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륵산 안에는 성지 같은 자그마한 초록지붕집이 있다.
정원이 집에 비하면 상상할 만큼 넓다.
멀리서 보아도 참 좋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원불교 동그라미가 붙어있다.
그 집을 지날 때면 걷는 걸음이 저절로 멈춰진다.
정갈한 분위기와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들!
나는 운 좋게도 그런 분과 몇 번 산을 오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시였지만 그런 인연은 흐르는 물과 같아 여전히 흐른다.
함께 머물던 자리에는 나무가 다 기억하고 있을 것만 같다.
좋은 인연이라면 그 곳에서 스치는 느낌이 든다.
눈과 마음이 기우는 인연을 만나면 공기부터가 다르다.
어찌 알아채는지 시간도 천천히 흘러 잠시만 멈춰달라고 이른다.
그곳이 산이라면, 그런 인연이라면, 서로를 알아보아서 동행이 되어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어서 그런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그럴 것이다.
서너 번 잠시지만 그런 인연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모두 산속 초록지붕 집에 한두 달 머무르면서
우연히 스치게 되었을 뿐 어딘가로 떠나버리면 다시는 볼 수 없었다.
한해에 한번 꼴로 겪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2016년 2월)
초록지붕 집은 세월이 흘렀어도 그 자리에 있고
저는 그 집 앞에 서면 걸음을 멈춥니다.
혹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죽기 전에 꼭 한번 보고 싶다!’ 라고 기억된다면
이루어질지도 모릅니다.
전화번호는 있었지만 한 번도 연락은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또 한해가 흘렀습니다.
날이 오살라게 추운 날 기쁜 소식이 왔습니다.
[교무님 : “제주도 봉사 마치고 지금 익산 수도원에 있습니다
멀리 가기 전 한번 보고 싶습니다.]
수도원으로 달려갔어요.
수도원에는 퇴임교무님의 방이 있습니다.
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리운 곳이 여기일까?
입구에는 붓글이 써진 종이가 수북이 쌓여 있어요.
교무님은 저의 차가운 손을 꼬옥 잡으시며 맞아주십니다.
‘손이 이리도차서 어쩌누?’
따뜻한 차를 따라주시며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십니다.
차향이 어떠냐고 물으십니다.
그냥
산에서 흐르는 물처럼 산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그냥 눈물이 흐르네요.
왜 눈물이 내리냐고 묻지는 않으셨어요.
감과 사과를 잘라주십니다.
이번에는 감 맛이 어떠냐고 물으셔요.
그냥 감 맛이에요.
달더냐고 다시 물으셨지만 내 입속에서는 그저 감 맛만 난다니!
쌀 과자를 입에 물고 깨물었는데 소리가 엄청 커서 놀랐어요.
그러면서도 쟁반 가득 과자를 우두둑 깨물면서 다 먹어버렸네요.
차를 마시는 대로 부어주시는 것은 내 마음까지도 다 태워라 하시는 듯!
방안 공기를 살피시며 덥냐고 물으시네요.
고개까지 흔들어대며 모르겠다고 했어요.
그러면 문을 조금 열어 놓으시고는 장롱에서 사진 몇 장을 꺼내셨어요.
아버지야! 아버지를 보면 참 좋아.
교무된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좋아하셨어.
노래하는 교무님 사진을 보여주실 때는 노래가 가장 행복하다셨어요.
저는 사진을 소중히 쓰다듬으며 바라보았지요.
노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도 보여주셨어요.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서리서리랑 아라리가났네~~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신나는 노랫가락에도 눈물이나요.
또 울다가 웃다가 과자를 먹다가~~
잠시 나가시더니 좋은 신발을 한 켤레 가져오시며
새 신발 한번 신어라! 하십니다.
산에서는 제 말만 하였는데, 교무님 방에서는 듣기만 하였어요.
뭐라 이르신 것은 아니고 무슨 맛이 나더냐? 달더냐? 덥더냐?
그러시면서 저의 차디찬 손을 많이도 잡아주셨어요.
집에 돌아올 때는 신발 한 켤레와 작은 액자를 품에 안고 왔어요.
사진을 오래오래 보고 알았어요.
사진 속에 교무님은 버선발이셨어요.
버선발로 저를 맞아주시더니 신까지 벗어 주셨나봅니다.
저는
그렇게
너른 품에 안기어 마음의 숭한 것 다 만져지고 희망의 불씨를 받아왔습니다.
오늘은 눈이 오네요.
한꺼번에 꺼내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마음에 담아졌어요.
감당하기 벅차오르는 만남이 이루어졌다면
그 뜻을 헤아릴 줄 알아야하지요.
그러느라 생각이 많아요.
조급하지만 조급해서는 안 되는 이유 있지요.
보여주시려는 마음 전해졌으니 하나도 헛되지 말아야지요.
마음을 열고 받아내었으니 그 이상 쓰임 되어야지요.
시간이 빨리 흐를수록 더 차분히 그러나 너무 늦지 않게
잘 쓰여 지도록 애쓰겠습니다. (2016.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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