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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 19일 금요일]
전쟁기념관에 다녀왔다.
국군의장행사가 금요일마다 있다고 해서 일부러 금요일에 가려고 계획을 잡았다.
잉카문화대전을 보러 갔을 때에는 그것만 보는대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다른걸 둘러볼 겨를이 없어서 이번엔 시간도 많이 잡아서 갔다.
중앙건물 앞 계단에 사람들이 빽빽해서 가보니 단체관람을 하러 온 아이들이 2시부터 진행되는 행사를 보기위해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것이었다.
시끄럽고..돌아다니고..게다가 날씨까지 가을이 맞는지 푹푹 찌고 햇살은 어찌나 따갑던지..사물놀이를 하는 군인들이 나와서 그나마 시끄러운 분위기가 집중이 되었지만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선생님들의 수가 부족했든지..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멋진 행사의 기회가 약간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식전 군악연주는 따가운 햇살덕분에 더욱 빛나 보이던 호른, 트럼본, 트럼펫, 튜바 등의 금관악기들과 연주회에서 몇번 보았던 오보에나 바순..클라리넷 등의 목관악기가 어우러져 우리에게 친숙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관람하는 아이들을 고려해 동요모음곡도 들려주었는데 동요처럼 들리는 것이 아니라 군악대연주여서 그런지 행진곡을 듣는 느낌이었다. 특히 과수원길을 들을때에는 어디서 들었던 곡인데..하며 따라부르다 보니 그제서야 눈치를 챌 정도로 경쾌했다.
심지어 마지막 곡으로 연주된 아이랑까지도..
?_blank"현지야~ 저거 봐라. 현지 음악회에서 봤던 악기들이다..바순도 있고 클라리넷도 있네..저기 반짝거리는 악기가 호른이야..엄청 크다..그치?"
반짝이는 금관악기..더군다나 그렇게 많은 금관악기들이 나와 연주하는 모습은 현지가 자주 접해본 것이 아니라 빛나는 금색을 보라며 부추기긴 했지만 정말 집중을 할 수 없는 분위기였기에..실패했다.
아이들은 박수고 뭐고 도대체 화장실에 간다 빈자리로 옮긴다 도통 산만해서 연주를 듣고 있는다는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덕분에 손바닥이 빨개지도록 박수도 치고 환호성도 질러댔다. 군기를 살려주려고^^;
이어서 보여준 전통검법은 "오빠~"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멋진 시범이었다. 현지에게 "저 칼 좀 봐..너무 멋지지? 옛날 군인들은 저렇게 칼 갖고 싸웠대"하며 내가 멋있으면 현지도 멋있으려니..하고 눈을 반짝거리면서 보았다.
"엄마 아저씨가 (주먹을 서로 탁탁 치면서)이렇게, 이렇게 하지"
하면서 시범내내 칼을 휘두르는 흉내를 냈다.
바람에 휘날리는 군인들의 예날복식이 전통적인 검법에 부드러움까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여군의장대의 깃발과 총을 이용한..춤동작을 곁들인(솔직히 여군들만 춤추는 것처럼 리듬을 타며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조금 화가 나긴 했지만..)시범을 보면서 "군인이 언니들이네..저거 총 돌리는 것봐..정말 씩씩하다(안어울리는 표현이었다)"하며 보았다.
국군의장대시범은 육군, 공군, 해군, 해병대가 나와 국방부의 상징이나..하여튼 상징이 될 만한 것들을 표현하기도 하고 서로 다름 속의 조화를 이루며 쭉쭉 뻗은 자태들을 씩씩하고 멋지게 표현하고 있었다.
특히 일렬로 정열해 파도타기처럼 하는 총차례로 던지며 바로 앉았다 일어서고..하는 척척척척 보여주는 부분은 많은 아이들이 박수를 칠 정도로 인기있는 부분이었다.
현지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이런쪽에는 별 관심이 없는것일까..아니면 딱딱해서 재미가 없었던 것일까..
행사가 모두 끝나고 우리는 각 군을 대표하는 복장을 한 군인들의 그룹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사진을 찍어서 기념했다.
직접 총도 만져보게 하고, 총을 직접 잡고 사진도 찍고, 군인아저씨가 씌워주는 모자를 쓰고 사진도 찍고, 운이 좋으면(?) 멋진 모자를 쓰고 안겨서 찍기도 했다.
한시간이 넘게 시간을 보내고 지난번에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지나치면서 탱크다..대포다..비행기다..하며 둘러보았던 옥외전시장을 샅샅이 뒤지다시피 돌아다녔다.
직접 올라타보고 어떻게 조종하는지도 경험해보고..물론 대부분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제공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비행기는 어떻게 날지?"
"날개로 날지"
"헬리콥터는 잠자리처럼 생겼다..헬리콥터는 어떻게 나느지 알아?"
"날개로 날지"
"헬리콥터는 날개가 없는데? 그대신 프로펠라가 날개만큼 길고 크다. 그러니까 그걸로 나는거지.."
비행기의 내부에 들어가 조종하는 마네킹군인이나 출전하는 군인마네킹들을 보고 왠지 쓸쓸한 느낌까지 받았다.
전쟁에 출전하기 직전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기까지 했다..
탱크도 종류별로 바퀴의 형태가 다 달랐고 대포로 각양각색이었다. 현지는 바퀴가 그렇게도 좋았을까.. 서로 다른 대포의 바퀴마다 올라가서 사진도 찍고, 겁도 없이 바퀴에서 일어서겠다며 조르기도 해서 세워주었더니 다리도 쭈욱 못피고 약간 구부정하게 양손으로 중심을 잡고 있기도 했다.
필름을 두통이나 찍을정도로 야외를 실컷 돌아다닌 후에 전시장에 들어왔다.
전쟁에 대한 역사를 소개하는 곳인지라 잔인하고 피도 자주 보이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경건해야만 하는 의무감까지 안겨주는 느낌이었다.
옥외전시장에서는 미사일이며 대포며..아이에게 처음 보여주는 신기한 것들에 연연해가며 전쟁에 대한 아픔이나 잔인한 전쟁에 사용되는 물건들임을 상기시킬 생각의 여유도 없이 즐겁게 보는 것에 불과했기에 속으론 '단순한 흥미거리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내심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념관의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밖에서 느끼지 못했던 전쟁의 아픔과 비극적 잔상들을 보며 우리가 지끔껏 신나게 봐왔던 것들이 이런 아픈 전쟁에 사용되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야외에서 느꼈던 씁쓸한 마음을 조금 덜 수가 있었다.
선사시대부터의 전쟁에 관한 역사와 사용되었던 무기들을 볼 수 있었다. 선사시대부분은 롯데월드의 민속박물관에서 보았던 것이기도 해서 현지에겐 "봤던거네" 소리까지 들으며 쉽게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거북선을 보고 거북이 모양의 배라며 100원짜리를 꺼내어 여기있는 할아버지가 이순신장군인데 이분이 저 거북선을 만들었다고 얘기해주었더니 서로 100원짜리를 작은 손으로 꼭 움켜쥐고 다닌다.
이순신장군 추상화가 나오니 100원짜리를 쭉 뻗어보며 "이거 저거랑 똑같은 사람이지?"하면서 "이거 거북선 만든거지"그런다.
"어머나..세상에..너무 슬프다.."
현지가 싸우며 피나는 장면들을 보면서 하는 말이다.
말하는걸 보면 어쩜 그리도 똑같이 따라하는지..
"엄마, 전쟁나면 사람 이렇게 찌르고 피나고 죽는거지. 그럼 나쁜사람이지"
"그래,현지도 친구들하고 싸우면 안되는거야. 너희가 손에 총이나 칼만 들고 싸우면 그게 전쟁인거야.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야되..알았지?"
"난 친구하고 안싸워. 민주가 여기 등 밀어서 '하지마!' 그런거야"
어린이집에서 친구와 일이 있었는지 그걸 얘기해준다.
현지의 표정이 조금은 근심에 찬 얼굴이었다.
"엄마 불쌍하다..그치.."
"엄마 전쟁나면 아파서 병원가는거지.."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죽는다는 것..그리고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는 것 같았다.
입을 쑤욱 내밀고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면서 다녔으니..
전시장을 둘러보는데만해도 두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렇게 자세히 본 것도 아닌데..보다보다 지쳐서 언제 끝이 나오나..하다 겨우 전시를 마칠 정도로 길고도 길었다.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프다는 생각만 하고 다녔으니 더욱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더군다나 야외에서 실컷 돌아다니며 기운을 빼고 나서 전시장에 들어가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전시장을 빠져나오니 벌써 6시가 다 되었다.
근처 횟집에서 아구찜을 먹고..깨끗한 6호선을 타고 집에 돌아왔다.
지하철에서 현지가 세훈이와 언제 싸웠는지 "엄마 여기 전쟁나서 아파" 그러면서 아주 작은 상처를 봐줘라..한다.
전쟁이라........아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어 마음속에 절대로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된다는 마음을 조금씩이라도 시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오늘의 경험은 어쩌면 훌륭한 일이 될런지도 모른다.
집에 돌아와 놀던 현지.
냉장고에 붙여둔 나들이 정보 잡지기사가 있다.
"엄마, 이거 현지랑 세훈이랑 갔다왔잖아. 똑같은거야. 엄마 우리 여기 전쟁#@&! 봤지" 하길래 뭔가..봤더니 국군아저씨 한명이 다른 전우를 부축하는 큰 동상사진을 보면서 하는말이다.
"엄마 이거 국군아저씨지"
이게 "형제의 상"(6.25전쟁당시 국군장교인 형과 인민군 병사인 아우가 전쟁터에서 극적으로 만난 실화를 표현한 상징 조형물-팜플렛자료)이었다.
눈도 밝지 언제 그걸 또 발견했을까..
조금더 크면 또 다녀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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