지방에서 근무하는 영어선생님이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나에게 선생님이 되어주기로 한 것이다.
저스트 프렌드로서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본인에게 수많은 대쉬가 있지만, 나에게 처음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이와중에 남편의 의심이 기증된다.
어느날 봉고차가 올지도 모르니 조심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중간 정산하겠다.
그리고, 연말정산 하는 날도 오리라 기대한다.
나의 버킷리스트가 또 하나 이루어졌다.
이렇게 이루어 질 줄 몰랐다.
이번 여행은 좋았다. 아주 좋았다.
이 밖에도 '조개와의 만남'도 있는데, 이것은 어찌 꺼내야할 지 모르겠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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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21 숙제검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