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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월+14]天上風景 플루트와 하프의 하모니

  • 김상민
  • |
  • 2001-11-02

1!@#$
[2001년 11월 1일 목요일]

로댕갤러리 정기음악회에 다녀왔다.
다른건 몰라도 현지에게 하프를 직접 보여주고 그 선율을 직접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데리고 나갔다.
집에 붙어있는 악기사진이나..그림책에서 봤던 하프들은 그 크기를 짐작하기가 힘들 듯 싶었다.
'직접 보여주면 사람 키보다 더 큰 하프가 어떻게 연주되는지 볼 수 있을 좋은 기회가 될거야..'

오늘은 어린 아이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공연 시작 바로 전 큰소리를 내는 아이가 있어서 "현지야, 저렇게 소리지르면 음악 못들으니까 조용히 하고 듣자"하고 말했더니 "현지는 아기 아니니까 잘들어" 그런다.

현지의 컨디션이 오늘은 많이 안좋은 모양이다.
직접대고 떠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엄마 저거 안들을래.." 하기도 하고, 무릎에서 내려와 창밖을 보는 등..딴짓을 하기도 했다.
리듬타는 걸 좋아하기에 엄마에게 안겨 고개를 묻고 있으면서도 발로는 까닥까닥 박자를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스치듯이라도 듣고 있는게지..그정도면 엄만 됐어..

쉬가 마렵다고 해서 음악회 중간에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다 같은 모임의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랑 계속 논다고 정신이 다른 곳에 쏠려있어서 연주 끝나면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달랬더니 이번엔 공연이 끝날때까지 "엄마 아이스크림 언제 먹어?" 그러면서 또 엄마 애간장을 태웠다.

로댕갤러리의 출구쪽 층계에 앉으니 하프가 더 잘 보였다.
"현지야, 하프가 엄청 크다. 언니가 하프를 어떻게 연주하니?"
그러자 뭔가 긁어모으는 흉내를 내면서 "이렇게 이렇게 하지~" 그런다.
플루트 소리는 귀에 익었는지(피터와 늑대 비디오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 저거!" 그런다.
"플루트 소리가 꼭 새소리 같지? 뾰로롱~~피리링~~ 피터와 늑대에서 나오는 작은새가 지저귀는 것 같다 그치? 어떻게 연주하나 봐"
샐리가 그랬던 것처럼 팔을 옆으로 들어 그 모습을 흉내낸다.
악기의 형태를 정확히 모르더라도 연주하는 모습만 보더라도 이젠 어떤 것이 플루트인지 알아보는 것 같다.

연주도중 갑자기 쿵쿵 소리가 나서 뭔소린가..누가 연주중에 저러나..싶었는데 그게 하프 연주방법 중의 하나였나보다.
나무로 된 부분을 주먹으로 쿵쿵 두드리기도 하고..손바닥으로 하프 줄을 착~치기도 하는 것이었다.
"현지야, 저거 봐, 하프를 저렇게 나무를 두드리기도 하고 줄을 손바닥으로 치기도 하네? 엄만 누가 시끄럽게 하는 줄 알았는데.."

오늘 들었던 곡들은 낯설고 어려운 곡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프의 중저음의 우아한 선율과 플루트의 아름다운 소리의 하모니 만으로도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 연주가 끝낫을 때, "현지야, 저기가서 하프가 얼마나 큰지 봐봐" 그랬더니 갑자기 현지가 무대 앞으로 걸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난 그저 층계에서 듣다가 앞자리 있는 가까운 곳에 가서 보라는 소리를 했던 것 뿐인데 이것이 하프 바로 앞까지 걸어가는 것이었다.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커튼콜(커튼은 없었지만..)로 연주자들이 다시 나와 인사를 하는데
애가 하나 서있으니 연주자들도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현지가 엄마쪽을 그제서야 쳐다보길래 얼른 이리오라고 손짓을 했더니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온다.
"현지야, 그 앞에 왜 나갔어?"
"몰라~"
"엄만 이앞에서 하프 보라는 소리였는데..앞에 나가라는 소린 줄 알았어?"
"응"

연주가 끝나고 약속대로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감기까지 걸린 애한테..오늘따라 또 커피아이스크림을 먹는댄다.
"아까 엄마 커피 먹었으니까 커피 아이스크림 먹을래"
어제 한모금 줬더니 벌써 맛들린건 아닐까..

연주가 어땠냐고 물어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집중하지 못했던 현지.
그래도 하프의 소리..플루트의 소리..직접 연주하는 모습들은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특히 집에 있는 악기사진에서 하프를 보고 얘기할 때 현지가 트라이앵글을 보면서 하프랑 비슷하게 생겼다고 얘기했지만 그 크기를 봤으니 큰~~삼각형과 작은 삼각형으로 자신있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돌아오는 길..모자달린 코트를 입은 현지가 모자를 뒤집어 쓰고 무서운 목소리를 내면서 "난 카레의 신이다 아흥~~"그러면서 장난을 친다.
"칼레의 시민"을 보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라고 얘기해줬더니 무섭게 받아들였다보다.
로댕갤러리에 갈때마다 보는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은 이제 서서희 각인되어지는 것 같다.
주말연속극의 마지막회에서 로댕갤러리의 "지옥의 문"을 배경으로 나왔던 한 장면을 보더니 "엄마 지우개문~~ 지우개문~~"그러면서 달려들었던 생각이 나 웃음까지 나온다.

갑자기 서늘해진 가을...
천사가 옷깃을 스치며 우아하게 지나가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하프소리가 아직도 귀에 은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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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200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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