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사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 50권 1962년 초판본.
오빠가 읽고 또 읽어 내가 읽을 차례가 되었을 때는 다 헤져서
엄마가 낡은 이불 호청을 테이프처럼 잘라 풀을 쑤어 이음매를 붙이고,
명필인 아버지가 펜으로 제목을 다시 멋있게 써주신 수선본이었습니다.
그걸 내가 읽고 또 읽고, 엄마가 동생에게 또 읽어 주고 읽어 줘서,
나중에는 고물이 되었고 여러 번의 이사 끝에 내동댕이 쳐졌지요.
그 촌스런 디자인, 누르스름 갱지가 풍기는 이상한 냄새가
아주 가끔씩 문득 떠오르고 그립습니다.
어디 고물상에라도, 박물관에라도 있다고 보고 싶습니다.
이 책 덕에 저는 일찍 알프스도 다녀오고 크레페가 뭔지도 알았어요.
세상을 향해 나를 걸어나가게 해준 책, 서구 문화에 눈 뜨고 동경하게 만든 책.
내 어린 날, 부모와의 추억을 품게 해준 책들입니다.
얼마 전 어느 블로거가 어렵사리 44권 맞췄다며 사진 올린 거 보고
눈물 날 뻔 했습니다. 그분의 허락을 받고 이미지 가져왔습니다.
혹시 이런 책 보고 자란 기억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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