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산에는 자그마한 초록지붕집이 있습니다. 그 집을 지날 때면 걷는 걸음이 멈춰집니다. 바라만 봐도 편안해지는 그 곳에는 어떤 사람이 사는지 항시 궁금했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그 집에 머물렀던 몇 명과 잠시지만 스치는 인연이었습니다. 처음 미륵산을 오르려고 용기를 냈을 때가 하필이면 해가 자빠지는 시간 때였어요. 금방 어두워질 것 같아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서려하는데 막 산행을 마치신 교무님이 입구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저를 발견하신 것입니다. 일부러 저를 위하여 기꺼이 산을 한 바퀴 걸음을 더 해주셨지요. 그때 조잘거린 저의 말이 지나간 자리마다 나무가 다 기억하고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산에게 말을 한 것인지 사람에게 말을 한 것인지 분간할 수는 없지만... 몇 번을 우연히 만나 동행하였지만 인연은 그리 길지 않았어요. 초록지붕 집에 머물렀던 그분들의 시간은 그만큼이라고 해야 할까요? 좋은 인연은 잠깐의 만남이라도 각인되어 그 곳을 지날 때면 스치는 느낌이 나나봅니다. 그러고 얼마나 지났을까? 애기주먹머리모양을 한 여인이 산을 오릅니다. 연세가 많아 보였습니다. 거의 매일 비슷한 시간에 산을 찾을 때라 스치는 우연도 비슷합니다. 첫날의 기억 때문에 교무님에게는 더 눈과 마음이 기우나봅니다. 산 중턱에서 한참 올라가 정상에 가까운 곳에서 두 팔을 올리는 모습은 왠지 산을 품어주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가까이서보니 대쪽 같은 인상은 고고함과 기품으로 깊어보였어요. 분명 스치는 풀들과 나무와 말을 건네셨습니다. 누가 나무인지 누가 사람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러웠어요. 우연히 만나는 날에는 꼭 동행하려고 애썼습니다. 저의 걸음보다 두 배는 빠르셔서 따라잡기가 힘들지만 기꺼이 두 배로 천천히 보를 맞추어 주셨습니다. 물론 이야기는 주로 저만했지요. ㅎㅎ 교무님은 저에게 전화번호를 물으셨어요. 미륵산을 출발할 때 쯤 전화를 주면 같이 동행하시겠다고 하셨는데 전화를 한 번도 하지 못했습니다. 초록지붕 집에 머물고 계신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처음에 만난분과 마찬가지로 이분도 말없이 미륵산을 떠나셨지요. 전화번호를 주고받은 사실을 한참 후에 카톡이 와서 알았습니다. 잊지 않으시고 가끔 카톡을 주십니다. ‘살아있을 때 한번 꼭 뵙고 싶은 분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낯선 교무님이 산을 오르십니다. 같은 지점에서 몇 번을 스쳤습니다. 좋은 인연일수록 자신과 비슷한 면이 있으면 더 끌리나봅니다. 그러고 보니 애기주먹머리가 저에게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ㅎ 놀랍게도 먼저 인사를 주셨습니다. 말을 텄다하면 내 뱃속을 홀라당 꺼낸다는 것을 알 턱이 없으셨겠지요. 영영 못 뵙는 두 분의 교무님에 대해서도 말씀드렸습니다. 지금이 저의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했습니다. 산속에 있는 동안에는 마음이 다 풀린다고 했어요. 사람이 간절한 변화를 이루어내는 시간이 사나흘이면 충분하다면서 사나흘 후에 저는 변할 거라고 말했어요. 저 혼자만 알 것 같은 말도 그냥 다 해버립니다. 그런데 갑자기 걸음을 멈추시며 저의 얼굴을 조용한 눈으로 만져주시며, ‘가슴에 상처가 곪아있군요’ 라고 하십니다. 헉! 누가 이런 말하면 저절로 눈알이 빨개집니다. 조용히 저에게 물으십니다. 몇 살이세요? 저도 물었습니다. 몇 살이세요? 그러자 미소를 머금으시며, ‘교무는 나이가 없어요.’라고 하십니다. 왠지 슬프게 울립니다. 교무님은 저를 초록지붕집 안으로 안내하셨습니다. 차 한 잔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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