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노인은 시엄니인데 여든다섯에 노인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 이전에 입학을 시도했으나 영 적응을 못 했습니다.
앞니가 확 빠지거나 단추도 잘 못 낑구는 할배들 수준을 보고 거부,
그냥 집에서 아버님하고 반 다툼, 반 놀이로 소일했습니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1년 후 같이 놀 사람이 없어서 학기 중에 들어갔어요.
다행히 할배반과 할매반이 구분돼 있는 학교가 있는 동네여서
문 열고 들어가 몇동 몇호 사는 아무개 여사 신고 절차를 거쳐 입학했습니다.
할매가 모두 20여분 되는데 당시 상당히 만학도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네는 장수 지구인지 우리 노인은 어린 축에 속했습니다.
아흔 넘은 분이 많았대서 지금 백세 노인이 두 명이나 됩니다.
지금 우리 노인이 아흔하나이신데 팔순 노인은 애기랍니다.
노인학교 입학 전 사교술이 좋은 게 유리합니다.
우리 노인은 세명의 절친이 있는데 외로운 삶에 큰 힘이 됩니다.
현재 반장은 100세가 넘은 분입니다. 일명 검사할매인데
손주들이 모두 법조인이라 붙여진 별명입니다.
우리 노인의 절친은 별명이 김상사입니다. 남편이 상사 출신입니다.
키 작고 귀여운 할머니 한분은 우리 노인을 무척 좋아해
자주 간식을 나눠주는데 별명이 야물이랍니다. 왜인지는 모릅니다.
할매들 중 어깨를 쭉 피고 사는 분은 아파트 단지에서 자기 집 소유자입니다.
아들한테 얹혀살거나 딸한테 얹혀 계신 할매들은 기운이 좀 없답니다.
가장 목소리가 높은 할매는 자기 집인데 자식들이 얹혀있는 경우입니다.
평수가 넓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재산을 많이 주신 경우 기세가 등등합니다.
우리 노인은 자기 집 소유자에 할아버지가 재산을 좀 주신 케이스라
사는 게 여유로운데다 매우 영리하고 유머가 있어 인기가 짱입니다.
그러니까 노인학교 입학 전에 재산이 좀 있는 게 유리하겠습니다.
아, 고스돕 놀이는 필수이니 틈틈이 연습하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 노인은 입학 전에 고스돕을 선행했대서 그 과목에서 선두입니다.
남편, 자식, 손주들과 심심풀이로 한 덕에 할매 배틀 평정입니다.
쩜 당 십원 고스돕을 구십 노인이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대체로 돈을 따는데 그 딴 돈을 도로 주거나 과자를 사 돌린답니다.
그래도 간혹 돈을 잃을 때도 있는데 그런 날을 기분이 아주 나빠합니다.
아무개 할매가 술수를 써서 속였다고 분개합니다.
노인 얘기를 들어보니 우리가 몰랐던 일이 있습니다.
며느리한테 삼시세끼 얻어먹기 뭣해 거기서 점심 해 잡숫는 분도 계시고요.
보약을 사다가 거기 냉장고에 넣어놓고 드시는 분도 계십니다.
얼마나 오래 살라고 약까지 먹냐고 할까봐 눈치 보여서 그런다고요.
어떤 며느님은 할매 상을 따로 차려 방에 넣어준답니다.
식탁에서 같이 식구들과 먹는 게 싫어서 그런다는데
왠지 좀 믿어지지 않습니다. 따로 차리는 게 더 일 아닌가요?
가만 보니 노인학교 휴식 시간에 제일 큰 화제는 며느리 흉입니다.
가끔 노인학교 주최 놀이를 가는데 버스를 대절 해 인근 관광지로 갑니다.
학교 차원에서 식사를 인근 식당에서 맞추거나 현지에서 사드립니다.
그런 행사가 있을 때면 우리 시누님이 학교에 봉투를 척 하사합니다.
운전사 아저씨 안전 운전 하시고, 지도 선생님 행사 후 맛난 거 드시라고요.
그래서 우리 노인은 주최 측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습니다.
노인의 어깨를 세우는 일은 자손들이 가끔 간식을 반에 돌리는 겁니다.
저희 경우 자식 네 쌍이 돌아가며 학교를 방문하기 때문에
우리 노인의 기세는 등등하다 못해 하늘을 찌릅니다.
저는 “어머님~~” 하면서 콧소리로 부른 뒤 방문을 엽니다.
“막내 와떠요~~” 혀 짧은 소리를 한 뒤에 방안에 뛰쳐 들어가
팔짱을 끼고 모셔옵니다. 아주 가증스런 연기를 하면
우리 노인과 제 머리 뒤로 부러운 시선이 마구 와서 꽂힙니다.
아흔 하나 할매를 기쁘게 하는 일을 이렇게 쉽답니다.
이렇게 요사를 떨면 우리 노인이 제게 용돈을 마구 주십니다.
평생교육원? 아니 노인학교, 찹 좋습니다. 역시 배워야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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