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모임 참석여부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런 여유 참 좋습니다.
묻고 따지며 망설이던 시절은 어느덧 지나갔나봅니다.
명단을 훑어봅니다.
혹시나 있을까?
한 방향을 향하였기에 금방 말이 통할 것 같고,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닿을 것 같은 인연이라면 언젠가는 만나지겠지요.
새벽 여섯시
고속버스에서 내다보는 풍경이 마음을 설렙니다.
물먹은 산이 지나가네요.
느릿느릿 지나가듯 서둘러 가버리는 것이...
휘~~~~
모임장소를 찾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어요.
친구의 배려덕분이지요.
함께 참석해 온 친구는 아파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
톡으로 길 안내와 염려를 보내주어 한 번도 헤매지 않고 장소를 찾았지요.
모임장소에는 이미 어린 엄마들로 꽉 찼더군요.
각자 소개에서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어린 쑥과 늙은 쑥의 공통점이 잡히더군요.
‘끓는 열정’
팔팔 끓어 넘치게 하는 힘!
남달라요.
그 힘이 어디까지 뻗히는지 알거든요.
쑥쑥에서 자라온 모습을 오래 지켜보니 그렇더군요.
저의 소개 차례가 되었나요?
“노년을 쑥의 지인들과 인연이 되어 살아가겠습니다.”
라고 용감하게 말했지요.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무지 행복했습니다.

두시 전에 일정은 끝났는데 그냥 돌아오기 아쉬웠어요.
근처 어디 갈데없을까요?
‘미술관에서 천경자 작품 전시가 있어요.’
‘두 아들’님이 힌트를 주십니다.
덕분에 저의 새로운 일정이 추가되었지요.
어느새 약도를 손에 쥐고 낯익은 그림 앞에 서있더군요.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
벽에 붙은 천경자 추모전이란 글자 옆에 이렇게 쓰였네요.
그렇게 아팠을까?
여자가 아픈 것은 여자도 그런 것을...
천경자처럼 표현할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구나!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리며 정성스런 눈으로 정성을 다해 그녀를 담습니다.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
그녀를 만나는 동안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어깨에 멘 것을
텅 빈 사물함에 많은 열쇠가 딸랑거리는 것을 보고야 알았습니다.
쉬운 방법을 찾지 못하고...
고작해야 가방하나를 낑낑거리며 매고 다닌 것이 삶과 다르지 않구나!
음...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나오는데
어느새 또 이중섭 그림 앞에 멈추어있네요.
그의 벌거벗은 마음이 그대로 그림이 된 것일까?
힘듦과 고단함을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지!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면 동화작가가 되었을 것 이구만!
그런 삶도 한없이 부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음...
덕수궁 미술관을 나와 입구에 서며 알았네요.
온통 아름답다.
계단 앞 분수에서 뿌려지는 물줄기를 둘러대며 걷기 시작합니다.
거기 어디쯤에서?
그녀를 만났어요.
영국에서 왔고 덕수궁 음악 관람을 예약한 상태인데
시간이 남아서 근처를 산책하다가 저랑 눈이 맞은 그녀!
투게더와 고고를 외치면서 따라다닌 것이 그녀인지 나인지 헷갈립니다.
누가 봐도 우린 의심할 여지없는 외국인이었어요.
침묵하다가 깔깔대다가 말은 안통해도 그런 웃음소리는
덕수궁이 울릴 정도였으니 웃겼습니다.
그런 우리를 발견하는 또 한사람!
현지인다운 그녀의 직업은 기자래요.
그녀는 재주가 놀라웠어요.
국가무형문화재인 이용구[단소] 박준영[배뱅이굿] 백경우[승무]를
가장 좋은 자리에서 티켓도 없는 저를 관람하게 해주었지요.
저녁을 제안했지만 막차를 놓칠 것 같아 서울광장에서 춤으로 뒤풀이 하고
새벽 한시에나 집에 도착했네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맞이한 건 눈을 부라리는 남자였어요.
그 시간까지 모임을 한줄 아는 그에게 그냥 응이라고 대답했지요.
일탈이란 이런 것이니까요.
자꾸만 웃음이 나니 큰일이에요. ㅋ
뜨거운 것이 내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느닷없는 것이 아니겠지요.
마주하기까지....
마주하면 가슴이 뜨거워져요.
(2016.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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