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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사과할게

  • 이원진
  • |
  • 2015-07-20

아빠가 사과할게


아들을 키워보신 분들은 동의하겠지만, 딸들보다 아들을 키우는 것은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물론 딸들보다 자잘한 부분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든지, 여러 면에서 덜 까다롭든지 하는 편한 점도 있지만, 무뚝뚝한 하고 자기 의사 표현을 쉽게 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모습은 자식이더라도 그리 예쁘게 보이지만은 않은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일단 사춘기에 접어들면 입에 다물기 시작하고, 뭘 물어봐도 속 시원하게 대답을 하는 법이 없고, 집에 들어오면 하숙생이나 된 양 자기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나오질 않는다며 상담을 해오시는 부모님들을 흔히 보게 됩니다.


뭐가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얘기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분명히 자기 친구들과는 찧고 까불던 녀석들이 집에만 들어오면 입을 다물기 시작합니다. 이럴 때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그냥 놓아두거나, 아니면 답답하다며 아이를 다그치기 시작하면 아예 아이를 놓쳐 버리는 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가 되면 아이들이 마음속에 부모의 뜻을 이해하고 수긍하려는 마음보다는 부모의 모든 점이 마음에 들지 않고 심지어는 부모와 어딘가에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것조차 부끄러워하고 꺼리기까지 합니다.

 


특히, 많은 한인 남학생들의 경우 엄마보다는 아버지에 대한 반감, 거부감을 마음속에 쌓아두고 사는 아이들이 많은데, 대게 아이들의 불만은 ‘아빠가 자기에 대해 관심이 없다.’ / 우리 아빠는 집에서는 무섭기만 하고 밖에서 다른 사람들한테는 잘한다. 위선적이다. / ‘아빠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 ‘아빠는 항상 일방적이어서 내 말은 한번도 들어주지 않고 만날 자기만 옳다고 한다. ‘/ ‘아빠는 자기 잘못은 모르고 모든걸 다 내 잘못이라고 몰아세운다.’등을 예로 들 수 있겠는데, 이런 불평들을 때 면 같은 아빠 된 입장에서 조금은 억울하기도 하고, 아빠들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현실 속의 우리 아이들은 아빠들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이런 불만들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불만을 가슴속에 가득 안고 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입을 열어 자신의 속내를 터놓고 우리가 원하는 만큼 자유로운 대화를 한다든지, 퇴근하고 들어오는 우리를 웃는 얼굴로 맞아 준다든지 하는 기대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에게도 아들이 하나 있는데, 비교적 친구처럼 지내온 중학생 제 아들 녀석에게도 언젠가부터 불쑥 사춘기가 찾아왔습니다. 부쩍 말이 줄어들고 얼굴빛이 예전과 같지 않게 어두워지고, 뭔가 얘기를 하려고 하면 슬슬 피하기 시작합니다. 평소에 살갑고 장난기 많던 아이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내심 ‘올게 왔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기 시작하던 며칠 전, 아내로부터 영인이가 아빠가 자기에게 관심이 없다며 서운함을 토로하더라는 얘기를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딸아이들과는 달리 자기감정표현이 드물고, 항상 무난하기만 해 보이던 사내 녀석의 마음속에도 아빠에게 조금이라도 더 인정받고,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원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밖에 나가서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제가 정작 제 아들 아이에게는 ‘아빠는 나에게 관심이 없다’라는 느낌을 심어주었다고 생각하니 적잖이 당황이 되고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이럴 땐 한시라도 지체하면 안됩니다.

 


바로 다음날 저는 아침에 등교하려는 영인이에게 귓속말로 “오늘 저녁에 아빠하고 둘이 boys night out하자!”영문을 모르는 영인이는 “오케이!”하고 문을 나섭니다. 그날 저녁 저는 퇴근 후 영인이가 좋아하는 타코벨에 가서 잔뜩 쌓아놓고 모처럼 만에 아들과의 저녁 데이트를 합니다. 이때는 다른 얘기를 하면 안됩니다. 그저 맛있게 타코를 아이와 나눠먹으며, 스포츠 얘기, 학교 얘기, 재미있는 영화얘기 이런 얘기들로 최대한 부드럽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슬쩍 본론을 시작합니다.


“영인아! 아빠가 너한테 혹시라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서운했니? 아빠가 바쁘다 보니까 그랬을 수도 있겠다. 아빠가 너였어도 섭섭했을것같아. 사실 아빠는 말이야, 누가 좋은 아빠가 되는 법을 가르쳐준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인지 잘 모를 때가 있어. 그래서 실수도 많이 하고 너의 눈에 그렇게 좋은 아빠로 비쳐지지 못할 때도 많이 있었을 거야. 그래도 아빠가 한가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빠는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한다는 거야. 그리고 누가 뭐래도 아빠는 너를 정말 사랑한다는 거야.  혹시 아빠가 너 마음에 서운하게 했다면 미안해. 아빠가 사과할게.”


말없이 아빠의 말을 듣고 있던 영인이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돌기 시작합니다. 자식한테 부모가 뭘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20년 가까이 청소년 상담을 해오던 보고 느낀 결론이 한가지 있습니다. 많은 우리 한인 자녀들에게 “00야! 아빠가 미안하다”라는 아빠의 진정어린말 한마디가 우리 아빠들의 부족함으로 인해 자식들 마음에 안겨준 상처, 아픔을 씻어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좋은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 의외로 우리 자녀들에게 ‘미안하다’는 사과한마디로 시작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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