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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월 6일 화요일]
공주과 책엔 흥미가 없는 엄마덕분에 백설공주를 이제서야 접하게 된 현지.
하긴..돌무렵..육아잡지에 부록으로 온 백설공주를 읽어준 적은 있었지..그때도 유독 백설공주 책만 껴안고 색연필로 낙서를 하며 애착을 보이더니..오랜만에 꺼내어 읽어준 백설공주를 보며 "난 현지공주지" 그러며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백설공주 책을 통해 성에서 쫓겨나 난장이들이 사는 숲에 오게 되는 과정을 설명해주고..이기찬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나머지 얘기를 들려주었다.
?_blank'난장이들이 일을 하고 돌아왔어..백설공주가 청소를 하고 있네..말을 못하는 난장이 이름이 반달이야. 반달이가 백설공주를 사랑하나봐..백설공주가 물에 빠졌어..반달이가 구해주네..마녀가 건넨 장미가시에 찔렸어..이번에도 반달이가 구해주나봐..독이 든 사과를 따먹네..왕자님이 뽀뽀해줘야 백설공주가 깨어난대..반달이가 죽었어..'바람의 언덕을 지나 별꽃의 호수를 건너 이곳 안개숲에 오신 백설공주님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
"엄마 이게 백설공주와 사랑한 난정이야?"
"그래..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연극인데..엄마랑 보러갈거야"
올 여름..청소년 공연 예술제에서 이 작품을 보았지만..제목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뉘앙스 때문인지(고정관념에 깊이 물든 엄마인지라) 아이와의 관람이 꺼려지는 부분이 있었고 공연날짜 역시 내 스케쥴과 겹쳐있어서 계획에 넣지 않았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를 통해 본 공연은 왠지 아름다운 감동을 받을 것만 같았고, 앵콜공연을 한다는 소문을 들어 얼른 달려가 예매를 하게 되었다.
입구에서 만난 아저씨가 아이 나이를 물어보며 '세살은 어려울텐데..'하며 말을 끊었다.
'아이에게 이해를 바라진 않는다우~'
공연장 안의 앞좌석을 서너줄은 메운 꼬마애들(극단관계자가 꼬마라고 했다가 그 꼬마들에게 한소리를 들었다^^)은 좁은 공연장을 더욱 시끄럽게 만들었고 뮤직비디오의 반달이에 대한 사랑의 영향탓인지 연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색색의 공들과 난장이들의 즐거운 춤과 노래를 들으며 공연이 시작되었다.
솔직히 공연을 보면서 '다들 어떤 감동을 받았다는거지..?'
'재미있고 웃기기는 한데..이런 상황에서 과연 감동을 받아 눈물이 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배우들이 하는 대사와 행동에 재미있는 부분들이 자주 눈에 띄어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을 정도였으니..더군다나 왕자의 의상(특히 보통 높은 통굽의 두배나 되는 신발)을 보며 자꾸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입을 꽈악 깨물고 볼 정도였으니..
자꾸만 마녀에게 당하는 백설공주를 "바보 백설공주"라고 하는 난장이때문에 또 한번의 폭소를 내기도 했다.
마녀의 간사스런 웃음소리는 미운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마녀인형의 움직임이 재미있어 오히려 귀여운 마녀로 보이기까지 할 정도였다.
더군다나 반달이의 애절하고 안타까운 몸짓을 사람들이 못알아들을 때는 슬퍼해야 할 상황이긴 한데 배우들의 대사가 웃겨서 마음속으론 씁쓸하면서도 겉으로는 웃음이 튀어나오기까지 했다.
아마 관객들의 웃음소리는 재미있어서 흘린 웃음소리가 아니라 씁쓸한 웃음소리였으리라 생각된다.
반달이가 왕자에게 공주에 대해 애기해주는 부분의 아름다운 노래는 웃음으로만 채워졌던 마음을 다독거려주었는데 금새 마녀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으로 장면이 바뀌면서 흥분하는 반달이의 행동과 대사(다른 사람이 반달이의 마음 속 얘기를 대신 해 줌)를 보는 순간 감상에 젖어들 듯 했던 마음이 또 다시 웃음으로 번졌다.
하지만 반달이가 백설공주에게 사랑한단 고백을 하려는 순간!
왕자의 프로포즈가 시작되었고..그때 고백의 춤을 멈춰버린 반달이를 보면서 드디어 슬픈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고..왕비가 된 백설공주가 거울에게 자기를 제일 사랑하는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보는 장면에서..
무대 뒤에 하얀 안개꽃으로 장신된 안개꽃밭에 누워잇는 듯한 반달이가 백설공주에게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고백을 반달이의 춤(반달이의 언어)으로 표현하는 순간 그 화려한 안개꽃이 그토록 슬퍼보이고 그 몸짓이 얼마나 애처로와 보이던지...
눈물이 나왔다..
공연내내 '찍'소리 한번 안내고 고개를 이리 저리 빼며 진지하게 보았던 현지가 오히려 장난치며 공연을 중간중간 방해하는 멘트를 집어넣는 어린 오빠들보다 나아보였다.
현지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대단히 궁금했는데..
"엄마 백설공주는 착한사람이고 마녀는 나쁜사람이야. 백설공주는 이쁘고 난정이(죽어도 난정이다)도 예쁘지.."
"난장이 이름이 반달이지~"
"반달이가 물속에서 백솔공주 살려줬지"
"마녀가 계속 백설공주를 못살게 굴어서 백설공주가 계속 쓰러졌지?"
"응, 반달이가 막 살려줬는데 반달이가 죽었지"
"반달이는 말을 못하잖아. 그럼 어떻게 얘기하는지 알아..?"
검지 손가락을 쭉 피고 하늘 한번 찌르고 옆 한번 찌르며.."이렇게 얘기하잖아. 재밌지"
아이가 '재밌지'하는 말을 들으니 슬픈 얘기라는 것을 느끼지는 못한 것 같다.
말못하는 반달이의 몸짓을 재미있다고 애기하는 걸 보고 아직까진 현지가 어린애임을 느낀다.
기념촬영을 해주고 싶었는데 현지는 "엄마, 나 사진 안찍을래. 마녀가 싫어"그러면서 그냥 일어서서 나가는 것이 아닌가.
"현지야, 반달이 언니랑 사진찍고 집에 가서 뮤직비디오 보면서 어떤 언니가 나왔는지 찾아보자."
"그럼 마녀랑은 안찍고 반달이랑만 찍자~"
이기찬의 노래에서 느낀 백설공주의 잔상때문이었는지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보면서 이쯤에서 이기찬 노래가 나오지 않을까..할 정도로 난 노래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 같다.
문득 길에서 흘러나오는 이기찬의 노래를 들을 때면 반달이가 백설공주에게 전하려 했던 사랑의 메시지를 표현하던 춤이 자꾸 떠올라 마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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