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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요리전문가여요. 자기 쿠킹스튜디오가 있어 제자도 기르고
전시회 음악회 등에 케이터링 서비스도 하지요.
도시락도 주문 받는데 그 화려함이란 정말 꽃이 핀 거 같아요.
그니는 어려서 자기 도시락이 너무 초라한 게 싫었대요.
엄마가 밥 꾸욱 눌러푸고 반찬 한통 던져주는 게 다였답니다.
일본 중국 등지에서 오래 살아 아이들이 외국인학교에 다녔는데
그애들 도시락은 항상 작품 수준으로 싸줬대요.
그러던 어느날 딸이 제발 도시락 평범하게 싸달라고 애원하더랍니다.
점점 가짓수 줄이고 나름 초라하게 싸주는대도 입이 댓발 나와서
"엄마, 제발 유부초밥 하나만 싸줘. 가운데 이쁜 거로 묶지도 마."
딸내미가 매일 과한 도시락으로 시선 끄는 게 싫었던 거지요.
B가 속상한 일을 겪어서 위로 차 꽃을 한다발 사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이웃해 살았기에 친구라고는 저 밖에 없어서
저는 생필품에만 써야하는 쪼들리는 돈을 꽃에 할애해 들고 갔지요.
그런데 B가 꽃을 보고 그냥 데면데면 합디다.
포장지 채 부엌 귀퉁이에 놔두고 거들떠도 안보더군요.
하소연 듣고 나오면서 꽃을 저리 홀대하냐고 했지요.
그랬더니 "어마 미안해. 나는 말야 꽃이라면 지긋지긋해."
그니 엄마는 멋진 신여성이었는데 꽃꽂이가 취미셨대요.
요즘은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이 있어 유럽식으로 한아름 꽂지만
옛날 우리 웃 세대는 일본식 꽃꽂이를 했습니다.
기기묘묘하게 꽃을 장식하고 이름을 붙여 작품이라 했지요.
그 애 엄마는 걸핏하면 친구들과 꽃꽂이 전시회를 했대서
아버지랑 자기랑 알도 못할 작품 보며 억지 웃음 웃었다네요.
집안에는 꽃이 넘쳐서 하도 정신이 사나워 진짜 싫었답니다.
저는 학교 행사 때마다 등장해 꽃꽂이하는 친구 엄마들이 부러웠어요.
햄벅스테이크를 반찬으로 싸오는 친구와 내 콩조림을 바꿔먹은 적도 있죠.
(사실 식은 고기가 뻣뻣했어요. 단지 햄벅***라는 게 반찬이 된다는 게 신기)
크리스마스 트리를 멋지게 세워논 친구 집에서 과외를 했었는데
반짝이 등을 켜달라고 했더니 이런 게 집에 없냐고 묻던 친구 엄마도 기억합니다.
그 모든 결핍은 저로 하여금 정갈하게 잘 차려진 집밥상과
벌려놓지 않고 깔끔한 집안 만들기에 매진하게 만들었지요.
해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워 꾸미는 데 혈안이 됩니다.
늘 바쁘고 철두철미하게 살며 재산을 불린 엄마한테 질려서
저는 이재를 따지는 일은 마음 깊은 데서 거부합니다.
넘치면 그래서 싫고 모자라면 또 그래서 싫은 거지요.
어떤 식이든 자식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니 문득
내 아이는 내가 무얼 하도 해서 싫을까, 무얼 안 해줘서 싫을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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