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읽는감정 : 눈꼽은 뗴고, 서정적이고 구슬프게.
6시35분.
오전.
정확한 시간은 모른다.
기대로, 기대에 가득찬 대로 아침 눈을 뜬다.
바닷가에 가면 조개가 있다고 했다.
몇걸음 찾아봐도 나오지 않자, 모두의 마음은 저마다의 곳으로 사라졌다.
다음날 새벽, 대충 신발을 챙겨신고, 바닷가로 나온다.
5월의 바다는 사람도 자연도 적당하다.
더구나, 내가 머문 바다에는 인적이 없다.
파도자리는 있는데, 사람자국은 없다.
아직 7시가 안되었는데, 햇살이 따갑다.
하얀것. 하얗고 반짝이는 그것을 찾아 해안을 따른다.
찾았다, 껍데기.
백걸음.
찾았다, 껍데기.
이백구십사걸음.
찾았다. 드디어.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사실, 감정에 북받쳐, 이 대목엔 눈물을 흘리는거야라고 주문을 넣었다.
진짜, 나온다. 눈물이.
파도가 드나든다.
바다앞에서 보면 파도가 내게 하나로 보이는데,
해안선을 따라보면 겹겹이 파도가 수십, 수백개다.
왜그랬을까, 그때 난 이런 생각을 하게된다.
엄마가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된다고들 하지만, 이내 잠깐의 관심을 받고, 사라진다.
엄마가 아이를 1년 이상 가르쳐 보게 되면, 조개 하나와 같은 반짝이는 기쁨이 가끔 위로가 되어준다. 감동이 되어 준다.
하나의 조개를 찾고, 더 많은 조개를 찾아야겠다며 허리를 일으켜 바다를 보는데, 여태 한두개의 고비인줄 알았던 파도가 수십, 수만개가 되어 내 앞에 펼쳐진다.
저 많은 파도를 건너야 나는, 이를 수 있다.
배가 고파진다.
나는 엄마니, 아침밥을 차리러 가야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해안 끝까지 가면 분명 하얀, 백합 조개를 정말 많이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걷는다.
조개는 나오지 않는다.
철책도 지났다.
이 아름다운 바다에 아직도 남아있는 흉물스러운 그것.
새도, 나무도,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되어버린 나는 그냥 더 걷는다.
동해의 해안선은 길어서 어느덧 나는 다른 해변의 이름에까지 건너와버렸다.
그렇게 걸었더니 예닐곱개의 조개를 건졌다.
요령이 생겼다.
파도가 쓸고 나갔을 때 통통하게 위로 솟은 것은 살아있는 조개.
파도가 쓸고 나갈 때 조개의 무게로 그 주변이 패이기 때문에 자그마한 그림자가 생겨
입체감이 느껴진다. 반면, 속살이 털려 껍질만 남은 조개는 납작하다.
그리고..풍경을 보다 불안을 느끼다 가다 서다 보니, 정말!
조개들이 있었다.
다같이 손잡고 일광욕 나온마냥 누워있었다.
하얀 등짝 드러내고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손가락 네개 모은 크기의 조개들이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자신의 상체를 당당하게 드러내고 누워있었다. 하늘도 멀쩡하고, 모래도 여전한데 내 가슴은 터질 것 같았다.
왜 그랬을까, 나는.
조개무지에 그간의 고민과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나는, 상으로 받았다, 그것을.
하늘에서 내려온 만나다, 그것은.
엄마표 영어는 특별한 아이들이 하는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들 알면서도 지나친다.
1년을 해보면 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를.
3년을 해봐도 안다. 얼마나 더 처절하게 고통스러운 지를.
그러나 3년이 지날 무렵부터 안다. 되는구나를.
되는 구나를.
아직도 모르겠다면, 그냥 해보기를 바란다.
단, 3년은 해놓고 해봐도 안된다고 말하길 바란다.
* 이 글은 지난 5월 4일 강원도 동해시 용화해수욕장, 맹방해수욕장, 망상해수욕장과 그 다음해수욕장 일대를 거쳐온 한 아주머니가 맨다리로 쓴 이야기이다. 당시 잡은 조개의 종류는 '백합'이었으며, 이 조개는 본디, 해변에서 바다로 들어가면 더욱 많이 잡힌다고 한다. 당시의 조개들은 이른 아침과 전날 밤 파도에 쓸려 해변에 뿌려진 것들로 추정되며, 물이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조개들은 해가 뜨면 더위에 죽게되고, 입을 벌린 조개를 새들이 쪼아먹거나, 파리 등등의 생물들이 분해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보는 바닷가의 조개들은 대부분 이렇게 껍질을 드러내게 된다고 이 아주머니는 추정한다. 이 아주머니 가족은 대파를 숭숭썰어넣고, 빨간고추, 초록고추 잔뜩넣어 아주 맛나게 끓여먹었다지만, 사실 5월은 조개를 먹지 말라는 권고가 있는 달이다. 30분 이내에 심각한 마비 증세와 호흡곤란으로 명을 달리할수도 있었으나, 무지에 기초하여 먹은 결과 다행히 아직도 살아서 이 글을 남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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